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펫
길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있는 ‘이 열매’, 반려견에게 치명적 [멍멍냥냥]
최지우 기자
입력 2024/10/22 19:30
은행나무 열매 악취의 근원은 빌로볼, 은행산 등 독성물질 때문이다. 이 독성물질들은 은행나무 열매 껍질에 함유돼 있는데 피부에 닿으면 염증 매개 물질 분비가 촉진돼 국소 염증과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반려견들은 이 성분에 잠깐만 노출돼도 ▲가려움증 ▲발진 ▲알레르기 증상 ▲염증 반응 등이 심하게 나타나 주의해야 한다. 특히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지간염 등이 있는 경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은행나무 열매의 과육에는 여러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시안배당체(청산배당체), 메틸피리독신, 아미그달린 등인데 모두 반려견에게 매우 치명적인 성분이다. 청산배당체는 사과, 복숭아 등 과일 씨앗에 주로 들어있는 성분으로 섭취 시 ▲구토 ▲설사 ▲발열 ▲복통 등 각종 소화기질환을 유발한다. 평소 위장관 기능이 떨어진 반려견의 경우 ▲혈변 ▲흑변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메틸피리독신은 가열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독성물질로 소량만 섭취해도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경련 ▲비틀거림 ▲어지럼증 등을 유발한다. 심할 경우 발작이나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미그달린 성분은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두통 ▲메스꺼움 ▲복통 ▲구토 등을 초래한다.
반려견이 산책 중 은행나무 열매를 한두 알만 섭취해도 위와 같은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먹는 것뿐 아니라 밟았을 때도 문제가 된다. 은행나무 열매를 밟았을 때 피부 자극이 생길 수 있으며 발에 묻은 독성물질을 핥아 체내로 유입되면 위장장애, 신경계 이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가을철 산책 시 반려견이 은행나무 열매를 밟지 않도록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신기고 외출하는 게 좋다. 부득이 열매가 많은 곳을 지나가야 한다면 반려견을 안고 가거나 유모차에 태워 지나가는 게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평소 길에 떨어진 열매나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도록 훈련을 시키거나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산책 중 반려견이 은행을 밟거나 밟은 발을 핥았다면 샤워 및 양치를 꼼꼼하게 해 잔여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물티슈로 간단하게 세척하지 말고 미온수에 세정제를 풀어 구석구석 닦은 뒤 완벽하게 건조하는 게 좋다. 만약 산책 후 반려견의 발에 이상이 생기거나 구토, 설사 등 이상증상을 보이면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