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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생각해도 끊을 생각은 못 하는 게 마약… 평생을 망가뜨린다” [마약, 손절의 길]
오상훈 기자
입력 2025/04/01 15:39
[중독자 인터뷰]
마약 관련 사건은 자극적인 키워드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약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마약을 구해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다. 대부분은 친구나 연인, 직장 동료가 무심코 건넨 마약으로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마약에 빠진 사람들 중 절반은 평생 벗어 나오지 못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가량은 마약을 끊으려고 발버둥 친다. ‘단약’ 의지가 있는 중독자들에겐 마약으로부터 벗어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편집자주]
“20년 간 끊었던 사람도 다시 찾는 게 마약”이라며 “죽을 때까지 끊지 않는 한 완전한 단약은 없다”고 말하는 중독 경험자가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만난 한창길(54)씨다. 그는 단약 6년 2개월 차다. 그는 30년 간 마약에 빠져 살다가 수감된 교도소에서 가까스로 단약의 기회를 얻고 현재는 회복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과거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하는 중독자들을 돕고 있다.
◇7년간 참았다는 오만, 결국 필로폰까지
한씨는 30년 간 중독에 허덕였다. 중학생 때는 본드와 가스였고 20대 때는 도박이었다. 1995년, 도박하다가 진 빚 때문에 도망치듯이 건너간 일본에서는 대마와 사행성 게임에 빠져 살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마약에 손을 대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마약으로 맺어진 관계가 끊임없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친구의 권유로 대형마트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4억 원의 빚을 지게 됐을 때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관리했을 때도 약을 권유받았다.
빚을 다 갚고 나자 그의 삶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다.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했다. 7년 간 마약을 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다시 마약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7년이나 참았는데 한 번 해보고 또 못 참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며 “필로폰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지 얼마 안 된 지인에게 연락해 필로폰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죽음은 알았어도 ‘단약’은 몰라”
마약 중독자들은 “첫 뽕은 아무리 해도 그 느낌이 안 온다”고 말한다. 처음 투약했을 때의 쾌락을 갈구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많다. 한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만 더해야지’라는 생각이 10년이나 이어졌다. 그 사이 모아놓은 돈은 다 쓰고 전세금까지 빼서 필로폰을 샀다. 아내와는 이혼했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었다. 정신차려보니 PC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었다. 필로폰을 너무 자주 투약해 혀가 말려서 기도를 막아 숨이 안 쉬어질 때도 잦았다. 말린 혀는 ‘그냥 이대로 죽자’며 포기해야 원래대로 돌아오곤 했다. 혀가 돌아오면 물을 마셔야 하는데 그때 또 다시 약을 투여했다. 스스로의 상황이 비참해 공중화장실에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가, 수건걸이가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했다.
‘죽음’은 생각했어도 ‘단약’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약을 끊었다는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교도소에 수감될 때까지 약을 했다. 교도소 안에서 만난 마약사범들도 “마약은 죽어야 끊는다”고만 했다. 한씨는 “마약방 수감자들은 출소 후 약발 잘 받으라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먹는다”라며 “노인들이 다섯 번, 열 번째라고 말하는 걸 들은 뒤 내가 남은 생애 동안 몇 번이나 감옥에 더 들어올지 계산했던 순간이 선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소자 교육의 일환으로 한 회복상담사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그 상담사는 스스로를 “25년 간 마약에 중독돼 있다가 15년 넘게 단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치던 한씨는 세 시간의 강의가 끝난 뒤 충격을 받아 한 시간 정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회복 상담사 찾아가 “살려달라”
2019년에 출소했다. 그 길로 박영덕 센터장을 찾아가 살려달라며 빌었다. 그런 그에게 박 전 센터장은 세 가지를 요구했다. 연락처를 전부 지우고 병원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NA(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전 센터장의 권유로 한씨는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2년 정도 공부해 학위를 딴 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회복 지원가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뚜렷한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보조 강사 등으로 일하며 마약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울 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21년 5월, 첫 강의를 시작으로 한씨는 지금까지 교도소, 병원 등에서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현재 그의 연락처는 강의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전화번호로 가득 차 있다.
“20년 간 끊었던 사람도 다시 찾는 게 마약”이라며 “죽을 때까지 끊지 않는 한 완전한 단약은 없다”고 말하는 중독 경험자가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만난 한창길(54)씨다. 그는 단약 6년 2개월 차다. 그는 30년 간 마약에 빠져 살다가 수감된 교도소에서 가까스로 단약의 기회를 얻고 현재는 회복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과거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하는 중독자들을 돕고 있다.
◇7년간 참았다는 오만, 결국 필로폰까지
한씨는 30년 간 중독에 허덕였다. 중학생 때는 본드와 가스였고 20대 때는 도박이었다. 1995년, 도박하다가 진 빚 때문에 도망치듯이 건너간 일본에서는 대마와 사행성 게임에 빠져 살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마약에 손을 대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마약으로 맺어진 관계가 끊임없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친구의 권유로 대형마트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4억 원의 빚을 지게 됐을 때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관리했을 때도 약을 권유받았다.
