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암 환자의 식탁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을 놓아주세요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입력 2024/11/21 08:50
<당신께 보내는 편지>
암 환자의 식사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해야 하지만, ‘짧은 입’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합니다. 많이 먹게 하려면 먼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권해야 합니다. 행복하게 먹는 자리를 마련하고, 시각과 미각, 후각적인 배려도 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마구 넣고 푹푹 삶은 것이나, 매번 식사 때마다 같은 음식을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정성을 듬뿍 쏟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보기 좋게 차려 보세요.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가 나거나, 달콤하거나 쌉싸래한 맛을 충분히 내는 채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맛있는 식사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식사입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의 색이 다채로울수록 좋습니다. 흰색,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이 많이 섞인 것일수록 환자의 시각을 자극하면서 건강에도 좋습니다.
후각도 자극해야 합니다. 음식의 냄새를 충분히 즐기게 해주세요. 다만 청국장이나 찌개 같이 냄새가 강한 음식은 그 냄새 때문에 오히려 입맛이 달아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식탁에 올리기 전에 김을 빼서 올리면 냄새가 덜 합니다.
암 환자들이 느끼는 또 한 가지 불편함은 열감입니다. 속에서 열이 확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음식을 먹기가 싫어집니다. 열감을 완화시키는 시원한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입니다.
환자의 식사는 양보다는 질이 우선입니다. 식사는 보약이자 치료를 견디게 하는 체력의 밑바탕이 됩니다.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질적으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리 방법도 위생적이어야 합니다. 암 환자들은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음식에는 아무리 청결하게 한다고 해도 세균이 있습니다. 일반인은 어느 정도의 바이러스를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들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생적인 조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끔씩은 외식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흔히 환자식은 자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외식을 꺼리는데, 기분 전환을 위해 한 번씩은 외식을 해보세요. 외식은 아프기 전에 했던 행동 양식 중의 하나로 환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게 좋겠지만, 이왕 외식을 하기로 했다면 환자가 원하는 음식을 먹기를 권합니다. 환자가 모처럼 얼큰하거나 맵거나 짠 음식을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평소 지나치게 자극적인 걸 좋아한 환자라면 고칠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번씩은 먹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즐겁게 먹겠다. 이런 재미가 있구나!’ ‘이제 내가 외출해도 잘 견디는 걸 보니 많이 건강해졌구나!’ 환자가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그건 성공한 외식입니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드세요. 환자에게 지금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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