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디스크 막으려면 ‘건방진 자세’ 기억하세요”

전종보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디스크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안용 교수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은 여러 척추질환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질환이다. 병명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환자 수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목·허리 디스크 환자는 한 해 약 290만명(2023년 기준)에 달한다. 디스크 초기에는 안정을 취하거나 약물·물리치료, 주사치료만 받아도 호전될 수 있다. 이 같은 치료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을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기존 수술이 전신마취 후 피부를 크게 절개해 근육을 벌리고 뼈를 깎아내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미세 수술 도구를 통해 문제 부위만 치료하는 방향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안용 교수를 만나 디스크의 원인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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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안용 교수 /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디스크 질환, 왜 생기나?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은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탄력을 유지하고 충격을 완화해주는 일종의 패드다. 그 패드가 찢어지거나 손상되면서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고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게 추간판탈출증, 즉 목·허리 디스크다.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로 인해 디스크의 수분이 줄면 탄력이 떨어져 손상되기 쉽고, 무리한 운동, 외상, 잘못된 자세에 의해 디스크가 손상될 수도 있다. 드물지만 가족력도 있다. 유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같은 생활 습관, 생활 패턴을 공유하다보니 서로 닮아가는 거다.”

-국내 환자 수가 늘고 있는데?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의 약 20%가 디스크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증가, 운동 부족, 이로 인한 근력 약화, 비만 인구 증가 등과 연관이 있다. 수면부족도 디스크 환자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잠이 부족하면 몸에서 좋은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서 디스크 노화도 빨리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디스크 환자의 특징은?
“디스크 환자 비율은 보통 허리와 목이 8대 2로, 허리 디스크가 훨씬 많다. 그러나 젊은 층은 허리와 목 디스크 비율이 6대 4 정도다. 고령층에 비해 목 디스크 환자가 많고 최근에도 계속 늘고 있다. 앞서 말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잦은 야근 등이 영향을 주고 있다.”


-디스크 의심 증상은?
“일단 허리가 아프다가, 엉덩이나 다리에도 통증이 생긴다. 다음은 신경 증상이다. 감각이 무뎌진다거나, 발목이나 무릎에 갑자기 힘이 빠지고 대소변이 잘 안 나오는 식이다. 저림 증상은 보통 하체에 생기는데, 목 디스크일 경우 팔이 저릴 수도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방사통(질환 부위와 같은 신경에 속한 부위에도 통증이 느껴지는 상태) 때문이다. 한쪽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 불편함을 호소한다.”

-척추관협착증과 디스크의 차이는?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퇴행성 변성이 주원인으로, 척추관을 구성하는 인대나 뼈, 관절 등이 비후되면서 신경 몸통과 신경뿌리를 직접 누른다. 디스크는 급성, 척추관협착증은 만성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자연 치유가 안 되며, 기본적으로 수술 대상이다. 디스크를 겪었던 사람은 척추관협착증 발생 위험이 높고, 반대로 척추관협착증 환자 또한 디스크 발병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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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가 발생하면 통증,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병원에서는 우선 증상을 묻고 통증 부위를 눌러본다. 다리에 방사통이 있다고 하면 다리를 들었을 때 당기는 증상이 심해지는지도 확인한다. 진찰해서 디스크가 의심될 경우 척추 MRI 검사를 진행해 확진한다. 엑스레이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추간판 탈출 여부를 정확히 보려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저림, 통증은 디스크뿐 아니라 다른 신경질환, 뇌졸중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디스크도 수술이 필요한가?
“디스크는 기본적으로 비수술요법 대상이다. 90%는 약 먹고 안정을 취하거나 물리 치료를 받으면 3개월 안에 낫는다. 성질이 말랑말랑해 저절로 없어지고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10% 정도는 수술 대상이 된다. 3개월 동안 치료했지만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하고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됐을 수 있고, 추간판이 광범위하게 탈출했거나 탈출한 추간판이 딱딱한 뼈와 맞물렸을 수도 있다. 이때는 조기에 수술이 필요하다.”

-척추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등 가운데를 크게 절개하고 근육을 벌린 뒤 눈으로 직접 보며 수술했다. 수술하는 의사야 시야가 확보돼 좋겠지만, 환자는 정상 조직까지 손상돼 수술 후 디스크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보니 ‘척추 수술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긴 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상 조직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진화했다. 대표적인 게 현미경 수술이다. 현미경이 도입되면서 과거보다 적게 절개하고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현재는 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도 내시경 수술이 가능해져, 부분 마취 후 비절개로 진행할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5mm 정도 작게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삽입해, 정상 조직을 피해 환부에 접근한다. 이후 카메라를 보면서 환부만 정확히 치료한다. 부분 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비절개 수술 특성상 회복이 빠르고, 출혈이나 합병증의 위험도 적다.”

-유독 개원가에서 디스크 내시경 수술을 많이 시행하던데?
“실제 척추 내시경 수술은 개원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디스크나 협착증 같은 척추 질환은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중증 질환자 위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디스크·협착증 내시경 수술을 하거나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러나 디스크와 협착증은 국민의 30~40%가 앓고 있고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단지 경증 질환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외면 받아선 안 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는 80세 이후에도 척추 수술을 받게 될 텐데, 80·90대 환자에게도 전신마취를 하고 크게 절개할 것인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차원에서 척추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연구한다면 지금보다 수술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치료 후 재발 가능성도 있나?
“디스크는 치료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술 직후 6주 정도는 활동량을 줄이는 게 좋다. 충분히 회복된 후에는 유연성 증진과 근력 회복을 위해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디스크 치료 후에도 바른 자세는 필수다.”

-디스크 예방을 위해서는?
“척추 질환은 타고난 것도 있겠으나, 결국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근력을 강화하고, 척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운동은 현재 척추 상태에 맞게 해야 한다. 척추 근력이 약하다면 몸을 많이 쓰거나 무게를 많이 드는 운동보다는 맨몸으로 버티는 운동, 몸에 중력이 실리는 운동을 추천한다. 플랭크가 대표적이다. 수영처럼 물속에서 하는 운동,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스트레칭도 권장한다”

-어떻게 앉아야 할까?
“옆에서 봤을 때 귓구멍부터 어깨 관절, 골반 관절까지 수직선상으로 떨어져야 한다. 가슴을 약간 내민 자세, 쉽게 말해 ‘건방진 자세’다. 반대로 겸손한 자세, 즉 몸이 앞으로 기울고 등을 굽히는 자세는 좋지 않다. 서있을 때는 무릎 관절와 복숭아뼈가 수직으로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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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안용 교수 /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안용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진료 중이며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이사, 대한최소침습척추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문분야는 척추내시경 수술, 목·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이다. 최소침습 척추수술 전문가로서 많은 임상 경험을 갖고 있으며, SCI급 저명 학술지에 25년간 100건 이상 관련 연구 논문도 게재했다. 2023년에는 최소침습 척추수술 영문 교과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치료 후 환자가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환자의 현재 상황과 질환 종류를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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