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이미지
차키라 안드레이드(29) 15세 때 처음 전신 제모를 한 이후부터 피부에 혹이 생겼는데, 화농성 한선염 때문이었다./사진=피플
미국 20대 여성이 피부에 혹이 생기고 통증을 겪은 지 10년 만에 질환명을 알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피플은 차키라 안드레이드(29)의 사연을 단독 보도했다. 안드레이드는 15세 때 비키니를 입으려고 처음 전신 제모를 했다. 제모 후 그는 전에 없던 자국이 피부에 생긴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안드레이드는 제모 때문에 생긴 인그로운 헤어(피부 안으로 자라는 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팔 밑에 혹이 만져지기 시작했고 빠르게 전신으로 퍼졌다. 안드레이드는 “가슴이랑 외음부까지도 혹이 생겼다”며 “무언가가 나를 공격하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피부에 생긴 혹은 따가운 증상과 통증을 유발했으며, 악취도 풍겼다.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했지만, 의료진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안드레이드는 통증 때문에 응급실에 20번 이상 실려갔다.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속옷을 입는 것도 불편했다”며 “꽉 끼는 옷도 못 입어서 항상 큰 옷을 입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드는 지난 2020년 증상을 겪은 지 10년 만에 ‘화농성 한선염’ 진단을 받았다. 진단 후 그는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기 위해 9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안드레이드는 건선 치료제인 빔젤렉스(Bimzelx)를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시도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증상이 빠르게 완화했다. 그는 “자신감을 되찾은 기분이다”라며 “다른 환자들도 희망을 품고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차키라 안드레이드가 겪은 화농성 한선염은 고름땀샘염이라고도 불리며, 피부와 피하 조직에 만성 재발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사회적 낙인·고립, 우울·불안감 등을 느낀다. 증상은 주로 겨드랑이, 엉덩이, 사타구니 같은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종기, 악취가 나는 농양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에 6개월에 2번 이상 염증성 결절이나 농양이 형성되면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일부 환자에서는 안드레이드처럼 인그로운 헤어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화농성 한선염은 국내에 약 1만 명이 앓고 있는 희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화농성 한선염의 원인으로는 3가지 요인의 복합적 작용이 꼽힌다. 각각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 요인이다. 유전적 요인은 모낭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이상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는 분석이다. 모낭의 입구가 막히고 염증이 쌓여서 피부 안쪽으로 터지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많은 흡연, 피부 마찰 부위를 늘리는 비만 등이 거론된다. 또, 안드레이드처럼 제모를 하면 피부에 마찰이 가해져 염증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하기도 한다. 면역학적 요인은 피부 세균에 대응하는 방어체계의 결함을 말한다.

화농성 한선염은 드물게 자연 치료되기도 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으며, 보통은 방치하면 악화한다. 질환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거나 치료가 부적절할 경우 ▲항문이나 직장·요도, 방광의 누공 형성 ▲빈혈이나 백혈구 증가 등 혈액 이상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드물게는 피부암을 겪을 수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비록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는 항생제, 레티노이드(비타민A) 등 경구용 약물이나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쓰인다. 최근에는 차키라 안드레이드가 사용했던 빔젤렉스가 화농성 한선염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이 치료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질환이 광범위하거나 재발을 반복할 경우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을 통해 환부를 모두 열어 안쪽의 염증 물질을 깨끗이 제거하고, 새살이 돋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화농성 한선염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흡연은 화농성 한선염뿐 아니라 모든 염증성 질환 환자들에겐 좋지 않다. 담배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약 4000 여종의 화학물질이 있다. 식단 관리 등을 통한 체중 조절도 도움이 된다. 체중이 화농성 한선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아니지만, 체중이 과하면 피부가 접히는 부분의 마찰을 늘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 체중을 조절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