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선천적으로 면역 약해 각종 ‘바이러스’ 감염되는 질환… 대표 증상 4가지는?

임민영 기자

[세상에 이런 병이?]

이미지

WHIM 증후군으로 인해 손에 사마귀가 생긴 모습./사진=FDA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음부터 면역력이 생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어릴 때부터 잦은 감염에 시달리고 신체 곳곳에 피부 이상까지 생기곤 한다. 이름부터 생소한 ‘WHIM 증후군(WHIM Syndrome)’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WHIM 증후군은 면역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WHIM 증후군은 대표 증상인 사마귀(Warts), 저감마글로불린혈증(Hypogammaglobulinemia), 감염(Infections), 호산구 골수정체 증후군(Myelokathexis syndrome)의 앞글자를 딴 질환명이다. WHIM 증후군은 환자마다 증상이 매우 다르다. 어떤 환자는 경미한 증상을 보여도 다른 환자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WHIM 증후군 환자들은 아동기에 반복적인 박테리아 감염을 겪으면서 처음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의 빈도는 환자마다 다르다고 알려졌다. 감염은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어 환자들은 중이염, 모낭염, 부비강염, 치은염, 관절염, 폐렴 등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잦은 감염은 다른 증상까지 유발한다. 귀 감염을 계속 겪은 환자들은 청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복되는 폐렴은 기관지확장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벽이 돌이킬 수 없이 영구적으로 늘어나있는 상태를 말한다. 기관지확장증은 폐렴이 계속 발병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해 폐확장부전(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못하는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환자들은 잦은 감염에 노출되기 때문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될 위험도 크다.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에 사마귀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동기부터 사마귀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사마귀는 전신에 생길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은 손발, 얼굴, 허벅지에 병변이 자주 생기며, 치료했음에도 곧바로 재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WHIM 증후군 환자들은 생식기나 점막에도 사마귀가 생기곤 하는데, 이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지

WHIM 증후군으로 인해 발에 사마귀가 생긴 모습./사진=Our Dermatology Online
WHIM 증후군 환자들은 골수에 너무 많은 백혈구가 있는 호산구 골수정체 증후군도 겪는다. 골수는 뼈의 안쪽 공간에 위치한 부드러운 조직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생성하는 조혈기관이다. 우리 몸은 감염이나 외부 항원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다섯 가지의 백혈구를 사용한다. 다섯 가지에는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단핵구 ▲림프구가 있다. WHIM 증후군에 걸리면 호산구가 혈관에 분비되기 전 골수에서 사멸한다. WHIM 증후군 환자들은 림프구 중 항체를 만드는 세포인 B림프구도 부족한 저감마글로불린혈증도 겪는다. B림프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감염에 맞설 때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더 쉽게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악순환이 반복한다.

WHIM 증후군은 CXCR4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CXCR4 유전자는 케모카인 수용체를 생산하는 데 중요하다. 케모카인은 면역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주로 백혈구 같은 면역 세포를 특정 위치로 유도하는 데 관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CXCR4 유전자가 변이하면서 면역 세포 활동에 지나치게 관여해 오히려 면역 체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추정한다. 다만, 유전자 변이의 원인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WHIM 증후군은 환자가 겪는 증상에 따라 치료가 다르게 진행된다. 여러 신체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소아과, 혈액학과, 피부과 등의 협진을 진행한다. 일부 환자들은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는다. 면역 글로불린 주사는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WHIM 증후군 치료제 ‘졸렘디(성분명 마보리사포)’ 캡슐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24년 4월 졸렘디를 12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신약은 호중구와 림프구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기능을 한다. 단, 졸렘디는 ▲혈소판감소증 ▲발진 ▲비염(코막힘) ▲코피 ▲구토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태아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 가임기 여성은 투약 전 반드시 임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

WHIM 증후군으로 인해 피부 감염이 발생했던 환자의 치료 전후 사진.​/사진=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WHIM 증후군은 유전질환이어서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료계에 보고된 사례도 180건 정도라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WHIM 증후군은 유아기나 아동기에 증상이 시작하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발견된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