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항상 배고파” 6개월 만에 ‘10kg’ 증가하는 희귀질환… ‘로하드 증후군’ 뭐길래?

임민영 기자

[세상에 이런 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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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드 증후군은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여러 증상을 겪는 희귀질환이다./사진=ROHHAD Association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린 나이에 갑자기 몸무게가 10kg씩 늘어나고, 잠잘 때 각종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로하드 증후군(ROHHAD Syndrome)’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로하드 증후군은 전신에 영향을 주는 희귀질환이다. 로하드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로하드 증후군은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여러 증상을 겪는 희귀질환이다. 로하드 증후군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비만(Rapid-onset Obesity)과 시상하부 기능장애(Hypothalamic dysfunction), 호흡부전(Hypoventilation), 자율신경 조절장애(Autonomic Dysregulation)를 일으킨다. 로하드(ROHHAD)는 이런 특징적인 증상들의 첫 글자를 따서 붙여진 진단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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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증상으로 환아들은 6~12개월 만에 10kg 이상 체중이 늘어난다.​/사진=ROHHAD Association
로하드 증후군은 보통 만 1.5세 전후로 처음 증상이 나타난다. 첫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부분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며, 가장 늦을 경우 7세에 증상을 처음 겪을 수 있다. 첫 증상으로 환아들은 6~12개월 만에 10kg 이상 체중이 늘어난다. 급격한 체중 증가는 시상하부 기능장애와 관련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을 통해 ▲성장 ▲체온 ▲대사조절 ▲수분 균형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등을 조절한다. 시상하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항상 배고픔을 호소하고 음식 섭취량이 증가한다. 이외에도 수분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저나트륨혈증을 겪을 위험도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 부신피질부전 등도 나타난다.


로하드 증후군 환자들은 체중이 갑자기 증가한 뒤 호흡 곤란을 보이기 시작한다. 수면 중 호흡이 얕아지거나 수면 무호흡증을 겪을 수 있다. 이때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수면 중 심폐정지가 발생해 사망할 위험이 있다. 환자들은 자율신경 조절장애로 인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땀을 과도하게 분비하기도 한다. 혈압 조절 이상, 부정맥도 나타나며, 배변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발달 지연과 행동 장애를 겪을 수 있지만, 대부분 정상적인 지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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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드 증후군 환자들은 체중이 갑자기 증가한 뒤 수면 중 호흡이 얕아지거나 수면 무호흡증을 겪을 수 있다./사진=ROHHAD Association
로하드 증후군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유전자 변이가 거론되지만, 정확히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질환이 발병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추측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파도바대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로하드 증후군 환자 두 명의 뇌척수액을 살폈다. 연구팀은 이들의 뇌척수액에서 면역글로불린 수치가 과도하게 높았다며, 이를 근거로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로하드 증후군을 진단하는 개별적인 검사는 마련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환자가 겪고 있는 임상적인 증상들을 토대로 진단한다. 얼마 전까지 건강하던 소아가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겪고, 호흡 관련 장애가 나타난다면 로하드 증후군일 수 있다. 의료진은 수면 중 뇌파, 근육의 움직임, 호흡, 심전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수면 다원 검사도 진행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한다. 이외에도 영상의학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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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드 증후군 때문에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겪은 환자 모습./사진=ROHHAD Association
로하드 증후군은 완치법이 없으며, 환자들은 증상에 따른 대증 요법을 받는다. 호흡에 문제가 생겨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호흡 보조가 필요하다. 수면 장애가 있을 경우에도 보조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를 유지하면 뇌하수체 기능저하와 관련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환자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로하드 증후군은 아직 예방법이 없다. 게다가 환자 수가 전 세계 200명이 채 되지 않아 기대 수명도 알 수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며, 체중 증가와 관련된 여러 성인병과 합병증을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로하드 증후군 환자들은 심폐정지로 인해 수면 중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호흡 부전을 겪을 시 신속히 치료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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