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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음모론자'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소식에… 과거 망언 재조명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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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과거 의료·제약 관련 발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백신 음모론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전 대통령 선거 후보를 지명한 가운데, 케네디가 과거에 뱉은 의료·제약 관련 발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 후보자는 이번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중단했고, 이번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다만 최근 그의 보건 업계 관련 과거 발언들이 다시 조명되면서, 업계에서는 그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이뤄지고 있다.

◇"자폐증은 백신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치명적인 백신" 주장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케네디의 10가지 음모론과 거짓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 기사에서 의료계를 경악에 빠뜨린 그의 발언들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케네디의 가장 대표적인 발언은 "자폐증이 백신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백신의 방부제로 사용되는 '티메로살'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소아의 백신 접종 횟수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2015년에는 백신 접종이 '홀로코스트(대학살)'와 같다고 주장하며, "백신을 맞으면 103℉(약 39.4℃)의 열이 나고 3개월 후에는 뇌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의학연구소는 2004년 보고서에서 자폐증과 백신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권위 있는 의학저널에 게재된 수십 개의 연구도 홍역·풍진·볼거리(MMR) 백신이 아동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2021년에는 루이지애나주 보건당국의 청소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추진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백신 중 가장 치명적인 백신"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루이지애나주 보건당국 조셉 캔터 책임자는 그의 발언에 대해 "의도적인 허위 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동물용 구충제로 코로나19 치료 주장하기도… 백신 제조사 주가 급락

또 케네디는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했다면 코로나19 사망자가 감소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케네디는 미국 방송사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보유한 국가"라며 "이버멕틴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한 국가의 사망률은 미국의 200분의 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FDA는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바가 없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긴급사용승인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승인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케네디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가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HIV와 에이즈의 연관성은 이미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며, HIV 바이러스를 발견한 프랑스 과학자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트럼프가 케네디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벌 백신 제조사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지기도 했다. 백신 제조사 모더나는 15일(현지시간) 기준 주가가 최대 11%까지 하락했으며, 엠폭스 백신 '진네오스' 개발사 바바리안 노르딕은 17% 하락했다. 이외에도 화이자와 GSK의 주가가 약 5% 떨어졌으며, 사노피와 MSD는 각각 4%·3.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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