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프로파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은 4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연 매출 1조원, 2조원은 물론이고, 3조원, 4조원을 바라보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사가 개발한 ‘국산 신약’은 어느덧 30여개에 달하며, 신약 FDA 허가, 수조원대 기술 수출 등을 통해 세계무대서도 입지를 다져가는 중입니다. ‘제약사 프로파일’에서는 이들 제약사를 하나씩 선정해,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FDA(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는 신약 개발의 최종 관문으로 여겨진다. 자국(自國)을 넘어 세계적으로 쓰이는 약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FDA 벽을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총 8개 기업 9개 신약이 그 벽을 넘었다. SK바이오팜이 유일하게 2개 제품의 허가를 받았고, 나머지 기업이 각 1개씩이다. SK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SK케미칼 제품까지 총 3개다. 국산 FDA 신약 3개 중 1개가 SK 제품인 셈이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시작해 현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온 그룹 바이오사업 육성 기조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종현 선대회장, 섬유 이을 먹거리로 ‘바이오’ 낙점
SK가 바이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최종현 당시 회장은 섬유를 이을 새 성장동력으로 의약품 사업에 주목했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의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했고, 외국 섬유기업들 또한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과거 한국과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회장은 대덕과 미국 뉴저지에 연구소를 설립한 뒤, 글로벌 신약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로 1993년 ‘P프로젝트’를 가동했다. ‘P’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 제약·제약의)의 첫 음절에서 따왔다. 지금의 SK바이오팜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업 초반엔 여러 경쟁업체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제약업계는 글로벌 기업의 신약을 수입한 후 가공·포장 또는 복제해 판매하는 중소업체가 대부분이었는데, SK처럼 큰 회사가 들어온다고 하자 ‘밥줄을 뺏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애초에 수입 약 판매가 아닌, 신약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우리 목표는 SK 상표가 붙은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고, 자체 신약 개발에 매진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섬유 이을 먹거리로 ‘바이오’ 낙점
SK가 바이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최종현 당시 회장은 섬유를 이을 새 성장동력으로 의약품 사업에 주목했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의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했고, 외국 섬유기업들 또한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과거 한국과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회장은 대덕과 미국 뉴저지에 연구소를 설립한 뒤, 글로벌 신약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로 1993년 ‘P프로젝트’를 가동했다. ‘P’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 제약·제약의)의 첫 음절에서 따왔다. 지금의 SK바이오팜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업 초반엔 여러 경쟁업체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제약업계는 글로벌 기업의 신약을 수입한 후 가공·포장 또는 복제해 판매하는 중소업체가 대부분이었는데, SK처럼 큰 회사가 들어온다고 하자 ‘밥줄을 뺏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애초에 수입 약 판매가 아닌, 신약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우리 목표는 SK 상표가 붙은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고, 자체 신약 개발에 매진했다.

◇기술반환에도 투자 지속… 2011년 SK바이오팜 설립
최종현 선대회장이 그룹 바이오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현 최태원 회장은 바통을 이어받아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한 최태원 회장은 2000년대 초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 그룹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국 연구소에서 R&D 성과가 나오자 연구소를 의약개발전문연구소로 확대 개편했고, 중국에도 별도의 연구소를 세웠다.
여느 신약 개발 기업이 그렇듯 SK도 부침을 겪었다. ‘카리스바메이트’ 기술 반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구개발 끝에 1999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를 개발해 임상 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했으나, 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9년 뒤인 2008년 기술반환을 통보 받았다.
적잖은 충격이었지만, SK는 오히려 신약 연구개발에 더 고삐를 죄었다. 존슨앤존슨, UCB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연구개발 투자도 지속했다. 2011년에는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이는 당시 SK가 신약개발에 얼마나 힘을 싣고 있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 개발, 2019년 FDA 허가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약개발사업부, 라이프사이언스사업팀, 생명과학연구팀 등 5개로 나눠졌던 SK 산하 내부 조직을 통합했고, 투자와 인력 지원도 확대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비는 2011년 약 28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6년 540억원, 2017년 858억원, 2018년 1223억원, 2019년 1772억원까지 늘었다.
오랜 투자는 점차 결실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2019년에만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 2건의 FDA 신약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FDA 허가 신약 2종을 보유한 기업은 지금까지도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두 약은 각각 그 다음, 다다음 해에 유럽에서도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는 줄곧 중추신경계(CNS) 분야에 주력한 끝에 얻어낸 성과기도 하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 기존 약물 대비 높은 발작완전소실률(11~21%) 등의 효과가 입증되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출시 53개월 차인 올해 9월 기준 월간 처방 수 약 3만1000건을 달성했다. 경쟁 신약의 출시 53개월 차와 비교하면 2.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매출 또한 1~3분기에만 3744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3242억원)를 넘어섰다. 세노바메이트의 성장과 함께 SK바이오팜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마지막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전신 발작)·연령(소아, 청소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025년 말까지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 3상 톱라인 결과(주요 지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국내 출시 또한 고려하고 있다. 한·중·일 임상이 완료 단계에 진입했으며, 오는 12월 열리는 미국뇌전증학회에서 해당 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아시아 지역 파트너사들은 이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승인 신청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파트너사인 동아에스티 측은 “환자·의사들의 요청이 많아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며 “2026년 급여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고 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그룹 바이오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현 최태원 회장은 바통을 이어받아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한 최태원 회장은 2000년대 초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 그룹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국 연구소에서 R&D 성과가 나오자 연구소를 의약개발전문연구소로 확대 개편했고, 중국에도 별도의 연구소를 세웠다.
