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애려는 사회적 노력 필요… "뇌전증 환자도 할 수 있어"

'으으'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몸이 돌아가고 팔다리는 떨리며 입에서는 거품이 나온다.
뇌전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발작이다. 뇌신경 세포가 짧은 시간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 과도한 흥분 상태가 유발하면서 나타난다. 뇌전증 환자는 이런 증상을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겪는다.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발작이지만, 뇌전증 환자는 발작보다도 더 큰 벽에 부딪히며 살아간다. '사회적 편견'이다. 환자의 70~8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조절돼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사회·경제적 활동을 유지하긴 어렵다. 대한뇌전증학회에서 국내 기업과 협력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뇌전증 환자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고용주는 약 7.9%였다. 해외의 26%가량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0일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서대원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생길 수 있고, 고령층 증가로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다"며 "뇌전증의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용주 절반, "뇌전증 환자, 업무 못 할 것"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는 대한뇌전증학회 사회위원회에서 시행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회사 고용주와 직원이었다. 그 결과, 뇌전증 환자는 직장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실직률이 일반인보다 6배가량 높았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약 44%가 취업, 인간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취업·직장에서 차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했다. 뇌전증 환자 중 50%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질병에 대해 숨긴다고 답했다. 한수현 교수는 "병을 밝히면 고용 거부나 해고가 되는 것을 우려해 환자들이 질환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직업이 있던 국내 환자의 21.7%는 진단 첫해에 실직했다"고 했다. '뇌전증'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를 고용해 본 적 있는 고용주는 뇌전증 환자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고용해 본 적 없는 사람보다 높았다"며 "뇌전증에 대한 교육과 뇌전증 환자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뇌전증 환자는 학교에서도 차별받는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송이 교수는 "낙인감이 매우 높아, 뇌전증 청소년의 절반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며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뇌전증 학생이 학교에서 적응하는 게 어렵고 괴롭힘을 당할 것으로 본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고 했다. 2010년보다 2022년 뇌전증에 대한 인식 수준은 올라갔으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뇌전증이 '전염되는 질환이냐'는 질문에 57.4%가 '확실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뇌전증은 전염되지 않는다. 또 두 명 중 한 명은 뇌전증 환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뇌전증 대다수가 정상 임신·출산이 가능하고, 유전되지도 않는다.
◇뇌전증 환자 고용 문제, 사회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뇌전증 환자가 정말 직업을 가져도 안전할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사업장 근로자의 뇌전증 관리 지침'에서 제한하는 일부 작업을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부 업무를 제외하곤 대부분 사업 현장의 일반적 업무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위험 업무는 ▲보호 장치 없이 높은 곳에 오르는 작업 ▲동력 기계 운전·조작 ▲안전장치 없는 기계 주변의 작업 ▲고립된 상황에서 장시간 혼자 작업 ▲택시·버스 등 대형 차량, 기차 운전 ▲크레인 조작 ▲항공기 내 헬기 비행 ▲장비 조정 등이다. 이화의대 신경과 김지현 교수는 "자동차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뇌전증 환자도 안전하게 대부분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운전면허는 1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취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률로 제한된 업무도 있는데, 공무원 채용, 운전면허,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 철도차량 운전면허, 항공기 승무원, 의무경찰, 해양특수경비원 등이다.
김지현 교수는 "업무를 하다 질환이 발생했을 시 적용 지침이 미비해 본인이 이를 숨기고 업무를 지속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채용 제한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고용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며 "고용주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뇌전증 환자가 직장 내에서 안전하고 동등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발작 조절이 잘 되면 클라이밍, 자전거 등을 포함해 대부분 운동에 제한이 없다. 여행도 약을 잘 챙긴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다만, 미주신경자극기 등 체내에 전극이 있다면 공항 검색대 통과 시 직원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발작이다. 뇌신경 세포가 짧은 시간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 과도한 흥분 상태가 유발하면서 나타난다. 뇌전증 환자는 이런 증상을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겪는다.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발작이지만, 뇌전증 환자는 발작보다도 더 큰 벽에 부딪히며 살아간다. '사회적 편견'이다. 환자의 70~8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조절돼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사회·경제적 활동을 유지하긴 어렵다. 대한뇌전증학회에서 국내 기업과 협력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뇌전증 환자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고용주는 약 7.9%였다. 해외의 26%가량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0일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서대원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생길 수 있고, 고령층 증가로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다"며 "뇌전증의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용주 절반, "뇌전증 환자, 업무 못 할 것"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는 대한뇌전증학회 사회위원회에서 시행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회사 고용주와 직원이었다. 그 결과, 뇌전증 환자는 직장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실직률이 일반인보다 6배가량 높았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약 44%가 취업, 인간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취업·직장에서 차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했다. 뇌전증 환자 중 50%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질병에 대해 숨긴다고 답했다. 한수현 교수는 "병을 밝히면 고용 거부나 해고가 되는 것을 우려해 환자들이 질환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직업이 있던 국내 환자의 21.7%는 진단 첫해에 실직했다"고 했다. '뇌전증'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를 고용해 본 적 있는 고용주는 뇌전증 환자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고용해 본 적 없는 사람보다 높았다"며 "뇌전증에 대한 교육과 뇌전증 환자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뇌전증 환자는 학교에서도 차별받는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송이 교수는 "낙인감이 매우 높아, 뇌전증 청소년의 절반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며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뇌전증 학생이 학교에서 적응하는 게 어렵고 괴롭힘을 당할 것으로 본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고 했다. 2010년보다 2022년 뇌전증에 대한 인식 수준은 올라갔으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뇌전증이 '전염되는 질환이냐'는 질문에 57.4%가 '확실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뇌전증은 전염되지 않는다. 또 두 명 중 한 명은 뇌전증 환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뇌전증 대다수가 정상 임신·출산이 가능하고, 유전되지도 않는다.
