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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 다양한 말단비대증… '다학제 진료'로 최적의 치료법 찾는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정준엽 헬스조선 기자

베스트 클리닉_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조기 진단할수록 완치율·합병증 치료율 높아져
수술 어려울 경우 약물·방사선 치료 고려하기도
합병증 많고 복잡… 다학제 진료 중요
여러 科 협진해 치료법 결정하고 함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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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은 말단비대증을 다학제 진료한다. 의료진이 환자 케이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하림 헬스조선 객원기자
뇌하수체종양 중 성장호르몬 과다 분비로 생기는 말단비대증은 대사질환·심뇌혈관질환·근골격계질환·암 등 각종 합병증의 위험을 높인다. 종양이 뇌하수체에 한정된 경우 수술을 통한 완치 가능성이 높지만, 종양이 크고 주변 혈관·신경 등 수술적 접근이 위험한 부위까지 침범한 경우 수술만으로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진단이 늦어지거나 완치되지 못해 성장호르몬 과다 분비가 지속되면 합병증 발생·사망 가능성이 커 조기 진단·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치료로 수술·약물·방사선 치료 등을 고려해야 하고, 합병증 관리도 동시에 필요해 다학제 진료·관리가 가장 바람직하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말단비대증을 다학제 진료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치료하는 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말단비대증 다학제 치료팀은 뇌하수체질환을 집중 치료하는 4개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진단·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 전후 과정을 관리한다. 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허규연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타 병원 의료진이 말단비대증을 의심하거나, 올바르게 진단하더라도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삼성서울병원에 환자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 후 완치되지 않았거나 재발할 경우 재수술이나 추가적인 약물·방사선 치료, 합병증 관리를 위해 전문의료기관으로 의뢰한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치료할수록 증상 크게 호전


말단비대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얼굴·손발 모양 등 근골격계 변화로, 한 번 생긴 변형은 되돌리기 어렵다. 성장호르몬 과분비 상태가 지속되면 당뇨병·고혈압·심혈관 질환·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환자마다 진단 시점은 서로 다르다. 젊은 여성은 생리불순으로 병원을 찾았다 발견하기도 하지만, 남성은 특별한 징후가 없어 진단이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발병 사실을 모른 채 치과에서 교정 치료·양악수술을 받고 지내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

일부는 일반인임에도 여러 정보를 참고해 외형 변화만으로 말단비대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다. 이처럼 질환이 심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개 종양 크기가 작아 높은 완치율과 합병증 발생 최소화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이유빈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수술을 의뢰한 말단비대증 환자 중에는 심각한 심부전,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고혈압, 대장암 등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거나, 갑상선암으로 인해 갑상선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먼저 진단하고 문제를 빠르게 교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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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이유빈 교수(왼쪽)와 허규연 교수. /정하림 헬스조선 객원기자
수술부터 고려… 상황 따라 약물·방사선치료도 병행

말단비대증의 1차 치료는 수술로, 대부분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가 코를 통한 내시경적 수술을 공동 진행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가 종양 완전 제거를 목표로 수술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뇌하수체종양클리닉 공두식 교수(신경외과)는 "과거에는 수술적 완치가 70∼80%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90%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로 완치된 환자는 수술만으로 치료가 종료되며, 이후에는 재발 여부만 추적·관찰한다.

약물 치료는 경우에 따라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번 주사제를 투여해 성장호르몬 수치를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처음에는 3개월마다 약물 용량 조절을 결정하고, 용량이 잘 설정되면 이를 유지한다. 주사제는 1차로 '소마토 스타틴 유사체' 를 사용하며, 반응이 부족한 환자는 2차로 경구제인 도파민 작용제나 성장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는 주사제를 사용할 수 있다. 약물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마나이프 등 방사선 치료를 약물 치료와 병행한다.

안타깝게도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투약을 평생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환자들의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받지만, 일부 기관은 특수한 주사에 부담을 느껴 병원을 옮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허규연 교수는 "평생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먼 거리의 병원까지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근처 병원에서도 특수 약제를 주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도 등장했다. 자가 주사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돼, 주사 방법을 교육받은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진단·치료·합병증 관리… 다학제 협진으로 최적 치료법 모색

말단비대증을 효과적으로 진단·치료하고, 동반되는 여러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다학제 진료가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신경외과 ▲내분비대사내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환자 한 명의 진료에 함께 참여한다. 내시경적 수술은 신경외과·이비인후과 간 협진을 통해 이뤄진다. 종양 자체는 뇌에 속해 신경외과에서 제거를 담당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를 통해 종양 직전까지의 경로에 접근하고, 종양을 제거한 부위를 재건한다. 내분비대사내과는 진단·약물 치료·합병증 관리를 맡는다. 특히 말단비대증은 영상 진단 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술 전후 진단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참여한다.

특히 환자가 위중하거나 질환이 복잡한 경우, 의료진은 혼자 진료할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더 적절한 수술 접근법을 다학제 회의를 통해 발견하기도 한다. 취재 당일 공두식 교수는 다학제 회의에서 한 30대 남성 환자의 수술 접근법을 수정했다. 해당 환자는 종양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원래 진행하려던 수술을 한 차례 미룬 상태였다. 공 교수는 "예사롭지 않다"며 다른 뇌하수체종양클리닉 교수들에게 자신이 처음에 생각한 수술 방식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영상 자료를 보며 회의를 거친 결과 더 적절한 수술 접근법을 찾았다.

이처럼 다학제 진료의 효과는 진단·치료법의 정확도를 점검하는 데 있다. 신경외과에서는 수술 방법뿐 아니라 진단이 정확한지를 확인하고자 하며, 내분비대사내과에서는 수술을 통한 완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문의하고 싶어 한다. 허규연 교수는 "말단비대증은 단순히 종양 제거만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가 치료 후 온전히 회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수술의 위험성과 이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절제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일지 다학제 진료를 통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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