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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비가 조현병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애브비 제공
애브비가 조현병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2건의 임상 2상 시험에서 모두 실패했다.

애브비는 정신질환 증상의 급성 악화를 경험하는 성인 조현병 환자를 위한 1일 1회 경구용 단독요법 치료제 후보물질 '엠라클리딘'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 'EMPOWER' 2건의 결과를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엠라클리딘은 애브비가 미국 생명공학회사 세레벨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획득한 신약 후보물질로, 조현병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평가하고 있다. 애브비는 지난해 12월 세레벨을 87억달러(한화 약 12조원)에 인수했다.

애브비는 세레벨을 인수할 당시 엠라클리딘이 계열 내 최고의 차세대 항정신병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항정신병 약물이 가진 많은 부작용의 원인으로는 약효가 나타나면서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수용체를 방해한다는 점이 지목됐다. 반면 애브비는 엠라클리딘이 M4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해당 수용체들을 방해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정신병 증상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엠라클리딘은 임상 2상 시험 'EMPOWER-1'과 'EMPOWER-2'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엠라클리딘은 두 임상시험 모두에서 위약과 비교했을 때 임상 6주차에 양성·음성 증후군 척도(PANSS) 총점의 임상 시작 시점 대비 변화량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이지 못했다.

EMPOWER-1에서 엠라클리딘 10mg과 30mg 투여군은 임상 6주차 PANSS 총점의 임상 시작 시점 대비 평균 변화량이 각각 –14.7, -16.5였던 반면, 이에 비해 위약군은 –13.5로 나타나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MPOWER-2에서는 엠라클리딘 15mg과 30mg 투여군의 변화량이 각각 –18.5, -14.2였는데, 위약군은 –16.1로 나타났다. 즉, 위약이 오히려 엠라클리딘 30mg 용량의 효능을 뛰어넘은 것이다.

다만, 안전성·내약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임상시험에서 엠라클리딘의 내약성은 양호했으며, 안전성 또한 임상 1b상 시험에서 관찰된 결과와 유사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 반응은 두통, 구강건조(입 마름), 소화불량이었다.

애브비 루팔 타카르 최고과학책임자는 "이번 결과는 실망스럽다"면서도 "다음 개발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