◇뇌전증 환자 고용 문제, 사회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뇌전증 환자가 정말 직업을 가져도 안전할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사업장 근로자의 뇌전증 관리 지침'에서 제한하는 일부 작업을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부 업무를 제외하곤 대부분 사업 현장의 일반적 업무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위험 업무는 ▲보호 장치 없이 높은 곳에 오르는 작업 ▲동력 기계 운전·조작 ▲안전장치 없는 기계 주변의 작업 ▲고립된 상황에서 장시간 혼자 작업 ▲택시·버스 등 대형 차량, 기차 운전 ▲크레인 조작 ▲항공기 내 헬기 비행 ▲장비 조정 등이다. 이화의대 신경과 김지현 교수는 "자동차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뇌전증 환자도 안전하게 대부분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운전면허는 1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취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률로 제한된 업무도 있는데, 공무원 채용, 운전면허,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 철도차량 운전면허, 항공기 승무원, 의무경찰, 해양특수경비원 등이다.
김지현 교수는 "업무를 하다 질환이 발생했을 시 적용 지침이 미비해 본인이 이를 숨기고 업무를 지속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채용 제한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한수현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고용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며 "고용주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뇌전증 환자가 직장 내에서 안전하고 동등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발작 조절이 잘 되면 클라이밍, 자전거 등을 포함해 대부분 운동에 제한이 없다. 여행도 약을 잘 챙긴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다만, 미주신경자극기 등 체내에 전극이 있다면 공항 검색대 통과 시 직원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 발작 나타나면, 주변 치우고 영상 기록해야
뇌전증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생길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특히 만 15세 미만과 고령층에서 환자 수가 많은데, 고령화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발작 증상을 알고, 제때 치료 받는 게 중요하다. 원광대 산본병원 신경과 한선정 교수는 "뇌전증 발작은 팔다리 경련이 일어나거나,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면서 의식이 손실되거나, 말을 멈추고 멍하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실신, 정신성 비뇌전증 발작, 운동 장애, 수면 장애, 편두통 등 뇌전증 발작과 혼동할 질환이 많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제때 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목격자는 발작하는 환자를 봤을 때 먼저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침착히 주위를 안전하게 치우고, 환자가 질식하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눕힌다. 머리는 부드러운 물건으로 받친다. 이후 발작 증상을 영상 기록으로 남긴다. 의료진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환자 입에 물건, 물, 약 등 어느 것도 넣으면 안 되고, 무리하게 깨우거나 붙잡고 주무르는 것도 삼가야 한다"며 "5분 이상 전신발작이 지속되면 뇌 손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빠르게 119에 연락해야 한다"고 했다.
뇌전증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생길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특히 만 15세 미만과 고령층에서 환자 수가 많은데, 고령화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발작 증상을 알고, 제때 치료 받는 게 중요하다. 원광대 산본병원 신경과 한선정 교수는 "뇌전증 발작은 팔다리 경련이 일어나거나,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면서 의식이 손실되거나, 말을 멈추고 멍하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실신, 정신성 비뇌전증 발작, 운동 장애, 수면 장애, 편두통 등 뇌전증 발작과 혼동할 질환이 많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제때 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목격자는 발작하는 환자를 봤을 때 먼저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침착히 주위를 안전하게 치우고, 환자가 질식하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눕힌다. 머리는 부드러운 물건으로 받친다. 이후 발작 증상을 영상 기록으로 남긴다. 의료진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환자 입에 물건, 물, 약 등 어느 것도 넣으면 안 되고, 무리하게 깨우거나 붙잡고 주무르는 것도 삼가야 한다"며 "5분 이상 전신발작이 지속되면 뇌 손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빠르게 119에 연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