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펫
수의사 처방 대상 약인데 약국서 판매? 심장사상충 예방약 둘러싼 갈등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입력 2025/04/02 13:09
수의사 처방 대상 의약품, 즉 전문의약품 개념에 해당하는 약도 지금은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처럼 판매되고 있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보호자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동물병원 아닌 약국을 통해 구매하고 있지만, 수의사들은 이에 우려를 표한다. 이유가 뭘까?
◇유명무실한 ‘수의사 처방제’, 일부 동물약 약국서 자유롭게 구매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현재 동물약은 인체약에서처럼 의약 분업이 완전히 이뤄져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수의사 처방제(수의사법 시행규칙 제11조)를 도입하기는 했다. 동물용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반려동물 백신,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을 수의사 처방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약사법 예외 조항에 의해 약국 개설자는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이더라도 주사용 항생 물질 제제 및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하고는 약국에서 처방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수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과 반드시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의 구분도 사실상은 없다.
수의사와 약사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동물약 취급 약국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5년 4월 1일 지방인허가행정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만 2427곳의 동물약국이 운영 중이다. 전체 약국(2만 5348곳)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수요가 뒷받침되는 덕분이다. 가톨릭대 약학대학 연구팀이 반려동물 보호자 10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2년 설문 조사 결과, 95%(102명)가 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동물병원에서 약을 사면 보통 진료비까지 내야 하는데, 약국에선 약만 쉽게 살 수 있다. 대한약사회가 2023년 반려동물 보호자 2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동물약국을 이용하는 이유로 45.9%의 응답자가 ‘약값 부담이 적어서’(복수응답 가능)를 꼽았다.
가톨릭대 약학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보호자들이 동물약국에서 주로 구매한 약은 ▲심장사상충 예방약(85.0%가 구매 경험) ▲구충제(48.6%) ▲귀 염증약(37.4%) ▲피부약(33.6%) ▲백신(21.5%) ▲위장약(15.0%) ▲해열소염진통제(11.2%) 등이었다.
◇‘일반 의약품’처럼 팔리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두고 갈등
관건은 ‘현재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약들이 진정으로 수의사의 진료·처방 없이 구매해도 괜찮은 약인가’다. 이를 두고 약사와 수의사 견해가 갈리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약이지만, 약사 예외 조항에 의해 처방 없이도 동물약국에서 살 수 있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대표적이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됐는데도 이 사실을 모르고 동물약국에서 산 심장사상충 예방약만 계속 먹이면 반려동물은 결국 사망한다”며 “진료 후에 사용할 필요가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약사 측은 심장사상충 관련 진료와 검사가 필요한 때가 분명 있겠으나, 약을 살 때마다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강병구 동물약품이사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매번 수의사 진료를 거쳐서 판매해야 할 정도의 약은 아니다”며 “미국동물병원협회는 오히려 어린 개체가 6~7개월령이 되기 전까지는 동물병원에서 별도의 심장사상충 검사를 할 필요 없이, 꾸준히 예방약을 먹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의 진료·검사가 필요한 일부 감염 사례 때문에 심장사상충 예방약 자체를 일반 의약품 아닌 전문 의약품 취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선결 조건 해결한 후… 동물약에서도 의약 분업 가능
갈등이 첨예하지만, 수의계가 동물약 영역에서의 ‘일반 의약품’ 개념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현재 동물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들 중, 단순 귓병·눈병 약, 경증 피부 질환 연고, 감기약 등은 수의사 처방 없이 약국 판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동물약 영역에서의 완전한 의약 분업에 대해서도 수의계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의약 분업을 할 만한 체계가 먼저 맞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허주형 회장은 “처방전에 기재할 반려동물 질병 코드의 표준화 그리고 질환 별로 사용할 의약품의 표준화 등 과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수의사 처방 대상인 약도 실제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약사 예외 조항의 삭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사람 병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에는 환자의 질병분류기호(진단명, 병명코드)가 표기된다. 의료법 제18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12조가 이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동물 의료 영역에서는 아직 표준화된 질병 코드가 확립되지 않았다.
