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비만·치매 치료제 개발한 릴리, 다음 신약 후보는 ‘이 약’
정준엽 기자
입력 2025/02/11 21:15
◇릴리, 올릭스 'OLX702A' 독점권 확보… MASH 시장 진입
릴리는 지난 7일 올릭스와의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siRNA(세포 내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소형 간섭 RNA) 기반 MASH 신약 후보물질 'OLX702A'의 글로벌 권리를 손에 넣었다. 계약 규모는 약 9116억원이며, 그 외 비공개 금액으로 계약금, 임상 단계 마일스톤, 판매 마일스톤이 포함된다. 계약 내용에 따라, 올릭스는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릴리로부터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이후 임상 개발·사업화는 릴리가 진행하고, 릴리가 모든 독점 권리를 갖는다.
OLX702A는 mARC1 효소 발현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전장유전체상관분석연구(GWAS)를 통해 발굴한 치료 표적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GWAS는 대규모 인구 집단의 유전체 변이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적 표적을 발견하는 연구 기법이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 OLX702A를 두 달 동안 투여한 결과, 지방이 최대 40% 감소했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MASH는 간에 독성 지방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조직 손상을 일으켜 간경변·간암·간 이식 등을 유발한다.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약 4억4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미국 내 유병률은 3~5%다. 특히 MASH는 발병 요인이 복잡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질환으로, 현재 시장에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 이외에는 후발주자가 없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어드밴스와 방사성 의약품 개발 협력 확대
릴리는 방사성 의약품 기업 어드반셀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계약도 새롭게 체결했다. 어드반셀은 2019년 설립 이후 표적 알파 치료(TAT)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전립선암 치료를 겨냥한 납-212 기반 신약과 다양한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력 강화로 릴리는 방사성 의약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릴리가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2023년 10월이다. 당시 릴리는 호주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포인트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한화 약 2조원)에 인수했다. 포인트바이오파마는 같은 해 6월 어드반셀과 납-212(Lead-212 또는 Pb-212) 기반 방사성 리간드 의약품 공동개발을 시작한 회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계약 내용에 따라 양사는 납-212 기반 방사성 의약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어드반셀은 자사의 납-212 생산 기술과 초기 임상·개발 시설을 제공하며, 릴리는 자사의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계약의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납-212는 전립선암을 포함한 여러 암종 치료에 잠재력이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이를 활용한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릴리·사노피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어드반셀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도 경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