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년기는 인생의 황혼기? "새로운 여정을 위한 '시작점'입니다"
오다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 전문가 | 김근유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입력 2025/02/23 22:03
[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흔히 노년기를 고요하게 해가 지는 시간에 빗대어 인생의 '황혼기'라고도 표현하지요. 그러나 이 시기가 모든 사람에게 평온한 것만은 아닙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미완성의 감정과 회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어우러져 마음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노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 축소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연결이 약화되면서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 놓입니다. 이는 단순히 주변 환경이 변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세상과 맺어온 사회적 관계망의 균열로 이어져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고독감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인지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은 자살에 대한 생각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일로 치부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고립된 상태가 길어지면 감정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젊은 연령대의 우울증이 슬프고 불안한 기분으로 표현된다면, 노년기 우울증은 수면 장애, 식욕 감퇴, 만성 피로, 신체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동반돼 치매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가성 치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가성 치매는 우울감이 해소되면 인지 기능이 회복된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치매와 구별됩니다. 그러나 노년 세대는 심리적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도 소극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죄책감에 혼자 감당하려고 하거나, 심지어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떠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자살계획 비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치밀한 계획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 위기에 처한 노인은 정서적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일상적인 행동 속에서 은연중에 위기를 암시하는 신호를 보이곤 합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이러한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죽음이나 삶의 의미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거나, 갑작스럽게 소유물을 정리하는 신변 정리를 하며, 장례 방법이나 제사 등 사망 후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앓아온 질환의 치료를 중단하고 복용하던 약을 더 이상 먹지 않으며 병원 방문을 거부하는 것처럼 삶을 지속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년층의 자살은 청소년이나 성인처럼 단일한 사건이나 충동에서 비롯되기보다 복합적인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사고, 가족 간의 심한 갈등, 만성 질환의 악화,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촉발 사건은 기존에 내재된 심리적 고통감을 심화시키며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변화와 상실은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오랜 세월 정교한 손기술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던 기술자가 노화로 인한 손 떨림으로 도구를 다룰 수 없게 되거나,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모임을 이끌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사람이 거동이 어려워져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드는 상황은 큰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능숙하게 해왔던 일들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은 일상의 주도권을 잃고, 나아가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끼게 만들어 깊은 외로움을 안깁니다.
그러나 상실은 단지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삶의 목적과 가치를 발견할 기회를 열어 주기도 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과정은 앞으로의 여정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도구를 다룰 수 없게 된 기술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는 멘토로 거듭난다면, 이는 과거의 역할을 뛰어넘어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길이 됩니다. 거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이나 이동 지원 서비스를 통해 사회와 다시 연결된다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관계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황혼은 하루의 끝을 알리는 순간을 상징하고, 동시에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는 새벽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인생의 황혼기에서 삶의 가치는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찾고 새롭게 재조명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으며 삶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늙어간다는 건 누구나 겪는 과정이며, 이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노년 세대가 가진 지혜와 경험은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공유돼야 하며, 그들의 삶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합니다. 황혼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홀로 걷는 이 없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노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 축소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연결이 약화되면서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 놓입니다. 이는 단순히 주변 환경이 변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세상과 맺어온 사회적 관계망의 균열로 이어져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고독감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인지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은 자살에 대한 생각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일로 치부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고립된 상태가 길어지면 감정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젊은 연령대의 우울증이 슬프고 불안한 기분으로 표현된다면, 노년기 우울증은 수면 장애, 식욕 감퇴, 만성 피로, 신체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동반돼 치매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가성 치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가성 치매는 우울감이 해소되면 인지 기능이 회복된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치매와 구별됩니다. 그러나 노년 세대는 심리적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도 소극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죄책감에 혼자 감당하려고 하거나, 심지어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떠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자살계획 비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치밀한 계획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 위기에 처한 노인은 정서적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일상적인 행동 속에서 은연중에 위기를 암시하는 신호를 보이곤 합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이러한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죽음이나 삶의 의미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거나, 갑작스럽게 소유물을 정리하는 신변 정리를 하며, 장례 방법이나 제사 등 사망 후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앓아온 질환의 치료를 중단하고 복용하던 약을 더 이상 먹지 않으며 병원 방문을 거부하는 것처럼 삶을 지속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년층의 자살은 청소년이나 성인처럼 단일한 사건이나 충동에서 비롯되기보다 복합적인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사고, 가족 간의 심한 갈등, 만성 질환의 악화,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촉발 사건은 기존에 내재된 심리적 고통감을 심화시키며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변화와 상실은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오랜 세월 정교한 손기술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던 기술자가 노화로 인한 손 떨림으로 도구를 다룰 수 없게 되거나,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모임을 이끌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사람이 거동이 어려워져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드는 상황은 큰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능숙하게 해왔던 일들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은 일상의 주도권을 잃고, 나아가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끼게 만들어 깊은 외로움을 안깁니다.
그러나 상실은 단지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삶의 목적과 가치를 발견할 기회를 열어 주기도 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과정은 앞으로의 여정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도구를 다룰 수 없게 된 기술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는 멘토로 거듭난다면, 이는 과거의 역할을 뛰어넘어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길이 됩니다. 거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이나 이동 지원 서비스를 통해 사회와 다시 연결된다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관계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황혼은 하루의 끝을 알리는 순간을 상징하고, 동시에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는 새벽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인생의 황혼기에서 삶의 가치는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찾고 새롭게 재조명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으며 삶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늙어간다는 건 누구나 겪는 과정이며, 이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노년 세대가 가진 지혜와 경험은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공유돼야 하며, 그들의 삶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합니다. 황혼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홀로 걷는 이 없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