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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치료, 초고속 고에너지로 암만 정밀 타격… 정상 장기 보호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4/09/11 09:44
[헬스특진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입자 방사선, 암만 정밀 타격… 진보된 치료
양성자, 입자 방사선치료 중 건강보험 유일
간암, 폐암, 소아암 등에 장점 많아 주로 적용
삼성서울병원, 도입 9년 만에 양성자치료 9만 건
초고속 에너지 조사하는 '플래시' 도입 연구도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5년 국내 민간병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양성자치료기기를 도입했다. 도입 이후 2024년 4월 기준으로 양성자치료 9만 건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비슷한 시기에 양성자치료를 시작한 전세계 다른 양성자치료센터와 비교했을 때 2∼4배에 달하는 실적이다. 양성자치료기는 전세계적으로 100여 군데 도입돼 있으며, 수십 만명이 치료를 받은 만큼 안전성과 안정성 둘 다 검증이 이뤄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입자 방사선 치료 가운데 양성자 치료만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다.
간암, 소아암 환자에게 적극 추천
양성자치료는 생물학적인 효과(종양사멸률)가 X선치료 대비 1.1 배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 정상 장기의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암에만 고선량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 암종에 특히 효과적이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양경미 교수는 "간암, 소아암 환자에게 적극 추천되며, 폐기능이 심각하게 좋지 않은 폐암 환자에서도 X선치료보다는 양성자치료를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간암은 대부분 만성간염이 원인이라 암 부위 뿐만 아니라 간 전체가 딱딱하고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할 치료가 없어 수술, 항암, 고주파, 방사선 중 어떤 치료가 유리할지 다학제 논의를 거쳐야 하는 암종이다. 양성자치료는 타깃 부위만 정밀하게 고선량의 에너지를 쏘고 나머지 조직은 보호할 수 있으므로 X선치료 대비 장점이 있다. 폐암은 간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지만, 환자가 고령이거나 폐섬유화로 폐기능이 나쁜 경우에 시도해 본다. 양성자치료를 받으면 폐기능 보존에 유리하다.
소아암은 양성자치료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양경미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선 노출에 대한 영향이 크다"며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고, 방사선으로 인한 2차암의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양성자치료로 정상 장기 선량을 최대한 낮춰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양성자치료는 소아암 중에서도 소아뇌종양에 많이 적용한다. 뇌는 방사선 손상을 많이 받는 부위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손상을 받으면 신체 기능이 떨어져 피해가 크다. 퍼지는 선량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양성자치료가 도움이 된다. 실제 전세계 양성자치료의 10%는 소아에서 이뤄졌다.
양성자치료는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초고속 에너지를 조사해 종양 제거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정상 조직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플래시(FLASH)'가 대표 사례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플래시 양성자빔'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플래시는 아주 빠른 속도(40 Gy/s 이상)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개념인데, 일반적인 치료에서 0.001∼0.4 Gy/s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빠른 것이다. 양경미 교수는 "이렇게 빨리 방사선을 조사하면 세포 손상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방사선 조사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했더니 암의 치료 효과는 비슷하거나 더 좋았고, 주변의 정상 조직 손상은 더 적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이러한 극단적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양성자치료기 업체인 스미토모사와 MOU를 맺고 함께 공동연구를 9월부터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1세대 양성자 빔 조사 방식에 비해 진보한 '스캐닝(scanning)' 방식의 치료법을 적용하고 있다. X선에서 일반 방사선치료와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가 있듯, 양성자치료에도 워블링(wobbling)과 스캐닝(scanning) 방식이 있다. 양성자가 나오는 문을 한번에 열어서 치료하고자 하는 부위에 똑같은 세기의 선량을 조사하는 워블링 방식과 달리, 스캐닝 방식은 섬세하게 연필로 문질러 색칠하듯이 선량을 입히는 방식이다. 양경미 교수는 "방사선량을 부분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치료하고자 하는 부분에서도 선량을 선택적으로 높이거나 줄일 수 있다"며 "종양이 정상조직에 맞닿아 있어 해당 부위에 선량을 줄일 필요가 있을 때 워블링 방식보다 스캐닝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 임상·기초 연구 활발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는 환자 대기를 줄이고자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뿐만 아니라 방사선사, 간호사, 기술직, 연구직 등 160명이 협업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부제로 매일 50건 가까이 치료한다.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양성자 연구 논문은 2022년 기준 SCI/SCIE급 저널에 52편 게재됐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양성자치료를 병합한 치료도 연구 중이다.
양경미 교수는 "간암, 소아암 등 양성자치료가 다수 이루어진 암종에서 양성자의 이점을 확인한 연구들이 상당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치료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방사선 물리나 생물과 같이 기초 연구 논문도 많이 내 양성자치료의 학술적·기술적 측면에도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성자치료는 유방암·전립선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종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양경미 교수는 "다만 모든 환자가 양성자치료로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