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세계가 주목하는 '단일공 척추 내시경'… 구멍 하나만 내서 안전하게 수술

신소영 헬스조선 기자

헬스 톡톡_임강택 아인병원 신경외과 원장

단일공 내시경 개발… 척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열어
근육 절개나 전신마취 없이도 모든 척추 수술 가능
주변 손상 최소화, 회복은 빠르게… 고령자도 안전하게 수술
9월, 국내서 세계 최초 '경추 내시경 학회' 개최

K-팝, K-컬쳐만큼 의료계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척추 내시경'이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단일공 내시경'은 최소 침습이라는 내시경의 장점을 극대화한 수술이다. 7㎜ 정도의 구멍 단 한 개만으로 다양한 척추 질환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환자의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회복을 돕는 수술이지만, 그만큼 집도의의 풍부한 경험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아인병원 신경외과 임강택 원장은 단일공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 수술을 8000례 넘게 집도한 '단일공 내시경 수술의 권위자'로 꼽히는 의사다. 단일공 내시경 수술에 최적화된 수술 기법을 개발한 의사이기도 하다. 임강택 원장을 만나 그가 개발한 단일공 척추 내시경 수술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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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병원 신경외과 임강택 원장이 외국 의료진들 앞에서 단일공 척추 내시경 수술법을 교육하고 있다. /아인병원제공
―단일공 내시경 수술에 쓰이는 내시경을 개발했다고?

그렇다. 단일공 내시경 수술은 정확한 치료와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수술 기법이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내시경 개발에 매진했다. 2016년 초 단일공 수술에 최적화된'PSLD 수술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수술에 사용되는 내시경 장비 역시 독일 의료기기 회사와 함께 설계했다. 이후 계속해서 단일공 내시경 수술을 해왔고, 현재는 화질과 색 선명도를 높인 렌즈를 탑재한 전자 내시경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선명한 시야 확보와 안정성 높은 수술 환경이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6월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며, 상표 등록 절차도 함께 진행 중이다. 끊임 없이 이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다 자부한다.

―왜 단일공 내시경 수술인가?


기존의 척추 수술은 근육 절개와 전신마취가 필요해 회복이 어렵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해도 환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하루 입원으로 끝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내시경 수술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특히 단일공 척추 내시경은 7㎜의 작은 구멍 하나만으로 척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척추와 근육에 미치는 손상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척추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 과거처럼 큰 수술로 초가삼간(소중한 조직)을 태우는 일 없이, 빈대(병변)만 잡아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흉터에 대한 걱정이 없고, 수술 후 다음날 퇴원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모든 척추 수술이 다 가능하다는 점도 크다. 디스크 질환과 척추관 협착증 치료를 가장 많이 하고, 추간판 탈출증, 요추와 경추의 유합술까지 모두 단일공 내시경으로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는 협착증이 여러 부위에 퍼져 있을 경우 각각의 부위마다 절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단일공 내시경 하나로 여러 부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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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병원 신경외과 임강택 원장이 척추 수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기존 양방향 내시경과 단일공 수술의 차이점은?

양방향은 두 개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이 잘 흐르도록 하기 위해 입구와 출구를 만드는 구조다. 치료가 필요한 척추 마디 수가 많아질수록 구멍 수도 늘어나 근육 손상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단일공 수술은 하나의 구멍으로 여러 마디를 치료할 수 있어 근육 손상이 적다. 수술 시간도 줄어 한 마디는 20분, 세 마디는 한 시간이면 끝난다. 의사 입장에서는 양방향이 배우기 쉽지만, 환자에게는 단일공이 더 이롭다. 그래서 해외 의료진에게도 단일공 수술 같은 고난도 기술을 열심히 배우라고 권한다. 당장 쉽고 빠른 길보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을 위해서다.

―부담을 덜었다면, 고령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나?

물론이다. 고령자의 수술이 어려웠던 큰 이유는 전신마취로 인한 위험 때문이다. 특히 폐나 심장, 뇌경색 등 질환이 있으면 전신마취가 어렵다. 그러나 단일공 내시경 수술은 전신마취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와 전신질환자에게 훨씬 안전하고 부담이 적다. 최근에 우리 병원에서 94세 척추관 협착증 환자도 수술을 받았고,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분은 100세까지도 수술을 받으셨다. 나이가 아무리 많은 환자도 아프면 치료가 필요하다. 이 수술은 구멍 하나로 진행되므로 그만큼 위험 부담이 적고, 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수술 후에는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 기껏 잘 치료해도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다시 병이 생길 수 있다. 앉아 있을 때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척추를 지탱해주는 근육이 부족하면 흔들림이 생기기 때문에 근육을 키워야 한다. 체중을 줄이고,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걷기, 계단 오르기, 스쿼트 같은 운동도 도움이 된다. 그래야 허리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오는 9월, 세계 최초로 경추내시경학회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제1회 세계 경추내시경학회는 단일공 척추 내시경 수술법의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기회다. 특히 이번 학회에는 해당 수술법을 전수받은 세계 각국의 의료진들은 물론 국내외 의료진들이 참석해, 내시경 수술의 정밀성과 치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양한 학문적 교류와 임상 경험 공유를 통해 환자 치료 결과의 향상과 최적화된 임상 적용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많은 의료진들이 보다 쉽게 단일공 척추 내시경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금도 2주마다 해외 각국에서 네 명의 의료진이 병원을 찾아와 직접 수술법을 배우고 있으며, 나 또한 한 달에 한두 차례씩 해외를 방문해 교육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이 더 발전된 기술로 수술을 받아 더 많은 사람이 의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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