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기 높아진 통밀빵과 호밀빵… 맛이 아쉬운 이유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의 음식시론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건강식으로 통밀빵과 호밀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분의 난이도가 높아 백밀빵이 더 사랑받는 음식이었다. 유럽에서도 시커멓고 거친 통밀빵은 평민이, 희고 부드러운 백밀빵은 귀족이 먹는다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 두 빵의 팔자가 역전되었다. 섬유질을 비롯해 오메가 3 지방산, 아연과 철분 등을 아울러 섭취할 수 있는 통밀빵이 정제 탄수화물인 백밀빵보다 더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맛있는 통밀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하는 족족 사먹어보지만 대체로 골판지를 씹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통밀빵의 기술 난이도가 백밀빵에 비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밀의 알곡은 겉껍데기인 겨와 눈, 그리고 눈에 양분을 공급하는 배젖으로 이루어져 있다.

곡물의 몸통이 바로 배젖인데, 흰밀가루는 겨와 눈을 도정해 다 깎아내고 남은 배젖만을 빻아 만든다. 반면 통밀가루는 겨와 눈을 모두 빻아 배젖의 가루와 한데 섞는데, 그탓에 빵의 핵심 공정인 발효가 어려워진다. 배젖의 가루보다 큰 겨와 눈의 알갱이가 물리적으로, 효소가 화학적으로 빵 특유의 쫄깃함을 책임지는 글루텐의 발달을 방해한다.

한편 통밀가루가 백밀가루에 비해 물을 더 많이 흡수하니 반죽이 훨씬 질면서도 푸석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통밀빵에는 특히 자연발효종이 필요하다. 반죽의 산도를 높여 화학적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원리다. 통밀가루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빵을 굽기 전날 밤 반죽을 해 묵히기도 한다. 반죽의 수분 비율이 높으므로 빵을 굽는 온도도 높이고 시간도 늘려야 한다.

이렇게 백밀가루보다 훨씬 애를 써 잘 구워도 결과물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백밀빵에 비해 많이 뻣뻣하고 푸석한데다가 통밀 특유의 향이 매우 강해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호밀빵도 사정은 비슷하다. 밀에 비해 글루텐 함유량이 낮아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는데다가 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방해한다.


따라서 호밀빵도 자연발효종에 높은 수분 비율의 반죽으로 굽는데 통밀빵처럼 결과물이 뻣뻣하고 향도 매우 강해 손이 잘 안 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통밀빵도 호밀빵도 백밀빵에서 재료만 대체한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빵을 만든다고 여겨야 되는데 시중,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파는 빵들은 그런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술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데 통밀빵과 호밀빵이 인기라니 흰밀빵을 만들던 습관으로 밀어 붙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통밀의 풍성한 맛은 잘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자연발효종은 시다 못해 너무 상하기 직전의 포도처럼 쉰 맛이 난다. 흰빵처럼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굽지도 않아 껍질의 색깔도 진하게 나지 않았고, 속살은 떡처럼 축축하고 끈적하며 부스러진다.

그런 가운데 건강빵이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소금을 아예 쓰지 않거나 조금만 넣어 간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설탕은 대체로 맛의 균형만 맞추는 정도로 소량 쓸 뿐인데, 이를 알룰로스 같은 감미료로 대체해 괴상한 맛이 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건강을 위한다손 치더라도 오래 곁에 두고 먹기는 어려운 완성도이다.

그렇다면 통밀빵과 호밀빵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지금까지 살펴본 특성을 잘 반영한 결과물인지 최대한 확인한다. 높은 온도에서 구워 색이 백밀빵보다는 진한 갈색으로 나야 제대로 구운 것이다. 장작불을 쓴다는 등, 굽는 환경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본다. 재료 목록으로 대체 감미료를 쓰지 않았는지, 소금은 썼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백문이 불여일견, 눈에 띄는 대로 먹어봐 시행착오를 겪어 찾는다.


관련기사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