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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셀럽 되는 날”… 한국에는 왜 없을까?

이슬비 기자

5일, 실리콘밸리서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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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메타) 마크 주커버그 CEO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브레이크스루 2025 시상식에 참여했다. 챈도 주커버그와 마찬가디로 브레이크스루 후원자다. 시상식은 억만장자 후원자 뿐 아니라 여러 셀럽이 참여하며, 축제 분위기로 진행된다./사진='The hollywood reporter'
미국에는 과학자가 ‘스타’가 되는 날이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과학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패리스 힐튼, 드류 배리모어, 재시카 채스테인, 릴리 콜린스 등 내로라하는 셀럽들이 마치 오스카상 시상식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등장해 레드 카펫을 밟고, 포토 타임을 가졌다. 다만, 이날만큼은 배우보다 과학자가 셀럽이다. 방송국에서 생중계하고, 할리우드 배우가 '과학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셀럽이 참여하는 과학·의료 분야 시상식은 물론 행사도 전무하고, 시상식은 미디어에 짧게 노출되거나 내부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중이 알 만큼 유명한 의·과학자 자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는 왜 이런 행사가 없을까?

◇"민간이 과학상에 투자하는 전통 없어"
브레이크스루상의 독특한 점은 셀럽이 참여하는 연례행사라는 점뿐만이 아니다. 상금이 한 수상당 300만 달러(43억 9800만원)다. 노벨상(약 14억 원)보다도 많다. 억만장자들이 힘을 합쳐 설립한 상이기 때문이다. 구글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참업자, 페이스북(메타) 마크 주커버그 CEO, DST글로벌 유리 밀너 설립자 등이 후원·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수여하는 주요 과학상으로는 ▲대한민국과학기술훈장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한국과학상·젊은과학자상 ▲호암상 과학 부문 ▲이휘소상 ▲아산의학상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상금이 많은 게 3억 정도로, 브레이크스루상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상금이 커지려면 민간 주도 상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기본적으로 부를 이룬 사람이 과학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거나 후원하는 전통이 없다. 대다수 정부, 기관, 학회 등 국가 주도형으로 수상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나열한 상 중 호암상과 아산의학상을 제외한 네 가지 모두, 국가 주도형 상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 센터장은 "기업이나 개인이 시상하는 과학상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상하는데, 이름을 버리고 연합해 큰 과학상을 만들려는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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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스루 2025 시상식./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 “국내 과학상 시스템? 생각해 본 적 없어”
취재를 해보니 과학자들 자체가 상에 무감각한 편이었다. 과학 대중화에 노력하는 과학자들 여덟 명을 대상으로 ‘브레이크스루상 같은 민간 주도상의 필요성과 앞으로 생길 가능성’을 물었다. 세 명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관심 없다”라고 답했다. 딱 한 명에게서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류충민 센터장은 “국내에도 브레이크스루상처럼 혁신적인 발견이나 기초과학에서 결과를 낸 과학자에게 큰 상금과 함께 상을 수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과학자들이 소극적으로 답한 가장 큰 이유는 '상을 말하기 불편한' 문화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은 잘한 점을 칭찬하는 '수상'보다, 그간 열심히했다는 '보상' 개념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민간 기업보단 공적 기관 등에서 시상식을 주최하는 경우가 많고,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가 중요한 문화로 남아있다. 또 연구가 '근본적인 발견'을 했느냐, 보다 얼마나 '경제적 가치'를 냈느냐를 더 우선하는 풍토가 강하다. 브레이크스루상은 인용 논문 수 등 보다 패러다임을 바꿨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고, 이런 판단은 노벨상 수상자가 직접 심사하고 추천한다. 외부 간섭, 정치적인 고려 등이 모두 배제된다. 류충민 센터장은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누구나 인정하는 혁신성, 공정성 그리고 권위를 갖춘 상이 있으면 좋겠다"며 "10억 정도의 상금에, 누구나 인정하는 심사위원이 심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자 A씨는 "대중이 모두 관심을 갖고, 과학자들도 권위 있다고 여기는 국내 상이 생기면 젊은 과학자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과학자들도 전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며 "국민이 발견과 결과를 인정하면 기업도 상금이 큰 상을 만드는 데 기꺼이 나서는 등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2025 브레이크스루상, '기초 의학'에서 휩쓸어
한편, 2025 브레이크스루상은 ▲생명과학 ▲기초물리학 ▲수학 등 세 개 분야에서 총 여섯 개의 수상팀이 뽑혔다. 수상팀을 간단히 소개한다.


▶GLP-1=위고비, 오젬픽 등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약의 시초가 된 연구를 한 연구자 5명(캐나다 토론토대 다니엘 드러커 교수, 미국 하버드대 조엘 하베너 교수, 덴마크 코펜하겐대 옌스 율 홀스트 교수, 미국 록펠러대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교수, 노보노디스크사 로테 비에레 크누드센 연구원)이 공동 수상했다. 1980년대 초 하베너 교수가 아귀의 췌장에서 이 호르몬 유전자 데이터를 얻었다. 하베너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이던 드러커 교수가 함께 연구했다. 이후, 모이소프 교수가 협력해 쥐의 췌장 세포에 이 호르몬의 인슐린 생성 자극, 식욕 조절 등 기능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 홀스트 교수가 GLP-1이 돼지 인슐린 생성을 자극하고, 돼지 장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크누드센 연구원이 현재 2형 당뇨병 환자와 비만 환자가 사용하는 약으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다발성경화증 원인 확인=신경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예방 가능성을 연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스티픈 하우저 교수와 하버드대 알베르토 아스케리오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하우저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이 면역 세포인 B세포가 신경 세포를 손상하는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아스케리오 교수는 1000만 명이 넘는 젊은 성인의 혈청을 20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다발성경화증 발병 위험을 32배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다발성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는 EBV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기술=하버드대 데이비드 류 교수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 두 가지를 개발한 공로로 수상했다. 류 교수는 2016년 DNA를 자를 필요 없이, 유전적 질환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철자 오류'를 교정하는 연기 편집 방법을 개발했다. 2019년에는 결함이 있는 DNA 전체 구간을 교정된 버전으로 대체하는 편집 방법을 발명했고, 거의 모든 질병 유발 돌연변이를 정상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전 세계 연구실에 2만 회 이상 배포됐고, 다섯 개국에서 최소 열다섯 건의 임상 시험이 시작됐다. T세포 백혈병, 낫적혈구 빈혈, 고콜레스테롤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루게릭병, 근위축증, 심근병, 유전적 실명과 청력 상실 등은 동물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교정·치료 됐다.

이 외에 기초 물리학 분야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에서 거대강입자가속기를 사용해 입자물리학을 연구한 1만 3508명이 공동 수상했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헤라르뒤스 엇호프트 교수가 과거부터 핵과학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브레이크스루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학상은 독일 막스플랑크수학연구소 데니스 게이츠고리 교수가 정수론·기하학·함수 분야를 통합한 이론인 '랭글랜즈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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