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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공급망, 여전히 인도·중국 의존도 높았다… 국내 자급률 개선 가능성은?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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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인도와 중국의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망 점유율이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한국바이오협회 제공
완성된 의약품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료의약품을 수급할 때 인도·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이란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을 포함하는 원료를 의미한다. 보통 엄격한 cGMP(미국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를 충족하면서, 원료의약품을 저렴하게 생산·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을수록 원료의약품 공급망 점유율이 높다고 평가한다.

높은 원료의약품 공급망 점유율은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제약사는 완제 의약품 판매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목표인 만큼, 원료의약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생산할 경우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즉, 제약사들은 완제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원료의약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은 국가에 의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많이 보유한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원료의약품 공급망, 다각화 필요한 이유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공급망이 세계화되면서, 더 낮은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다만, 현재 전 세계는 인도·중국 등 원료의약품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이를 다각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지목된다. 첫 번째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여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제조한 원료의약품에 품질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국가에서 원료의약품을 수급해야 하는데, 1~2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대안이 부족해 수급이 어려워진다. 즉, 원료의약품의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중장기적으로 불안한 요소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생물보안법의 연장선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 세계서 인도·중국 의존도 82%… 중국 성장 주목

원료의약품의 공급망 다각화 방안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급망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점유율은 어떻게 파악이 가능할까.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전무는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모든 나라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지만, 미국약전위원회(USP)가 제작한 의약품 공급 지도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다각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 지도는 미국약전위원회가 지난 6일 최신 원료의약품(API) 등록 자료(DMF) 제출 건수를 분석해 발표한 통계자료다. 이번 의약품 공급 지도는 2021년에 실시한 원료의약품 등록 자료 분석을 반영한 것으로, 이 분석의 기초인 활성 원료의약품 등록 자료 보유자의 위치 중 92%를 반영했다. 원료의약품 등록 자료는 인체 의약품의 제조·가공·포장·보관에 사용되는 시설·공정·물품에 대한 기밀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자 원료의약품 제조업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는 문서다. 미국약전위원회는 원료의약품 등록 자료 제출 건수가 많을수록 공급망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의약품 공급 지도를 통해 파악한 결과, 가장 높은 수준의 원료의약품 제조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인도와 중국이었다. 2023년 기준 가장 큰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차지한 국가는 인도로, 전체 공급망 중 약 50%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19%를 차지했던 2000년 대비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다. 다만, 62%를 차지했던 2021년과 비교할 경우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 제조 능력이 가장 크게 발전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2021년 기준 134건의 원료의약품 등록 자료를 제출했으며, 2023년에는 219건으로 2년 새 63% 증가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약 3분의 1(32%)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원료의약품 생산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의 점유율은 2000년 42%에서 2021년 7%로 감소했으며, 2023년에는 10%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여전히 유럽 내 원료의약품 제조 활동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2021년과 마찬가지로 2023년에도 4%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한국 점유율 부진… 중국 의존도 여전히 높아

나머지 4%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기타 국가들이 차지했다. 물론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원료의약품 생산 실적은 3조7682억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으며,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 중에서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2.3%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은 없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히 약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는 정부의 특성상,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점점 인도·중국의 원료의약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점유율 향상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에 불과한 반면, 중국에 대한 수입 비중은 34.3%다.

오기환 전무는 "우리나라도 cGMP를 충족하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비중은 굉장히 작은 것으로 안다"며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마진을 남기기 위해선 더 저렴한 원료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인도와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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