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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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시 오우치 사진과 방사능 노출 사고가 발생한 발전소./사진=데일리메일
방사능 노출 사고로 83일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일본 30대 남성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히사시 오우치(생전 35세)의 사건을 보도했다. 오우치는 1999년 9월 30일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112km 떨어진 도카이무라에 위치한 우라늄 재처리시설에서 동료들과 함께 질산 우라늄 용액을 침전탱크에 혼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원래 자동 펌프를 이용해 혼합해야 했지만, 당시 시설에선 공정을 간소화하는 조치로 인해 손으로 직접 용액을 침전탱크에 부어야 했다. 게다가 임계 질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못된 계산으로 안전 한도를 초과하는 양의 우라늄을 넣었다. 탱크 내 우라늄의 총량이 허용된 양인 2.4kg의 거의 7배에 달하는 16.1kg에 도달했을 때 오우치와 동료들은 푸른 섬광을 봤고 곧바로 방사능 경보가 울렸다. 당시 오우치는 1만7000mSv(밀리시버트)의 방사능에 노출됐다. 방사능 관련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간 20mSv가 넘는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5000mSv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치사량으로 간주된다. 오우치가 노출된 방사능 양은 한 사람이 한 번에 피폭된 방사능 중 가장 높은 양으로 기록됐다.

병원에 실려간 오우치는 처음엔 오른손만 약간 붉어졌지만,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피부가 겹겹이로 떨어져 나가고, 폐에 물이 차 호흡곤란을 겪기도 했다. 소화기관도 멈추기 시작해 매일 3L에 달하는 설사를 했다. 내부 출혈도 심해 하루 최대 10번 수혈을 받기도 했다. 의료진은 피부 이식과 줄기세포 이식 등 여러 치료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당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오우치는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우치의 심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59일 됐을 때 멈췄지만, 가족의 요청으로 세 번 소생됐다. 오우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입원한 지 83일 됐을 때 사망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일본에선 이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산업의 운영 안전에 관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생겼다.


오우치가 겪은 방사능 피폭은 방사선이 물질을 통과할 때 물질에 에너지를 부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 물질이 인체가 될 경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폭은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으로 나뉜다. 외부 피폭은 인체 외부에 있는 방사선원에 신체가 노출될 때 생기는 것으로 투과력이 큰 방사선일수록 큰 영향력이 크다. 내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을 섭취 또는 흡입해서 신체 내에서 세포들이 피폭되는 것을 말한다.

방사능 피폭은 우리 인체에 여러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백내장, 탈모, 전신마비, 불임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방사능 물질 중 스트론튬90이 체내에 들어오면 뼈와 골수에 축적돼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아이오딘131은 갑상선에 축적돼 갑상선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몸으로 유입된 방사능은 세포를 직접 공격해 세포핵 속 유전물질 또는 유전자(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는 여러 암 유발은 물론 성기능장애, 면역기능 장애, 기형아 출산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