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손 씻는 동작 반복하고, 걸음 이상해지고… ‘레트 증후군’ 어떤 병?
임민영 기자
입력 2024/10/04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 손바닥을 비비고 손을 씻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레트 증후군은 왜 발병하는지, 어떤 증상을 일으키는지 알아봤다.
레트 증후군은 태어났을 때는 건강하던 아이가 커가면서 증상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 질환이다. 레트 증후군 환아는 보통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건강하게 자란다. 이후 머리둘레 발달의 감소(후천성 소두증)가 발생하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운동신경이 떨어지고 발육속도가 지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4세가 되면 인지 능력과 언어기능의 상실이 나타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한다. 자폐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불규칙적으로 호흡하는 환자들도 있다.
특히 레트 증후군 환아는 운동상동증이 나타나 정형화된 손동작을 보인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며 처음에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거나 손바닥을 마주치는 동작을 자주 한다. 그다음에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손 중간선 부분을 비틀거나 양손을 씻는 듯한 동작이 나타난다. 이런 손놀림은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 계속되지만, 잠을 잘 때는 사라진다고 알려졌다.
레트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X염색체의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위치하는 MeCP2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MeCP2 유전자의 변이는 MeCP2 단백질에 영향을 줘서 감각, 감정, 운동신경과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영역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레트 증후군은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다. 가족력은 드물고 여아에게 주로 나타나며, 드물게 남아에게도 발병한다. 국내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아 1만~1만5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레트 증후군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현재의 발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재활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과호흡, 발작, 척추 측만 등을 완화하는 치료도 진행한다. 손을 고정해 손의 상동증을 줄이는 치료도 받는다. 환자들은 운동성 감소로 인해 변비를 겪을 때가 많다. 충분한 수분과 고섬유질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설사약을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레트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성인기까지 생존한다. 환자들은 대부분 진단 후 50년 이상 생존한다고 알려졌다. 환자들의 사망 요인으로는 호흡기 감염, 질식, 발작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