약사들은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앞으로 동물약 분야에서도 의약 분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강병구 동물약품이사는 “동물약에서도 의약 분업이 완전히 이뤄진 덴마크의 경우, 의약 분업 전후로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이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며 “의약 분업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관리에 약사가 참여하게 한다면 항생제 오남용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수의사 처방제’, 일부 동물약 약국서 자유롭게 구매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현재 동물약은 인체약에서처럼 의약 분업이 완전히 이뤄져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수의사 처방제(수의사법 시행규칙 제11조)를 도입하기는 했다. 동물용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반려동물 백신,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을 수의사 처방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약사법 예외 조항에 의해 약국 개설자는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이더라도 주사용 항생 물질 제제 및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하고는 약국에서 처방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수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과 반드시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의 구분도 사실상은 없다.
수의사와 약사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동물약 취급 약국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5년 4월 1일 지방인허가행정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만 2427곳의 동물약국이 운영 중이다. 전체 약국(2만 5348곳)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수요가 뒷받침되는 덕분이다. 가톨릭대 약학대학 연구팀이 반려동물 보호자 10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2년 설문 조사 결과, 95%(102명)가 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동물병원에서 약을 사면 보통 진료비까지 내야 하는데, 약국에선 약만 쉽게 살 수 있다. 대한약사회가 2023년 반려동물 보호자 2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동물약국을 이용하는 이유로 45.9%의 응답자가 ‘약값 부담이 적어서’(복수응답 가능)를 꼽았다.
가톨릭대 약학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보호자들이 동물약국에서 주로 구매한 약은 ▲심장사상충 예방약(85.0%가 구매 경험) ▲구충제(48.6%) ▲귀 염증약(37.4%) ▲피부약(33.6%) ▲백신(21.5%) ▲위장약(15.0%) ▲해열소염진통제(11.2%) 등이었다.
◇‘일반 의약품’처럼 팔리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두고 갈등
관건은 ‘현재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약들이 진정으로 수의사의 진료·처방 없이 구매해도 괜찮은 약인가’다. 이를 두고 약사와 수의사 견해가 갈리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약이지만, 약사 예외 조항에 의해 처방 없이도 동물약국에서 살 수 있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대표적이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됐는데도 이 사실을 모르고 동물약국에서 산 심장사상충 예방약만 계속 먹이면 반려동물은 결국 사망한다”며 “진료 후에 사용할 필요가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약사 측은 심장사상충 관련 진료와 검사가 필요한 때가 분명 있겠으나, 약을 살 때마다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강병구 동물약품이사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매번 수의사 진료를 거쳐서 판매해야 할 정도의 약은 아니다”며 “미국동물병원협회는 오히려 어린 개체가 6~7개월령이 되기 전까지는 동물병원에서 별도의 심장사상충 검사를 할 필요 없이, 꾸준히 예방약을 먹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의 진료·검사가 필요한 일부 감염 사례 때문에 심장사상충 예방약 자체를 일반 의약품 아닌 전문 의약품 취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선결 조건 해결한 후… 동물약에서도 의약 분업 가능
갈등이 첨예하지만, 수의계가 동물약 영역에서의 ‘일반 의약품’ 개념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현재 동물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들 중, 단순 귓병·눈병 약, 경증 피부 질환 연고, 감기약 등은 수의사 처방 없이 약국 판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동물약 영역에서의 완전한 의약 분업에 대해서도 수의계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의약 분업을 할 만한 체계가 먼저 맞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허주형 회장은 “처방전에 기재할 반려동물 질병 코드의 표준화 그리고 질환 별로 사용할 의약품의 표준화 등 과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수의사 처방 대상인 약도 실제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약사 예외 조항의 삭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사람 병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에는 환자의 질병분류기호(진단명, 병명코드)가 표기된다. 의료법 제18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12조가 이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동물 의료 영역에서는 아직 표준화된 질병 코드가 확립되지 않았다.
약사들은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앞으로 동물약 분야에서도 의약 분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강병구 동물약품이사는 “동물약에서도 의약 분업이 완전히 이뤄진 덴마크의 경우, 의약 분업 전후로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이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며 “의약 분업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관리에 약사가 참여하게 한다면 항생제 오남용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