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성인 된 ‘대치 키즈’,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이대로 괜찮을까
구소정 인턴기자
입력 2025/04/16 14:58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어린 아이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 준비와 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이 몰아치는 이곳은, 국내에서 교육업종 매출 총액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오픈몬 상권 분석 리포트). 지난해 1~11월 기준, 대치동 교육업종의 매출 총액은 1943억 원으로 목동 1150억 원, 중계동 1068억 원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대치동은 학원 밀집도도 국내에서 가장 높다. 대치1동에서 지역 내 가맹점이 영업할 수 있는 전체 면적 중 60% 이상이 ‘학원 업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들으려 기다리는 학생들의 대기번호는 1000번 대까지 이어진다. 수업 전날 밤부터 학부모들이 학원 앞에 줄을 서 대기표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장 많이 감내해야 하는 건 학생들이다. 끊임없는 평가와 경쟁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압박감, 자책감, 우울감을 느낀다.
◇우울한 어른으로 자란 두 ‘대치 키즈’의 이야기
최근 대치동에서 자랐다는 유튜버들의 경험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유튜브 ‘Sommar 소마’와 ‘꼬레아나 징징’ 채널에는 ‘대치동과 우울증’, ‘대치동 우울증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두 사람 모두 대치동 교육을 받고 자라며 치열한 입시 경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영상에는 “입시 스트레스가 심각했다”, “매일 매일 울던 기억밖에 없다”, “우울증이 극에 치달아 공부를 거의 못했다”, “정말 예민하고 불안도가 심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들은 심지어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들의 우울감과 정신적 고통은 성인이 돼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소마’ 채널주는 “스무 살이 지나서도 몇 차례 자해를 시도했으며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대치 키즈’로 살면서 겪은 고통을 영상을 통해 밝히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대치동 인근 학원 강사라는 A씨는 댓글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소아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며 “어른들의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넣는 것이 문제고, 학군지의 사교육 문화가 여러모로 기괴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성적 떨어지면 자책… 스트레스 극에 달한 학생들
기자가 직접 가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특목·자사 O명 합격’, ‘OO의대 합격’ 식의 홍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강남구 소재 B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군(17)은 “학원 수업 시작 전에 잠깐 쉬고 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대치동에서 약 4년 넘게 교육을 받아 왔다는 C군은 “요즘 시험 기간이라서 잠을 많이 못 잔다”며 “새벽 두 시 넘어 자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이 부담되기는 한다”며 “성적이 떨어지면 자책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D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E양(18) 역시 “성적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올까 무섭다”며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이어 “공부량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조교로 근무 중인 G씨(21)는 “학원의 공포 마케팅과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학생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필요 이상의 공부량을 풀게 해 정작 공부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했다. G씨는 “학생들이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질문을 반복하기도 한다”며 “방대한 학습량, 매우 긴 시험 준비 기간과 이로 인해 비롯되는 관계 단절, 활동 부족 등이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학습량을 기계처럼 머리에 집어넣는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성적과 주변에서 주는 부담에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내가 부족해서 그래’라며 자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되레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해하는데, 이에 성적이 떨어지면 우울감을 겪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설마 내 아이도?” 아이 변화 관찰하고 정서적 관계 형성을
물론 이런 교육을 받는 청소년 모두가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 것도, 무조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이가 심리적 압박감이나 우울감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것은 맞다. 어릴 적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우울감을 겪는 아이들, 커서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정서 발달·안정 기반에 문제가 생기면 크면서도 우울감의 무게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며 “감정을 안전하게 다루는 걸 배우고 표현하는 것은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다져지는데, 이 감정을 처리하는 기반을 지나친 학습이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우울증 예방과 극복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배승민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의 우울증을 학업 스트레스가 아닌 교우 문제나 다른 이유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이 정말로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수면·식습관 변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우울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아이일수록 우울 증상이 겉으로 덜 나타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본인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부모를 위해 우울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아이들은 자책하며 파괴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 배 교수는 “학업 이전에 부모와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잘 쌓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이들이 우울하지 않으려면 부모의 마음도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장 많이 감내해야 하는 건 학생들이다. 끊임없는 평가와 경쟁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압박감, 자책감, 우울감을 느낀다.
◇우울한 어른으로 자란 두 ‘대치 키즈’의 이야기
최근 대치동에서 자랐다는 유튜버들의 경험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유튜브 ‘Sommar 소마’와 ‘꼬레아나 징징’ 채널에는 ‘대치동과 우울증’, ‘대치동 우울증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두 사람 모두 대치동 교육을 받고 자라며 치열한 입시 경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영상에는 “입시 스트레스가 심각했다”, “매일 매일 울던 기억밖에 없다”, “우울증이 극에 치달아 공부를 거의 못했다”, “정말 예민하고 불안도가 심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들은 심지어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들의 우울감과 정신적 고통은 성인이 돼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소마’ 채널주는 “스무 살이 지나서도 몇 차례 자해를 시도했으며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대치 키즈’로 살면서 겪은 고통을 영상을 통해 밝히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대치동 인근 학원 강사라는 A씨는 댓글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소아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며 “어른들의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넣는 것이 문제고, 학군지의 사교육 문화가 여러모로 기괴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성적 떨어지면 자책… 스트레스 극에 달한 학생들
기자가 직접 가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특목·자사 O명 합격’, ‘OO의대 합격’ 식의 홍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강남구 소재 B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군(17)은 “학원 수업 시작 전에 잠깐 쉬고 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대치동에서 약 4년 넘게 교육을 받아 왔다는 C군은 “요즘 시험 기간이라서 잠을 많이 못 잔다”며 “새벽 두 시 넘어 자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이 부담되기는 한다”며 “성적이 떨어지면 자책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D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E양(18) 역시 “성적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올까 무섭다”며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이어 “공부량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조교로 근무 중인 G씨(21)는 “학원의 공포 마케팅과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학생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필요 이상의 공부량을 풀게 해 정작 공부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했다. G씨는 “학생들이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질문을 반복하기도 한다”며 “방대한 학습량, 매우 긴 시험 준비 기간과 이로 인해 비롯되는 관계 단절, 활동 부족 등이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학습량을 기계처럼 머리에 집어넣는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성적과 주변에서 주는 부담에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내가 부족해서 그래’라며 자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되레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해하는데, 이에 성적이 떨어지면 우울감을 겪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설마 내 아이도?” 아이 변화 관찰하고 정서적 관계 형성을
물론 이런 교육을 받는 청소년 모두가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 것도, 무조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이가 심리적 압박감이나 우울감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것은 맞다. 어릴 적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우울감을 겪는 아이들, 커서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정서 발달·안정 기반에 문제가 생기면 크면서도 우울감의 무게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며 “감정을 안전하게 다루는 걸 배우고 표현하는 것은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다져지는데, 이 감정을 처리하는 기반을 지나친 학습이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우울증 예방과 극복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배승민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의 우울증을 학업 스트레스가 아닌 교우 문제나 다른 이유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이 정말로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수면·식습관 변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우울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아이일수록 우울 증상이 겉으로 덜 나타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본인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부모를 위해 우울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아이들은 자책하며 파괴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 배 교수는 “학업 이전에 부모와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잘 쌓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이들이 우울하지 않으려면 부모의 마음도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