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반
생리 기간도 아닌데 피가… ‘임신’ 의심할 만한 때는?
신소영 기자
입력 2024/09/01 08:00
◇스트레스
하혈은 흔히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호르몬 변화와 연관이 있다. 생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원활히 분비돼야 규칙적이다. 하지만 이 두 호르몬이 각각 과하거나 부족하게 분비되면 생리는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인자나 호르몬 분비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과도한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무월경을 유발하기도 한다.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위해 피임약 등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 사용을 고려한다.
◇임신 또는 임신 관련 합병증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임산부의 10~30%에서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핑크색 또는 갈색의 출혈이 조금 나올 수 있다. 보통 1~3일 정도 짧게 지속되는데, 정상적인 생리에 비해 출혈량이 적다.
하지만 임신 가능성이 있을 때, 출혈량이 많거나 아랫배에 통증이 있으면 자궁외 임신이나 유산일 가능성도 있다. 자궁외 임신은 자궁이 아닌 곳에 태아가 살아가는 곳인 임신낭이 생기는 것이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수치가 정상 임신에 비해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자궁내막에는 탈락막(월경 전 떨어지기 전의 자궁내막 상태)조직이 형성된다. 이 탈락막이 떨어지면서 하혈로 나타날 수 있다. 또 태아의 성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 혈관이 터지며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자연유산일 경우에도 그 과정에서 여러 혈관이 터지며 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성관계 중 상처
성관계 중의 문제로도 하혈이 생길 수 있다. 성관계 중 질이 상처를 입고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거나, 자궁 수축으로 인해 자궁 내 병변이 있는 것을 자극해 하혈하는 것이다.
◇자궁질환
불규칙한 하혈은 자궁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자궁내막위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40대 이하의 경우 자궁근종을 하혈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근종이 자궁 내막 쪽으로 돌출하면 내막이 증식하는데, 이때 혈관이 많이 생성돼 출혈 위험이 커진다. 50대 이후부터는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지면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하혈하는 경우가 많다.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두꺼워지는 병이다. 자궁내막암의 전 단계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출혈이 과도하진 않은데, 생리통 등의 통증이 더 강하다면 자궁내막용종이나 난소에 혹이 생긴 자궁내막증을 의심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의 영향
호르몬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호르몬대체요법, 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 섭취,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 등도 하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급증하는 갑상선질환도 하혈의 주요 원인이다. 갑상선호르몬 분비 이상도 하혈을 유발한다. 갑상선암,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한편, 하혈을 한다면 우선 산부인과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혈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질환 관련 정보를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게 좋다. 무작정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이상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검진을 받도록 하자. 다만, 배란기(생리 예정일 약 14일 전)에 발생하는 소량의 출혈은 정상으로 볼 수 있다. 또 생리가 끝나고 하루 이틀 후에 살짝 피가 묻어나는 경우에는 자궁에 고여 있던 생리혈이 나중에 빠져나온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바로 병원을 찾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으나 반복된다면 내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