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왜 우리 엄마는 ‘미스터트롯’에 열광할까
김서희 기자
입력 2025/04/02 17:39
젊고 활기 있던 과거 회상… 소속감 느끼기도
갱년기 감정 기복 완화하는 ‘삶의 영양제’
60대 주부 이모(서울 강남구)씨는 늘 똑 같은 일상 속 유일한 활력소가 ‘트로트’다. 갱년기에 접어들어 감정 기복이 심해졌는데,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신나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한결 나아진다. 자식들이 장성해 시간도 많아져, 마음 맞는 친구와 통화하며 트로트 가수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기도 한다.
비단 60대 주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개그우먼 이영자도 한 프로그램에 나와 “트로트 ‘덕질’을 하며 갱년기를 극복하고 활력을 찾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해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습관이 우리네 엄마들에게 어떤 위로를 가져다 주는 걸까.
◇갱년기 시기와 맞아 떨어져
중년 여성이 특히 트로트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현상 중 하나일 수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를 더 긍정적으로 회상한다. 좋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 가사가 주를 이루는 트로트를 들으며 젊고 활기 넘쳤던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이다.
갱년기 시기와 트로트를 좋아하는 연령대가 맞아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중년 이후 찾아오는 갱년기와 자녀가 독립해 떠난 이후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트로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노래를 듣고 공연장 등을 찾는 것은 그동안 느끼지 못하던 소속감을 주기도 한다.
비단 60대 주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개그우먼 이영자도 한 프로그램에 나와 “트로트 ‘덕질’을 하며 갱년기를 극복하고 활력을 찾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해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습관이 우리네 엄마들에게 어떤 위로를 가져다 주는 걸까.
◇갱년기 시기와 맞아 떨어져
중년 여성이 특히 트로트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현상 중 하나일 수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를 더 긍정적으로 회상한다. 좋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 가사가 주를 이루는 트로트를 들으며 젊고 활기 넘쳤던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이다.
갱년기 시기와 트로트를 좋아하는 연령대가 맞아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중년 이후 찾아오는 갱년기와 자녀가 독립해 떠난 이후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트로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노래를 듣고 공연장 등을 찾는 것은 그동안 느끼지 못하던 소속감을 주기도 한다.
◇세로토닌 증가… 기분 전환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
갱년기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수치가 감소한다. 이 때문에 감정 기복이 커진다. 이때 트로트 노래를 듣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기분 전환에 크게 도움이 된다. 서희선 교수는 “갱년기 전후로 호르몬이 요동치면 사소한 일에 화가 나거나 눈물이 나는 등 기분 변동이 심해진다”며 “이때 좋아하는 것을 보거나 들으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트로트를 따라부르는 행동은 간접적으로 치매도 예방해준다. 노래 가사를 외우고 친구들과 다같이 이야기하는 행동이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트로트는 가사 내용이 쉽고 멜로디가 단순해 쉽게 따라하거나 함께 모여서 부르기 좋다”며 “이때 친구들과 관심 있는 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뇌 혈류가 개선되고 개선하고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또한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무기력함 떨치게 돕는 ‘삶의 영양제’ 역할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는 등의 긍정적인 정서 경험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에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수용체에 잘 결합하지 않아 무기력감·우울증 증상이 찾아온다. 실제로 호르몬 수치 변화가 우울증 위험도를 높인다는 캐나다 리자이나대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같은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방안 중 하나가 트로트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좋아하는 연예인에 열정을 쏟거나 트로트를 따라 부르면서 우울한 감정을 잠시 잊어버릴 수 있다”며 “즐거움·행복·안도감·쾌락 등 긍정적 정서 경험을 가져다줘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꼭 트로트가 아니어도 된다. 전홍진 교수는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는 것이 결국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정을 가지고 사랑하면 일상의 활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 가수, 반려동물, 식물 등과 같은 다양한 대상을 응원하는 게 삶의 ‘영양제’인 셈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쫓는 사람의 행복감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한국학교보건학회지에 실린 바 있다. 트로트를 듣고 트로트 가수를 좋아하며 하는 모든 활동은 집중하고, 심취하며, 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 된다.
트로트에 열정적인 엄마 또는 아내를 위해서는 가족의 지지도 중요하다. 갱년기로 인해 생기는 신체·정신적 변화를 이해하고 지지해 줄 가족의 존재는 필수 요소다. 트로트를 즐기는 당사자 역시 혼자 활동하기보다는 가족과 공유하고, 본인이 안고 있는 고민 역시 가족과 함께 대화를 통해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