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톡톡]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
'HER2' 단백질 기준 유방암 분류 재정립
유방암 환자 50∼60% 'HER2 저발현' 해당
항암제 '엔허투'로 생존 연장 효과 확인
HER2 저발현 유방암은 기존에 HER2 음성으로 분류됐던 환자 중 조직 검사를 통해 HER2 상태를 좀 더 세밀히 분석했을 때 확인된다.
면역화학 염색법을 통해 HER2 점수를 0, 1+, 2+, 3+로 매기는데, 2+와 3+는 HER2 양성, 0과 1+는 HER2 음성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면역화학 염색 결과 1+로 나온 환자와, 2+였지만 FISH(HER2 표지자의 표준 검사법)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환자를 HER2 저발현으로 분류한다. 이번 분류 기준 변화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엔허투'라는 약물이 출시되며 기존 HER2 양성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가 HER2 저발현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며 'HER2 저발현'이라는 유방암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비율은?
HER2 음성 유방암으로 분류된 환자 중 상당수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로 새롭게 분류되고 있다. 특히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60%가 HER2 저발현에 해당된다.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50%가 HER2 저발현으로 나와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해당된다. 그동안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항암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치료를 받아왔다. 항암제는 여러 번 사용할수록 구토, 탈모, 손발 저림 등의 이상 반응이 심해진다. 이는 환자 삶의 질에 영향을 미쳐 치료 의지가 높은 환자도 점차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명확한 표적이 없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기존 항암 치료를 진행해왔다.
엔허투의 치료 효과는 어떤가?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엔허투 DESTINYBreast04 임상 연구에 따르면, 엔허투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환자가 암이 진행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기간을 두 배 이상 연장하고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킨다. HER2 저발현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도 표적치료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 코호트에서 엔허투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0.1개월, 대조군은 5.4개월이었다.
뇌 전이가 있는 HER2 유방암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좋은가?
유방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뇌 전이가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로 나눠 엔허투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엔허투 DESTINYBreast12 연구 결과, 뇌 전이 환자에서 12개월 동안 병이 진행하지 않는 비율이 61.9%로 나타났다. 특히 뇌에서 활성화된 전이나 안정적인 전이 모두에 효과가 있는 게 확인됐다.
엔허투 투약하며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이 있나?
엔허투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상반응은 구토와 오심이지만 이에 대한 약을 처방 받으면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엔허투 연구 초기의 해외에서는 간질성 폐질환에 대한 사전 인지가 부족해 증상이 악화된 이후 이상 반응을 발견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 미만의 경증 사례만 보고됐다. 엔허투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기침, 호흡 곤란 등 기존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도록 설명해야 하며, 의료진은 지속적으로 환자와 소통해야 한다.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한 말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은 엔허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만큼 경제적 부담이 크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제를 사용하기 전에 엔허투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비용 문제로 엔허투 사용이 미뤄지고 있다. 선별 급여 30%라도 적용해 더 많은 환자들이 의지를 잃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엔허투에 대한 환자의 관심도 중요하다. 자신이 HER2 음성 유방암이라 진단을 받았거나, 이미 여러 치료를 거친 상태일지라도 HER2 저발현 유방암은 아닐지 의료진과 상의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