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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 입꼬리는 ‘기쁨’, 눈물은 ‘슬픔’? “강아지 감정 오해한 것”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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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 표현 방식에 비추어 반려견 감정을 해석하면 감정을 곡해할 가능성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려견의 눈을 바라보다 보면 지금 어떤 감정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반려견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나 반려견의 표정 등을 보고 추리해봐도,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강아지의 감정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주변 사물 바탕으로 강아지 감정 ‘곡해’ 경향 
최근 국제 학술지 ‘테일러 앤 프랜시스(Taylor&Francis)’에 게재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강아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강아지의 행동보다는 강아지를 둘러싼 주변 요소에 중점을 두는 경향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글 한 마리를 섭외해, 강아지가 좋아하는 대상 그리고 싫어하는 대상과 있을 때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대상은 ▲칭찬 ▲산책용 목줄 ▲간식 등이었고, 싫어하는 대상은 ▲꾸중 ▲줄자 ▲진공청소기 등이었다. 강아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견주가 제공했다.

이후 연구팀은 영상에 나오는 물체와 강아지의 모습을 분리해 뒤섞었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물체를 봤을 때의 강아지 모습은 강아지가 실제로는 싫어하는 모습에 이어붙였다.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물체를 봤을 때의 강아지 모습은 강아지가 실제로는 좋아하는 물체에 이어붙였다. 이후 사람들에게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고, 영상 속 강아지의 감정을 1(매우 나쁨)에서 10(매우 좋음)까지의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485개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의 평가는 강아지의 모습보다는 강아지와 함께 나오는 물체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강아지가 진공청소기와 함께 있는 원본 영상에서는 감정을 3.83으로, 강아지가 산책용 목줄과 함께 있는 원본 영상에서는 감정을 7.57로 평가했다. 그러나 목줄을 본 강아지의 모습과 진공청소기를 이어붙인 편집 영상에서는 감정을 4.31로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 사람들이 강아지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감정을 평가했다면 이보다 높게 나왔어야 한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강아지의 행동 그 자체를 보기보다는, 강아지 주변의 다른 요소에 의탁해 감정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감정 표현 방식, 강아지에 투영해도 안 돼
행동에 집중하더라도 오해 소지는 있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의 행동을 유심히는 관찰하지만, 잘못 해석한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나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강아지의 감정을 파악하려 들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헥헥거릴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뻐서 웃는다’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 ‘개랑해TV’를 운영하는 베럴독 조재호 대표(훈련사)는 “흥분·불안·긴장했을 때 몸에 열이 오르면 그 열을 빼기 위해 헥헥대는 과정에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일 뿐, 실제로 행복해서 미소 짓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슬퍼서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오해다. 조재호 대표는 “강아지는 코에 있는 땀샘과 눈물샘이 연결돼있다”며 “두려움·공포·불안·긴장 등의 감정 때문에 체내 열이 오르면, 열을 떨어뜨리는 과정에서 땀도 나고 눈물도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낯선 사람이 왔을 때 꼬리를 마구 흔드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그런다’고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재호 대표는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낯선 사람을 경계하면서, 자신의 존재가 더 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꼬리를 흔들며 짖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발 핥기, 산책 후 실내에서 뛰기… ‘스트레스’ 신호 가능성
강아지도 개체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다. 반려견의 감정은 반려견을 아주 오랫동안, 세심히 관찰해야 파악할 수 있다. 그래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일반적인 감정 단서가 있기는 하다. ▲발 핥기 ▲산책 후 돌아와서 집안을 마구 뛰어다니기가 한 예다. 반려견이 발 피부에 질환이 없는데도 발을 자꾸 핥는다면, 불안이나 긴장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 대표는 “불안과 긴장 때문에 체내 열이 높아지면, 이를 식히려 발에서 땀이 나는 것을 자꾸 핥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마구 뛰어다니는 것도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경계심이 많은 강아지일수록 그렇다. 조 대표는 “산책 부족으로 에너지가 남아서 실내를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밖에서 마주친 다른 개나 바깥 물체에 대한 두려움이 산책 내내 억압돼있다가 자신이 편하게 여기는 집안에서 폭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산책을 더 시키기만 할 게 아니라 낯선 개를 마주칠 가능성이 적은 길로 산책로를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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