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의료진 "AI 기술, 조기 진단율·검사 효율 제고에 기여할 것"

정준엽 기자

'초고령사회 건강검진의 미래와 발전방향'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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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센 이호석 책임매니저/사진=정준엽 기자
초고령사회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령자들의 건강검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초고령사회 건강검진의 미래와 발전방향' 심포지엄에서 의료진들과 의료 AI 기업 관계자들은 AI가 초고령 환자들의 건강검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의료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병변을 AI가 발견해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놓치는 부분, AI가 잡는다"
이날 연사로 나선 의료 AI 기업 웨이센 이호석 책임매니저는 대장 내시경 검사에 AI 기술이 도입되면 고령자들의 건강 이상을 조기에 진단해 생존율·완치율 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웨이센은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실시간 분석해 용종 등 병변을 감지하고 전문의에게 알리는 AI 의료기기 '웨이메드 엔도'를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KMI한국의학연구소 전국 대부분의 건강검진센터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소화기관 암은 매년 국내 300만명 이상이 진단받을 만큼 발병 사례가 많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실제로 조기 진단 시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자가 조기에 검사받지 않거나 검사를 받더라도 의료진의 실수로 병변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커 병변을 놓치는 비율을 말하는 '간과율'이 약 20%라는 연구도 있다.


이호석 책임매니저는 AI를 활용한 내시경 기술이 의료진이 간혹 놓칠 수 있는 병변을 대신 발견해 검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이 발견하지 못했으나, AI가 의료진 대신 대장 용종을 발견한 사례를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에서 의료진은 대장 내 주름 사이에 숨어있던 용종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AI가 이를 발견하고 다른 색상으로 표시한 후 의료진에게 알람 신호를 전달했다.

이호석 책임매니저는 “의료 직무를 기준으로 앙케트를 진행해 봤을 때도 AI가 의료 분야에 적영되는 것이 유용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3.4%였다"며 "의료진들도 AI가 진단을 보조해 주는 것을 점점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향후 AI 기술이 더욱 발전해 의료진들의 부담을 더 덜어줄 것으로도 기대했다. 그는 "현재 의료 AI 기술 수준은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계와, 의료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 결정에 확신을 실어주는 단계의 사이에 있다"며 "AI가 먼저 결정을 하고 의료진이 확인을 하는 자동화 기능도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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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의료진 "AI 도입, 검사에 도움 될 것… 검사 효율성 높아져"
의료진들 또한 건강검진 시 AI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의료 AI가 건강검진에 도입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고,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군을 선별해 검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민 교수는 "초고령 환자 검진에서 의료 AI를 활용하는 것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며 "무증상 단계에서 질환을 조기에 발견·예측하는 '기회진단 AI'가 도입되면, 일일이 모든 환자들에게 바로 CT 촬영을 하기보다 고위험군을 선별해 내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안지현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이미 AI를 활용 중인 의료진들의 반응을 공유했다. 안 위원은 "의료 현장에서는 'AI가 도입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아줘서 좋다'는 의견과 '너무 많이 잡아줘서 정확하게 진단한 게 맞는지 다시 확인해 봐야 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아직 공존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지현 위원은 내시경 검사 시 AI 기술의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안 위원은 "내시경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50~60대 의료진들의 실력, 경험, 지식은 믿을 수 있지만, 그들의 동체시력까지 믿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는 검사를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AI가 내시경 검사를 보조해주고 있는지 여부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박상민 교수, 안지현 위원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정혜은 건강증진과장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 ▲세계일보 정진수 기자가 ‘국가암검진 AI 도입 가능성’을 주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복지부 정혜은 과장은 "국가암검진에 AI가 채택되기 위해서는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성, 유효성을 완전하게 확보됐다는 근거가 충분히 쌓여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건강검진위원회 등 의사결정 협의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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