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병이?]

이미지
마르판 증후군으로 인해 손가락이 과하게 유연한 모습/사진=Healthline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팔다리가 유독 길거나, 뼈가 과하게 유연한 사람들이 있다. ‘마르판 증후군(Marfan Syndrome)’은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주는 희귀질환이다. 마르판 증후군이 일으키는 증상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마르판 증후군은 결합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결합조직은 조직과 조직, 기관과 기관 사이를 결합하고 지지하는 형태의 조직을 말하며, 신체 전반에 분포한다. 따라서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결합조직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여러 기관에 걸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마르판 증후군 때문에 팔이 지나치게 길고, 손가락이 과도하게 길며 유연한 모습/사진=The Marfan Foundation
마르판 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양쪽 부모 중 한쪽이라도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마르판 증후군이 발생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족력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했다. 마르판 증후군 환자는 대부분 fibrillin-1(FBN1)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FBN1 유전자는 15번 염색체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위치하며, fibrillin-1 단백질의 생산에 중요하다. fibrillin-1 단백질은 결합조직의 탄력성과 강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결합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마르판 증후군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한 가지 증상만 발견된다. 반면, 심각한 합병증까지 동반되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마르판 증후군 증상을 겪지만, 드물게 영유아기에 증상이 시작해 합병증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 마르판 증후군은 골격계·심장·눈·혈관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지
마르판 증후군 때문에 손이 과하게 유연한 모습/사진=Healthline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키가 크고 말랐는데, 이들이 대표적으로 겪는 증상은 골격계 이상이다. 환자들은 팔다리의 긴뼈가 과도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체격과 불균형하게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나타나며, 이를 ‘거미다리증’이라고 부른다. 이는 손가락에도 영향을 줘서 손가락이 과하게 길고 가느다란 ‘거미손가락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흉곽 모양이 변해 새가슴이나 오목가슴이 생기기도 한다. 환자들은 관절이 지나치게 유연해 구부리기 쉬운 모습도 보인다. 환자에 따라 손가락이 영구적으로 굽거나, 고정돼 펴거나 똑바로 하지 못하는 ‘손가락굽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눈과 관련된 증상도 겪는다. 아동기부터 근시가 빠르게 진행되며 편평한 각막, 저형성 홍채 등도 나타난다. 환자 중 약 60%는 수정체 탈구를 겪는다. 수정체 탈구는 수정체를 지지하고 있는 인대가 약해져 원래의 위치를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앞이 뿌옇게 보일 수 있으며, 그 정도는 수정체가 이탈한 정도와 비례한다. 환자들은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조기에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 경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길고 좁은 얼굴형, 좁은 턱 등의 외형적 특징이 나타난다.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심장 기형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환자들은 심장 판막의 결함 때문에 가슴 통증, 부정맥 등을 겪을 수 있다.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 대동맥판역류 등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마르판 증후군 환자들은 증상에 맞는 치료를 제때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판 증후군은 환자가 겪고 있는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유전학 전문의, 소아과 의사, 정형외과 의사 등의 협진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심장 기형이 발견됐다면 약물로 대동맥 벽에 대한 긴장을 완화하거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근골격계에 발생한 증상은 보조기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심한 척추 측만증의 경우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지
마르판 증후군은 골격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사진=Healthline
환자들은 여러 신체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와 관찰로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르판 증후군은 과거 기대 수명이 32세였다. 다행히 최근에는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72세 이상 생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나이에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생존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마르판 증후군은 1896년 프랑스 소아과 의사 장 마르판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당시 마르판은 한 여자아이의 비정상적으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고 새로운 질환이 등장했다고 기록했다. 질환명 ‘마르판 증후군’은 1931년 네덜란드 의사 헨리큘러스 J. M. 위브에 의해 처음 정해졌다. 마르판 증후군의 전체 환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지
전 농구선수 한기범/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알려진 마르판 증후군 환자로는 전 농구선수 한기범(61)이 있다. 한기범과 그의 아버지, 남동생은 모두 마르판 증후군을 진단받았으며,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질환 때문에 일찍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한기범 또한 심장 수술을 두 차례 받아야 했다. 다행히 한기범은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