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위고비 출시 후 두 달… 당뇨병학회 "GLP-1, 원래는 당뇨병약… 부작용 위험 간과해선 안 돼"
정준엽 기자
입력 2024/12/13 18:42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회장(전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13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GLP-1 제제는 체내에서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GLP-1 제제는 체내에서 인슐린 합성·분비와 혈당량 감소에 관여한다는 이점 덕분에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위장관 운동 조절 ▲포만감 증가 ▲식욕 억제에도 관여해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이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확장한 사례다.
대표적인 GLP-1 제제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지난 10월 국내에 출시되면서, GLP-1 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동일 성분인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보다 먼저 들어오면서,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히 비만약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태다. 이로 인해 질환 치료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오남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이 약제가 '단순히 비만을 치료하느냐'라고 생각해보면, 미용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처럼 쓰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오남용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라며 "적응증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 당뇨병학회 "위고비, 비만약으로만 인식"
원래 GLP-1 제제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임상 연구 과정에서 식욕 억제·위장관 운동 둔화 등을 통한 체중 감소에도 효과가 있음이 확인돼 비만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넓힌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국내에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주성분이 세마글루타이드로 동일하며, 유일한 차이는 최대 용량이 1.34mg인 오젬픽과 달리 용량을 최대 2.4mg까지 고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오젬픽과 위고비는 사실상 같은 약제인 것.
그러나 오젬픽은 미국·캐나다·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오젬픽은 지난 2022년 4월 당뇨병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이후 보험급여 협상에 나섰고, 작년 5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오젬픽은 급여 등재 신청을 철회했으며, 아직까지도 국내 출시 소식이 요원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된 위고비가 국내에 비급여로 먼저 도입됐고, 결국 위고비에 대해 단순 '비만 치료제'라는 인식이 자리잡힌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대한당뇨병학회 비만당뇨병 TF 팀장) 또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오젬픽은 당화혈색소 지수가 평균적으로 1.5~6% 떨어질 정도로 어떠한 당뇨병 약제보다도 효과가 좋고, 여기에 체중 5~6kg가량 감량이 동반된다"며 "하지만 2024년이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약제를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인 리벨서스라는 약제 역시 2022년 5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들어오고 있지 않다"며 "약가 문제 등이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언제 들어올지 요원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일 1회 주사하는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삭센다'라는 이름의 비만 치료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리라글루타이드는 국내에서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인 '빅토자'라는 이름으로 먼저 들어온 약물이다. 다만 끝까지 급여를 받지 못해 사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삭센다만 급여 여부와 상관없이 비만 치료제로 계속 살아남았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원래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리벨서스로 먼저 들어왔어야 하는 약"이라며 "승인 이후 현재까지 계속 급여 협상이 되지 못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약제가 용량이 다른 같은 성분의 약인데도 하나는 당뇨병으로, 다른 하나는 비만·비만 동반 질환으로 시장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자가 먼저 처방되는 상황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는 상당히 안타까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위고비, 좋은 약인 것은 확실…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 아니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사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제제는 '좋은 약'이다. 위고비는 BMI 25 이상의 비만 환자에게 올바르게 투여할 경우 체중의 15%를 감량하면서 지방간·고지혈증 개선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약제다. '게임 체인저'라는 수식어도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학회는 비만이 아닌 일반인이 위고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다. 최성희 교수는 "GLP-1 제제는 환자가 맞았을 때 열이 나거나, 쓰러지는 등의 큰 부작용이 없는 점으로 볼 때 안전하다"면서도 "상태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채 당뇨병·비만이 없는 환자들에게 마구 사용될 정도로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비만 환자들과 달리 BMI(체질량지수)가 높지 않은 일반인이 마구 사용하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혜택과 위험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큰지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이점 큰 환자들 우선 처방해야… 급여 고려 필요"
그렇다면 GLP-1 제제는 누구에게 사용돼야 할까.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이익이 가장 높을 환자에게 처방되는 것이다. 즉, 고도비만이면서 당뇨병·심혈관질환을 동반하는 등 적응증을 많이 충족하는 환자들을 우선으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사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제제는 '좋은 약'이다. 위고비는 BMI 25 이상의 비만 환자에게 올바르게 투여할 경우 체중의 15%를 감량하면서 지방간·고지혈증 개선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약제다. '게임 체인저'라는 수식어도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학회는 비만이 아닌 일반인이 위고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다. 최성희 교수는 "GLP-1 제제는 환자가 맞았을 때 열이 나거나, 쓰러지는 등의 큰 부작용이 없는 점으로 볼 때 안전하다"면서도 "상태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채 당뇨병·비만이 없는 환자들에게 마구 사용될 정도로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비만 환자들과 달리 BMI(체질량지수)가 높지 않은 일반인이 마구 사용하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혜택과 위험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큰지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이점 큰 환자들 우선 처방해야… 급여 고려 필요"
그렇다면 GLP-1 제제는 누구에게 사용돼야 할까.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이익이 가장 높을 환자에게 처방되는 것이다. 즉, 고도비만이면서 당뇨병·심혈관질환을 동반하는 등 적응증을 많이 충족하는 환자들을 우선으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회에 따르면 오히려 비만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이 GLP-1 제제 처방을 더 원하고 있으며, 정작 최근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고도비만·청년 당뇨병 환자들은 지불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다. 최성희 교수는 "역설적으로 정말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은 너무 바쁘고 돈도 없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라며 "얼마 전에 SNS에서 BMI 지수가 20 이하인 것처럼 보이는 날씬한 모델이 위고비를 처방받아서 효과를 확인한 충격적인 후기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GLP-1 제제가 비급여로 처방되는 것 또한 꼭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다. GLP-1 약제가 비급여로 사용되는 것은 곧 정부의 제도권 내에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오히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비용으로 국가 보험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대한 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급여화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처방을 통제함으로써 오남용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며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젊은 계층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초기 치료 단계에서 약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GLP-1 제제가 비급여로 처방되는 것 또한 꼭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다. GLP-1 약제가 비급여로 사용되는 것은 곧 정부의 제도권 내에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오히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비용으로 국가 보험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대한 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급여화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처방을 통제함으로써 오남용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며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젊은 계층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초기 치료 단계에서 약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