심리
“당해도 싸다”는 2차 가해, 로맨스 스캠 피해자 무너뜨려
한희준 기자 | 홍주영 인턴기자
입력 2025/04/17 20:30
로맨스 스캠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로맨스 스캠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라포(Rapport·감정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만 형성되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낮아 2차 가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로맨스 스캠을 당한 이들이 이미 심리적으로 약하고 자존감이 결여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SNS 상에서 낯선 이들의 메시지를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1년 로맨스 스캠 피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낀 청년층에서 피해가 확산됐다. 곽 교수는 “이러한 상태에서 피해를 당한 후, 주위 사람들의 낙인이나 비난이 더해지면 수치감·자괴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한 20대 여성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었다.
로맨스 스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한 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2~6월)에 집계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45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집계한 신고 피해액(138억)보다 세 배로 많은 수치다. 급증하는 로맨스 스캠 사례를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고립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금주 교수는 “대부분은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수치심과 괴로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극심한 우울감을 느낀다”며 “이러한 로맨스 스캠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평소 로맨스 스캠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맨스 스캠
온라인상에서 가짜 신분을 이용해 상대방이 호감을 갖게 만든 후, 투자 요구 등으로 발전되는 형식의 사칭형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