여느 신약 개발 기업이 그렇듯 SK도 부침을 겪었다. ‘카리스바메이트’ 기술 반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구개발 끝에 1999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를 개발해 임상 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했으나, 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9년 뒤인 2008년 기술반환을 통보 받았다.
적잖은 충격이었지만, SK는 오히려 신약 연구개발에 더 고삐를 죄었다. 존슨앤존슨, UCB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연구개발 투자도 지속했다. 2011년에는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이는 당시 SK가 신약개발에 얼마나 힘을 싣고 있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 개발, 2019년 FDA 허가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약개발사업부, 라이프사이언스사업팀, 생명과학연구팀 등 5개로 나눠졌던 SK 산하 내부 조직을 통합했고, 투자와 인력 지원도 확대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비는 2011년 약 28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6년 540억원, 2017년 858억원, 2018년 1223억원, 2019년 1772억원까지 늘었다.
오랜 투자는 점차 결실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2019년에만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 2건의 FDA 신약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FDA 허가 신약 2종을 보유한 기업은 지금까지도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두 약은 각각 그 다음, 다다음 해에 유럽에서도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는 줄곧 중추신경계(CNS) 분야에 주력한 끝에 얻어낸 성과기도 하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 기존 약물 대비 높은 발작완전소실률(11~21%) 등의 효과가 입증되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출시 53개월 차인 올해 9월 기준 월간 처방 수 약 3만1000건을 달성했다. 경쟁 신약의 출시 53개월 차와 비교하면 2.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매출 또한 1~3분기에만 3744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3242억원)를 넘어섰다. 세노바메이트의 성장과 함께 SK바이오팜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마지막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전신 발작)·연령(소아, 청소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025년 말까지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 3상 톱라인 결과(주요 지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국내 출시 또한 고려하고 있다. 한·중·일 임상이 완료 단계에 진입했으며, 오는 12월 열리는 미국뇌전증학회에서 해당 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아시아 지역 파트너사들은 이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승인 신청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파트너사인 동아에스티 측은 “환자·의사들의 요청이 많아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며 “2026년 급여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고 했다.

◇‘세노바메이트’ 높은 의존도는 숙제… TPD·RPT·CGT 중점 개발
미국·유럽 허가 신약을 2개나 갖고 있다는 건 SK바이오팜의 분명한 강점이다. 반대로 회사가 보유한 전체 제품이 2개뿐이라는 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그마저도 세노바메이트 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SK바이오팜 매출에서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1.3%에 달했고, 올 3분기에는 97%를 넘어섰다. 매출 비중으로만 따지면 세노바메이트 ‘원툴(One tool) 회사’처럼 보일 수 있다.
제아무리 좋은 약이 있다고 해도, 제약사가 1~2개 제품만으로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다. 경쟁 약이 계속 나올 것이고, 특허가 만료된 후엔 제네릭도 쏟아진다. 세노바메이트의 특허 만료는 2032년 10월이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약 8년 안에 세노바메이트의 후속작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유럽 허가 신약을 2개나 갖고 있다는 건 SK바이오팜의 분명한 강점이다. 반대로 회사가 보유한 전체 제품이 2개뿐이라는 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그마저도 세노바메이트 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SK바이오팜 매출에서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1.3%에 달했고, 올 3분기에는 97%를 넘어섰다. 매출 비중으로만 따지면 세노바메이트 ‘원툴(One tool) 회사’처럼 보일 수 있다.
제아무리 좋은 약이 있다고 해도, 제약사가 1~2개 제품만으로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다. 경쟁 약이 계속 나올 것이고, 특허가 만료된 후엔 제네릭도 쏟아진다. 세노바메이트의 특허 만료는 2032년 10월이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약 8년 안에 세노바메이트의 후속작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측면에서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통해 투자 재원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누적 매출이 2030년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마련한 자금을 신제품 개발·도입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표적단백질분해기술(TPD)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중점으로 포트폴리오 발굴·확장에 나선 상태다. TPD 분야에서는 지난해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구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하며 확보한 분자 접착제 발굴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에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표적에 작용 가능한 ‘표적단백질 분해제’를 발굴·개발 중이다. RPT의 경우 홍콩 제약사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의 후보물질 ‘FL-091’을 도입했으며, 미국 테라파워로부터 방사성동위원소 물질 ‘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를 들여와 전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CGT는 그룹 내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DMO) 기업 SK팜테코와 협업을 추진·검토 중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신규 모달리티 기술 플랫폼과 항암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미국 직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상업화 제품 도입과 관련해, 늦어도 내년 중에는 구체적 성과를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표적단백질분해기술(TPD)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중점으로 포트폴리오 발굴·확장에 나선 상태다. TPD 분야에서는 지난해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구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하며 확보한 분자 접착제 발굴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에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표적에 작용 가능한 ‘표적단백질 분해제’를 발굴·개발 중이다. RPT의 경우 홍콩 제약사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의 후보물질 ‘FL-091’을 도입했으며, 미국 테라파워로부터 방사성동위원소 물질 ‘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를 들여와 전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CGT는 그룹 내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DMO) 기업 SK팜테코와 협업을 추진·검토 중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신규 모달리티 기술 플랫폼과 항암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미국 직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상업화 제품 도입과 관련해, 늦어도 내년 중에는 구체적 성과를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