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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키스’에 ‘적혈구’가 숨어 있다?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2/06 06:00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팀은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를 추론하기 위해 19세기 초 의과학적 문학을 분석했다.
작품 속 적혈구 모양을 의학적 맥락에서 보면 1901년 란트슈타이너 박사가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에 발표한 내용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ABO 혈액형의 존재를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학자다. 해당 잡지의 편집진에 에밀 주커칸들 교수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 교수는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에 따라 예술인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했고, 클림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클림트는 독일권에 널리 보급됐던 백과사전 '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에 나와 있는 적혈구 포함 혈구세포 칼라 그림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클림트의 서재에 해당 사전이 있었다.
연구팀은 그림 속 적혈구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원본 작품에서 적혈구 부분을 삭제한 그림인 ‘키스, RBC knockout kiss’를 만들고, 원본과 함께 수정된 그림을 2022년 울산국제아트페어(UiAF)에 전시했다. 30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객은 원본을 보면서 강렬함, 화려함, 생기 가득함, 아름다움, 젊은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했지만, 수정된 그림에서는 단조로움, 고요, 생기가 없는 죽음 등을 연상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JAMA(미국의학협회지)에 클림트의 ‘키스’에서 인간 발생의 3일간 이야기를 통섭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그린 문양과 상징을 의학 문헌과 비교 분석하여, ‘키스’ 속 남성과 여성의 옷에서 정자와 난자, 수정 과정 등을 나타낸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대한의학회지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