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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 11개 적응증 암질심 통과… 급여 확대 파란불 [팜NOW]

정준엽 기자

한국MSD의 펨브롤리주맙 성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여섯 번째 도전 끝에 보험급여 적용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2일 2025년 제1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암질심의 최대 관심사는 키트루다의 추가 급여기준 설정 여부였다. 2023년부터 번번이 암질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키트루다는 5전6기 끝에 11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기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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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사진=한국MSD 제공
◇11개 적응증 암질심 통과… 방광암·신세포암 등 6개는 불발
키트루다가 새롭게 급여기준을 설정한 11개 적응증은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MSI-H(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직결장암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자궁경부암 ▲삼중음성유방암 ▲소장암 ▲담도암 등 9개 암종과 관련이 있다.

반면 ▲방광암 ▲신세포암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 ▲2차 치료 이상 MSI-H 양성 암(위암·난소암·췌장암) 등 6개 적응증은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급여기준 설정에 성공한 11개 적응증은 향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최종 급여 적정성을 심의받는다. 약평위를 통과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까지 모두 마치면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다만, 키트루다는 약가가 높은 데다 적응증이 많아 막대한 정부 재정이 필요한 만큼, 급여 등재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023년부터 급여 확대 추진했지만… 번번이 '재논의' 판정
키트루다는 가장 잘 알려진 항 PD-1 면역항암제 중 하나다. 암세포 표면의 PD-L1 단백질과 T세포(면역세포) 표면의 PD-1 단백질 간의 결합을 막아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해 사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표적항암제와 달리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나, 치료 초기에 잘 반응하면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부족했던 환자들의 장기 생존 대안으로도 고려돼 왔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17개 암종에 걸쳐 33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 중 급여가 적용되는 적응증은 7개(4개 암종)에 그쳤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로 사용 가능한 적응증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약가를 부담해야 했던 사례가 많았다.

한국MSD는 2023년 15개 적응증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했으며, 2024년 HER2 양성·음성 위암 등 2개 적응증에 대해서도 추가로 급여를 신청했다. 이후 이번 암질심 전까지 총 5차례 암질심에서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작년 12월에 열린 2024년 마지막 암질심을 포함해, 정부가 키트루다에 대해 내린 결론은 5번 모두 ‘재논의’였다. 재정 분담 문제가 연이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10일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이번 암질심을 앞두고 "2년째 급여 확대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쳤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앞서 한국MSD는 키트루다의 약가를 인하하는 재정 분담안을 두 차례 다시 제출했고, 그 결과 급여 확대 신청한 17개의 적응증 중 11개의 적응증이 이번 암질심의 문턱을 넘었다.

한편, 이날 급여 확대를 신청한 한국노바티스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셈블릭스(성분명 애시미닙염산염)'와 한국화이자제약의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 '메토트렉세이트'도 급여기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새롭게 급여 신청을 한 ▲한국아스텔라스제약 요로상피암 치료제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한국아스텔라스제약 위암 표적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 ▲한국화이자제약 다발골수종 치료제 '엘렉스피오(성분명 엘라나타맙)'는 모두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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