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질환
부실해지는 노인 영양 상태 … 주목 받는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4/11/20 09:52
국내 노인 10명 중 2명, 영양 섭취 부족해… 노인 82% 칼슘 섭취 부족
식욕 감소하고 장에서 흡수 안 돼… 영양 성분 풍부한 맞춤 식품 먹어야
케어푸드 시장 성장… 식약처,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유형 신설
영양분 배합·함량·원료 소화율 따져봐야… 섭취량도 계산 권장
영양 섭취가 부족한 노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영양 섭취 부족 비율이 2013년 8.5%에서 2022년 18.2%로 증가했다. 10명 중 2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한 셈이다. 영양소별로 따져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서 칼슘 섭취가 부족한 노인은 전체의 82.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비타민 B2는 71.0% ▲비타민 C는 22.0% ▲비타민 A는 61.7% ▲단백질은 40.4%의 노인에서 영양 섭취가 부족했다. 필요추정량보다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체계가 악화돼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또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영양실조로 악화할 수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영양실조로 진료받은 의료급여 수급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201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환자 1만 76명 중 60대 이상 노인 환자가 8531명으로 85%에 달했다.
영양 섭취가 부족한 노인은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의 절대적인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의 영양 섭취가 부족한지는 자가 진단표<그래픽>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인의 영양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생한다. 먼저 노화할수록 미각이 둔해지고, 후각은 무뎌져 식욕이 감소한다. 음식을 섭취해도, 장의 기능이 떨어져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영양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초고령사회 앞두고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주목
고령자가 쉽게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된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이 최근 식품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령층처럼 영양성분을 섭취하기 힘든 대상을 위해 가공한 식품을 '케어푸드'라고 한다. 이 시장은 전 세계에서 이미 규모를 키우고 있다.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에서 케어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국내 케어푸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추산 결과 2021년 기준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약 2조 5000억 원이었고, 2025년까지 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국내 케어푸드 시장의 초점은 '환자'에 맞춰져 있었는데, 최근 '고령자'로 이동했다. 지난 2022년 식약처에서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의 유형과 기준·규격을 신설하면서다.
환자용 영양조제식은 영양 조절과 보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은 65세 이상에게 특히 요구되는 비타민D, 칼슘 함량 보강, 영양소 6종 추가 등 꼼꼼한 영양 설계가 핵심이다.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살균과 멸균 공정 등 깐깐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고령자의 섭취·소화·흡수·대사·배설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조할 수 있는 형태도 정해져 있다. 액상·겔이거나 물이나 음식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분말·과립 형태로 제조돼야 한다. 제품 1㎖(g)당 1.0㎉이상의 열량이 들어가야 하고, ▲비타민D ▲칼슘 ▲철분 ▲아연 ▲칼륨 ▲식이섬유 ▲오메가3 등 19종 영양소도 골고루 함유돼야 한다. 국내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제조사인 매일헬스뉴트리션 박형수 책임연구원은 "2015년부터 춘천시, 남해군, 평창군 등과 지역 노쇠예방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노년층의 경우 영양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꾸준한 영양 섭취를 위해 식단 지침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 실습과 먹기 편한 영양식 제공도 필수"라고 했다.
영양 함유량과 성분 꼼꼼히 따져야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선택할 때는 ▲다양한 영양분이 고르게 배합돼 있는지 ▲함량이 충분한지 ▲소화율과 흡수율이 높은지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 본인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사람마다 다르므로 영양소 배합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결핍되기 쉬운 칼슘, 철분 등의 영양소는 물론, 단백질 함량을 확인해야 한다. 단백질이 풍부해야 근육량 손실이 줄어들고, 면역 기능이 유지된다. 흡수율이 좋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고령층에서는 위산 분비가 감소하고 음식물이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소화관 연동 운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백질 흡수율이 높은 원료로는 산양유가 대표적이다. 산양유 지방은 우유 지방보다 크기가 20분의 1로 작고, 중쇄지방산 함량이 높아 소화 흡수가 잘 된다. 섭취량도 계산해 먹는 걸 추천한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노인 남성의 경우 하루 2000㎉ 노인 여성은 1600㎉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단백질은 남성 50g, 여성 45g이 일일 권장섭취량이고, 수분은 남성 2100㎖, 여성 17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