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기 높아진 통밀빵과 호밀빵… 맛이 아쉬운 이유
이용재 음식평론가
입력 2024/12/02 07:15
이용재의 음식시론
건강식으로 통밀빵과 호밀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분의 난이도가 높아 백밀빵이 더 사랑받는 음식이었다. 유럽에서도 시커멓고 거친 통밀빵은 평민이, 희고 부드러운 백밀빵은 귀족이 먹는다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 두 빵의 팔자가 역전되었다. 섬유질을 비롯해 오메가 3 지방산, 아연과 철분 등을 아울러 섭취할 수 있는 통밀빵이 정제 탄수화물인 백밀빵보다 더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맛있는 통밀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하는 족족 사먹어보지만 대체로 골판지를 씹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통밀빵의 기술 난이도가 백밀빵에 비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밀의 알곡은 겉껍데기인 겨와 눈, 그리고 눈에 양분을 공급하는 배젖으로 이루어져 있다.
곡물의 몸통이 바로 배젖인데, 흰밀가루는 겨와 눈을 도정해 다 깎아내고 남은 배젖만을 빻아 만든다. 반면 통밀가루는 겨와 눈을 모두 빻아 배젖의 가루와 한데 섞는데, 그탓에 빵의 핵심 공정인 발효가 어려워진다. 배젖의 가루보다 큰 겨와 눈의 알갱이가 물리적으로, 효소가 화학적으로 빵 특유의 쫄깃함을 책임지는 글루텐의 발달을 방해한다.
한편 통밀가루가 백밀가루에 비해 물을 더 많이 흡수하니 반죽이 훨씬 질면서도 푸석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통밀빵에는 특히 자연발효종이 필요하다. 반죽의 산도를 높여 화학적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원리다. 통밀가루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빵을 굽기 전날 밤 반죽을 해 묵히기도 한다. 반죽의 수분 비율이 높으므로 빵을 굽는 온도도 높이고 시간도 늘려야 한다.
이렇게 백밀가루보다 훨씬 애를 써 잘 구워도 결과물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백밀빵에 비해 많이 뻣뻣하고 푸석한데다가 통밀 특유의 향이 매우 강해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호밀빵도 사정은 비슷하다. 밀에 비해 글루텐 함유량이 낮아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는데다가 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방해한다.
따라서 호밀빵도 자연발효종에 높은 수분 비율의 반죽으로 굽는데 통밀빵처럼 결과물이 뻣뻣하고 향도 매우 강해 손이 잘 안 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통밀빵도 호밀빵도 백밀빵에서 재료만 대체한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빵을 만든다고 여겨야 되는데 시중,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파는 빵들은 그런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술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데 통밀빵과 호밀빵이 인기라니 흰밀빵을 만들던 습관으로 밀어 붙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통밀의 풍성한 맛은 잘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자연발효종은 시다 못해 너무 상하기 직전의 포도처럼 쉰 맛이 난다. 흰빵처럼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굽지도 않아 껍질의 색깔도 진하게 나지 않았고, 속살은 떡처럼 축축하고 끈적하며 부스러진다.
그런 가운데 건강빵이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소금을 아예 쓰지 않거나 조금만 넣어 간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설탕은 대체로 맛의 균형만 맞추는 정도로 소량 쓸 뿐인데, 이를 알룰로스 같은 감미료로 대체해 괴상한 맛이 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건강을 위한다손 치더라도 오래 곁에 두고 먹기는 어려운 완성도이다.
그렇다면 통밀빵과 호밀빵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지금까지 살펴본 특성을 잘 반영한 결과물인지 최대한 확인한다. 높은 온도에서 구워 색이 백밀빵보다는 진한 갈색으로 나야 제대로 구운 것이다. 장작불을 쓴다는 등, 굽는 환경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본다. 재료 목록으로 대체 감미료를 쓰지 않았는지, 소금은 썼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백문이 불여일견, 눈에 띄는 대로 먹어봐 시행착오를 겪어 찾는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맛있는 통밀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하는 족족 사먹어보지만 대체로 골판지를 씹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통밀빵의 기술 난이도가 백밀빵에 비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밀의 알곡은 겉껍데기인 겨와 눈, 그리고 눈에 양분을 공급하는 배젖으로 이루어져 있다.
곡물의 몸통이 바로 배젖인데, 흰밀가루는 겨와 눈을 도정해 다 깎아내고 남은 배젖만을 빻아 만든다. 반면 통밀가루는 겨와 눈을 모두 빻아 배젖의 가루와 한데 섞는데, 그탓에 빵의 핵심 공정인 발효가 어려워진다. 배젖의 가루보다 큰 겨와 눈의 알갱이가 물리적으로, 효소가 화학적으로 빵 특유의 쫄깃함을 책임지는 글루텐의 발달을 방해한다.
한편 통밀가루가 백밀가루에 비해 물을 더 많이 흡수하니 반죽이 훨씬 질면서도 푸석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통밀빵에는 특히 자연발효종이 필요하다. 반죽의 산도를 높여 화학적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원리다. 통밀가루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빵을 굽기 전날 밤 반죽을 해 묵히기도 한다. 반죽의 수분 비율이 높으므로 빵을 굽는 온도도 높이고 시간도 늘려야 한다.
이렇게 백밀가루보다 훨씬 애를 써 잘 구워도 결과물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백밀빵에 비해 많이 뻣뻣하고 푸석한데다가 통밀 특유의 향이 매우 강해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호밀빵도 사정은 비슷하다. 밀에 비해 글루텐 함유량이 낮아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는데다가 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방해한다.
따라서 호밀빵도 자연발효종에 높은 수분 비율의 반죽으로 굽는데 통밀빵처럼 결과물이 뻣뻣하고 향도 매우 강해 손이 잘 안 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통밀빵도 호밀빵도 백밀빵에서 재료만 대체한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빵을 만든다고 여겨야 되는데 시중,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파는 빵들은 그런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술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데 통밀빵과 호밀빵이 인기라니 흰밀빵을 만들던 습관으로 밀어 붙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통밀의 풍성한 맛은 잘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자연발효종은 시다 못해 너무 상하기 직전의 포도처럼 쉰 맛이 난다. 흰빵처럼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굽지도 않아 껍질의 색깔도 진하게 나지 않았고, 속살은 떡처럼 축축하고 끈적하며 부스러진다.
그런 가운데 건강빵이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소금을 아예 쓰지 않거나 조금만 넣어 간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설탕은 대체로 맛의 균형만 맞추는 정도로 소량 쓸 뿐인데, 이를 알룰로스 같은 감미료로 대체해 괴상한 맛이 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건강을 위한다손 치더라도 오래 곁에 두고 먹기는 어려운 완성도이다.
그렇다면 통밀빵과 호밀빵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지금까지 살펴본 특성을 잘 반영한 결과물인지 최대한 확인한다. 높은 온도에서 구워 색이 백밀빵보다는 진한 갈색으로 나야 제대로 구운 것이다. 장작불을 쓴다는 등, 굽는 환경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본다. 재료 목록으로 대체 감미료를 쓰지 않았는지, 소금은 썼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백문이 불여일견, 눈에 띄는 대로 먹어봐 시행착오를 겪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