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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버크'는 어떻게 치료 영역을 넓혔나… 4년 만에 적응증 7개·급여 5개 [이게뭐약]

정준엽 기자

[이게뭐약] JAK 억제제 유파다시티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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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 억제제 '린버크'/사진=한국애브비 제공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JAK(야누스키나제) 억제제'는 JAK 신호 전달 경로(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전달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경구제다. 대표적인 JAK 억제제로는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가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최초 허가됐으나, 현재는 적응증을 7개로 넓혔다. 또한 아토피피부염이나 염증성 장질환(IBD) 등 5개의 자가면역질환에서 급여를 인정받고 폭넓게 쓰이고 있다. 린버크는 어떻게 국내 출시한 지 4년 만에 적응증과 급여 영역을 넓혔을까?

◇염증 억제 효과 커… 효능 관련 연구 데이터 많다
린버크는 현재 ▲중증 아토피피부염 ▲강직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비방사선학적 축성 척추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 중 ▲류마티스 관절염 ▲중증 아토피피부염 ▲강직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은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비결은 무엇일까. 적응증은 기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염증 원인 물질 '사이토카인'이나 이를 전달하는 JAK 경로를 표적으로 삼고 억제해 여러 염증성 질환의 근본 원인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는 "FDA·식약처 등 국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는 것은 대규모 금액을 들여 다기관 임상 3상을 진행했을 때 효과가 아주 만족할 만큼 나와야 이뤄질 수 있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린버크는 기전상 특정 질환에서 나타나는 염증을 잘 막아주기 때문에 임상에서 좋은 효과가 나오면서 허가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빠른 급여 적용의 정확한 비결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뒷받침되는 임상 연구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송은미 교수는 "하나의 질환에 여러 약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객관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생각하는 약제를 연구 근거에 따라 급여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에도 최근 린버크가 좋은 효과가 많다는 연구 근거가 있어, 이를 기반으로 급여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서 효과 우수 입증… "치료 목표 높였다"
린버크가 많이 처방되는 질환 중 하나는 아토피피부염이다. 린버크는 현재 아토피피부염에서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0~20%의 처방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듀피젠트가 최초로 등장한 아토피피부염 표적 치료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치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린버크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아토피 치료제 중에서는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입증된 약물"이라며 "약물을 복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수일 이내로 빠르게 나온다는 점은 생물학적 제제 대비 경구 JAK 억제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듀피젠트의 점유율이 60%인 이유로는 표적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출시했다는 점과 JAK 억제제 대비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해 볼 만한 린버크의 아토피피부염 임상 데이터로는 린버크와 듀피젠트를 비교한 'Level Up'이 있다. 린버크 투여군은 임상 16주차에 깨끗한 피부 상태(EASI 90)와 가려움증이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WP-NRS 0/1)을 동시에 달성한 비율이 19.9%로 듀피젠트 투여군(8.9%)보다 높았으며, 얼굴·목 부위에 대한 치료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린버크는 이를 바탕으로 아토피피부염의 치료 목표를 단순 증상 조절보다 더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이상은 교수는 "선택적 JAK1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사이클로스포린이나 기존 면역억제제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발휘했다"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더 높은 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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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버크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허가·급여를 받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새로운 치료 기준 '점막 치유'에 효과… 크론병에 사용 가능
린버크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허가받고 지난 4월 급여 적용에 성공한 바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관 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목표는 기존의 단순 증상 완화(임상적 관해)에서 혈액 검사를 통한 염증 수치 하락으로 한 차례 바뀌었으며, 여기에 최근에는 점막 치유(내시경적 관해)까지도 목표로 하는 추세다. 점막 치유란 내시경 검사를 했을 때 눈에 보이는 장 점막의 염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치료 목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린버크는 새로운 치료 목표를 충족하는 데 효과적인 약제라고 평가받는다.

송은미 교수는 "최근에는 눈에 보이는 염증까지 좋아지게 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돼야 환자들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료진들이 알게 됐다"며 "새로운 약제인 린버크는 기존의 치료제와 달리 점막 치유를 목표로 효과를 평가하게 됐고, 그 결과 좋은 것으로 확인된 사례"라고 말했다.


린버크는 현재 염증성 장질환에 허가된 JAK 억제제 중 유일하게 크론병에 사용할 수 있다. 린버크는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3상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하면서 적응증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미 교수는 "약제가 특정 질환에 적응증을 갖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같은 JAK 억제제라도 임상시험을 해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약제가 있고 없는 약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드름·상기도 감염? "약제 중단할 정도 아니다"
한편 JAK 억제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큰 고령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혈전증 등 부작용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서양 연구가 있으나, 이는 환자마다 개인차가 크고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 린버크의 대표적인 이상 반응은 ▲여드름 ▲모낭염 ▲단순·대상포진 등 피부과 질환과 상기도 감염증인데, 대부분 경증~중등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교수는 "실제 여드름이 발생하는 비율은 좀 있으나, 심한 정도는 아니고 국소 도포제를 쓰거나 약을 따로 쓰지 않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약제 선택을 못하거나 끊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기도 감염증 또한 약제 중단을 필요로 하는 부작용은 아니다. 고주연 교수는 "상기도 감염, 중구 감소증, 빈혈, 간·지질 수치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어 환자들에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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