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5년간 165조 투자

◇미국·유럽 기업 70% 이상 차지… 팬데믹 기간 시장 위축
1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4년 6월까지 10년 동안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간 M&A 규모는 1조8007억달러(한화 약 2460조원)로, 총 947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미국(363건, 38%)과 유럽(305건, 32%)이 전체의 70%를 차지했고, 질환별로는 항암제 관련 M&A가 22.5%(144건)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2년에는 거래 건수가 크게 늘었고, 엔데믹이 선언된 2023년부터는 거래 규모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21년의 경우 총 102건의 M&A 거래가 성사되며 건수 기준 사상 최대의 M&A를 기록했지만, 규모 측면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에는 금리 인상까지 맞물려 2019년과 건수는 비슷했음에도 규모가 954억달러(한화 약 138조원)로 2019년 2299억달러(한화 약 334조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불확실성↑… 안전 자산에 대규모 투자
코로나19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2023년에는 거래 건수에서 눈에 띄는 성장이 없었지만, 총 1931억달러(한화 약 281조원) 의 거래가 이뤄지는 등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건수 대비 규모의 성장이 큰 최근의 M&A 경향은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대규모 M&A 단행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화이자는 미국 ADC(항체-약물접합체) 전문기업 씨젠을 430억달러(한화 약 62조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암젠은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278억달러(한화 약 40조원)에 인수했다.
팬데믹과 금리 인상 등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겪으면서, 제약사들의 성향이 안전 자산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투자시장에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간 내재된 상황에서 대형 제약사들은 유망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보다, 안전성이나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후기 파이프라인 인수에 중점을 두는 투자성향을 보이면서 거래 가치가 높아진 영향이 있다"고 했다.

M&A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약사는 어디였을까. 거래 건수로 볼 경우, 지난 5년간 가장 적극적으로 M&A를 성사한 기업은 노바티스와 MSD였다. 두 회사는 각각 총 14건의 M&A를 체결했으며,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12건, 화이자·일라이 릴리·사노피가 각각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10년과 5년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2019~2024년 M&A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노보 노디스크가 10년간 체결한 M&A 중 9건이 2019년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파이프라인 강화와 자체 생산 역량 향상 등 기업 성장을 위해 M&A를 적극 활용했다. 2023년에는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신약 개발사 인버사고 파마와 엠바크 바이오텍을 인수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했고, 작년에는 세계 2위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카탈란트를 165억원에 인수해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M&A 거래 규모로 보면 BMS가 1위였다. BMS는 최근 5년간 6건의 M&A를 통해 1141억달러(한화 약 165조원)를 투자했다. 거래 건수는 10위권 밖이었으나, 투자 규모는 가장 컸다. 특허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BMS의 핵심 매출원인 엘리퀴스와 옵디보는 각각 2026년, 2028년에 독점권 상실을 앞두고 있다"며 "BMS는 최근 기업 매출 상승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개발 후기 단계의 신약 물질을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공격적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애브비와 화이자가 M&A에 각각 842억달러(한화 약 122조원)와 825억달러(한화 약 120조원)를 투자해 2·3위를 기록했으며, BMS와 마찬가지로 거래 건수 기준 10위권 밖이었던 다케다가 711억달러(한화 약 103조원)로 4위를 차지했다. 다케다는 2019년 영국 희귀질환 치료제 기업 샤이어를 620억달러(한화 약 90조원)에 인수한 것이 높은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