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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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최우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일가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성을 놓고 다시 한 번 표 대결을 펼친다. 이번 안건 역시 40%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는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시교통회관 1층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주주 제안한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 건에 대한 찬반 표결을 진행한다. 해임 안건이 올라온 두 명의 기존 이사는 4자연합 측(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 선임 후보로 지목된 새로운 두 명의 이사는 형제 측(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 인사다.

형제 측은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해 이사회를 형제 측 6명, 4자연합 측 4명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4자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구성됐다. 형제 측이 이사회 재편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안건이기 때문에 출석 주식 수 3분의 2(약 66.7%)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약품 지분 구조는 ▲한미사이언스 41.4% ▲국민연금 10.1%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7.7% ▲한양정밀 1.4%로 구성됐다. 약 38%는 소액주주 지분이다. 앞서 4자연합 측이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의 한미약품 주총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임 대표는 예정대로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41.42%의 의결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외에 국민연금과 신동국 회장(한양정밀 포함) 지분은 모두 4자연합 측 우호 지분이다. 지난 13일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다만 이들 지분을 모두 합쳐도 19.2%로, 안건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선 약 14.1%가 더 필요하다. 반대로 형제 측 역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25.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모두 4자연합 측 손을 들어준 상태다.

주총을 앞두고 형제 측과 4자연합 측 모두 안건을 가결 또는 부결시킬 수 있는 지분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양측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가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최근 주주들에게 “현재 경영권 분쟁을 부추겨 기업 가치를 악화시키고 있는 두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단순히 이사진을 바꾸는 것이 아닌, 한미약품이 다시 본업에 집중하고, 비만 신약과 항암 분야,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서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한미약품 신임 이사 후보자인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꼭 믿어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이사 해임 건은 최대 주주의 투명하지 못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사결정”이라며 “한미사이언스의 인사권 침해와 업무방해에 대해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문제를 제기 하자 해임 안건을 제안하면서 대응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형제 측은 합리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한미약품 경영에 간섭해 지배구조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며 “두 안건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