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울증 약, 겁내지 말고 드세요

엄준철 약사

엄준철의 약·잘·알(약 잘 알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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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약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국민건강영양조사’로 파악한 한국 사람들의 우울감 경험률은 2023년 기준 11.6%다. 우울증 환자는 2022년 기준 100만명을 넘었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우울감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료 받기를 회피하고, 약을 먹는 건 더욱 두려워하곤 한다. 우울증 약은 부작용이 많고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우울증이 악화될 때까지 버티는 경우도 많은데, 우울증 약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알고 있으면 막연한 두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 우울증 약이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경증~중등증 우울증에는 ‘에스시탈로프람’이라는 성분의 약을 1차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한다. 이 약은 약물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서 다른 약을 여러 가지 먹는 사람도 문제없이 복용할 수 있고, 다른 부수적 효과 없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효과만 주기 때문에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에스시탈로프람은 효과 또한 매우 좋은 편에 속하는데, 우울증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관해율이 무려 33%에 달한다. 즉, 우울증 환자 3명 중 1명은 에스시탈로프람 하나만 갖고도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시탈로프람은 하루에 한 번 한 알만 먹는 약이며, 처음 먹는 사람의 경우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2개월 정도 지나야 최대 약효를 느낄 수 있다.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우울증 증상이 대부분 없어지고, 우울증 검사에서도 정상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 다만, 증상이 좋아졌어도 1~2년은 계속해서 복용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은 이 약으로 치료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치료에 실패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속 메스꺼움, 입 마름, 어지러움, 식은땀 등이다.


다른 우울증 약에 비해 부작용이 약한 편이지만, 불편함이 심해서 못 먹겠다면 다른 약으로 바꿔보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에스시탈로프람에서 ‘설트랄린’이나 ‘데스벤라팍신’으로 바꿀 경우 좀 더 강한 약효가 나타나고, 기존 부작용이 사라지기도 한다.

약효가 어느 정도 있지만 부족하다 싶으면 기존 우울증 약 한 알에 다른 우울 증약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를 ‘증폭치료’라고 하는데, 작용 원리가 약간 다른 ‘아리피프라졸’, ‘쿠에티아핀’ 같은 신경과 약을 추가해 효과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두 가지 약으로도 안 되면 또 다른 약을 추가해 세 가지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세 가지 약으로도 안 되는 경우 보통 ‘치료저항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경우 더 강한 약을 쓸 수 있고, ‘신경조절술’이라고 하는 기계를 이용한 치료법이나 코 흡입제 등으로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도 고려한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울증 약은 내성이나 의존성이 없어서 중독되지 않는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우울증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해서 걱정하는 환자도 있는데, 살이 찌는 약이 있고 살이 오히려 빠지는 약도 있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약인지 파악한 후 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젊은 여성 우울증 환자의 경우 살찌는 부작용에 아주 예민한데, 살이 많이 찌는 우울증 약 순서는 ▲파록세틴 ▲미르타자핀 ▲독세핀 ▲아미트립틸린 ▲노르트립틸린 ▲클로미프라민이다.

살이 거의 찌지 않고 중립적인 우울증 약은 에스시탈로프람·벤라팍신·데스벤라팍신·설트랄린·트라조돈이다. 이들 약을 복용했음에도 살이 찐다면 살이 빠지는 우울증 약을 선택해볼 수 있다. 식욕이 감소하고 살이 빠지는 우울증 약은 플루옥세틴과 부프로피온이다. 두 약은 비만클리닉에서도 식욕억제제로 처방한다.

우울증 약을 먹고 졸리거나 멍해져서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경우,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피로감, 집중력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보티옥세틴, 부프로피온을 선택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약을 먹고 성적 흥미가 감소하고 발기부전이 생겼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성기능이 감소하는 우울증 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약이 있다. 부프로피온, 미르타자핀, 아고멜라틴 등은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울증 약은 효과나 부작용 여부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면 개인별 맞춤형으로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적게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약효가 다르고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약을 찾아보는 게 좋다. 2~3개월 복용해보고 효과 부족이나 부작용 발생으로 포기하지 말고, 최소 6~24개월은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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