빚을 다 갚고 나자 그의 삶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다.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했다. 7년 간 마약을 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다시 마약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7년이나 참았는데 한 번 해보고 또 못 참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며 “필로폰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지 얼마 안 된 지인에게 연락해 필로폰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죽음은 알았어도 ‘단약’은 몰라”
마약 중독자들은 “첫 뽕은 아무리 해도 그 느낌이 안 온다”고 말한다. 처음 투약했을 때의 쾌락을 갈구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많다. 한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만 더해야지’라는 생각이 10년이나 이어졌다. 그 사이 모아놓은 돈은 다 쓰고 전세금까지 빼서 필로폰을 샀다. 아내와는 이혼했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었다. 정신차려보니 PC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었다. 필로폰을 너무 자주 투약해 혀가 말려서 기도를 막아 숨이 안 쉬어질 때도 잦았다. 말린 혀는 ‘그냥 이대로 죽자’며 포기해야 원래대로 돌아오곤 했다. 혀가 돌아오면 물을 마셔야 하는데 그때 또 다시 약을 투여했다. 스스로의 상황이 비참해 공중화장실에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가, 수건걸이가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했다.
‘죽음’은 생각했어도 ‘단약’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약을 끊었다는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교도소에 수감될 때까지 약을 했다. 교도소 안에서 만난 마약사범들도 “마약은 죽어야 끊는다”고만 했다. 한씨는 “마약방 수감자들은 출소 후 약발 잘 받으라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먹는다”라며 “노인들이 다섯 번, 열 번째라고 말하는 걸 들은 뒤 내가 남은 생애 동안 몇 번이나 감옥에 더 들어올지 계산했던 순간이 선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소자 교육의 일환으로 한 회복상담사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그 상담사는 스스로를 “25년 간 마약에 중독돼 있다가 15년 넘게 단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치던 한씨는 세 시간의 강의가 끝난 뒤 충격을 받아 한 시간 정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회복 상담사 찾아가 “살려달라”
2019년에 출소했다. 그 길로 박영덕 센터장을 찾아가 살려달라며 빌었다. 그런 그에게 박 전 센터장은 세 가지를 요구했다. 연락처를 전부 지우고 병원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NA(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전 센터장의 권유로 한씨는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2년 정도 공부해 학위를 딴 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회복 지원가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뚜렷한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보조 강사 등으로 일하며 마약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울 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21년 5월, 첫 강의를 시작으로 한씨는 지금까지 교도소, 병원 등에서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현재 그의 연락처는 강의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전화번호로 가득 차 있다.
◇한창길씨와의 대화
-첫 강의는 어땠나?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강의냐’는 생각이었다. 마약 중독자에, 배운 것 하나 없는 사람이 무슨 강의냐고. 그런데 박 전 센터장이 경험만 말해도 된다고,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진다고 조언해줘서 얼떨결에 강단에 서게 됐다. 마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덜덜 떨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중독자들이 스스로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다. 교도소에 강의 나가서 ‘본인이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고 하면 절반도 안 든다. 나도 그랬지만 마약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조절 망상’이라고 하는데, 언제든지 마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로 가능한 사람은 단연코 없다. 단약과 재활은 본인이 중독자이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강의를 하면서 점점 중독자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스스로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때가 기회다.”
-청소년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는데, 만나 봤나?
“병원에서 상담사로 일했을 때 많이 봤다. 청소년 중독자들이 무서운 게 뭐냐면 마약을 끊어야 한다는 동기가 없다. 이제 막 시작해서 너무 좋은데 법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하니 부모들에 의해 강제로 입원하는 것이다. 게다가 마약도 필로폰뿐 아니라 펜타닐 등 치명적인 다양한 마약 사용 비율이 높다. 안타깝지만 퇴원해도 다시 투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예방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얼마나 단약을 해야 완전 끊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생이다. 교도소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20년 단약하던 사람도 재발해서 재수감되곤 한다. 왜 다시 했냐고 물어보니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랬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사별이 고통스럽다고 마약을 선택하지 않는다. 마약을 투약했던 경험은 평생 따라다닌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아무리 대단한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고꾸라지는 게 마약 중독이다. 수많은 중독자와 대화를 나누다 깨달은 건 그들 대다수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조금 빠르게 깨달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강의냐’는 생각이었다. 마약 중독자에, 배운 것 하나 없는 사람이 무슨 강의냐고. 그런데 박 전 센터장이 경험만 말해도 된다고,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진다고 조언해줘서 얼떨결에 강단에 서게 됐다. 마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덜덜 떨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중독자들이 스스로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다. 교도소에 강의 나가서 ‘본인이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고 하면 절반도 안 든다. 나도 그랬지만 마약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조절 망상’이라고 하는데, 언제든지 마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로 가능한 사람은 단연코 없다. 단약과 재활은 본인이 중독자이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강의를 하면서 점점 중독자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스스로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때가 기회다.”
-청소년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는데, 만나 봤나?
“병원에서 상담사로 일했을 때 많이 봤다. 청소년 중독자들이 무서운 게 뭐냐면 마약을 끊어야 한다는 동기가 없다. 이제 막 시작해서 너무 좋은데 법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하니 부모들에 의해 강제로 입원하는 것이다. 게다가 마약도 필로폰뿐 아니라 펜타닐 등 치명적인 다양한 마약 사용 비율이 높다. 안타깝지만 퇴원해도 다시 투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예방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얼마나 단약을 해야 완전 끊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생이다. 교도소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20년 단약하던 사람도 재발해서 재수감되곤 한다. 왜 다시 했냐고 물어보니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랬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사별이 고통스럽다고 마약을 선택하지 않는다. 마약을 투약했던 경험은 평생 따라다닌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아무리 대단한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고꾸라지는 게 마약 중독이다. 수많은 중독자와 대화를 나누다 깨달은 건 그들 대다수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조금 빠르게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