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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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대 약리학·분자생물과학 로라 칼라블레시 교수가 지난 27일 개최된 ‘제2회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에서 HDL과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 상관관계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슬비 기자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심지어는 설탕까지 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너무 많다. 이런 요소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어막을 세우는 게 또 다른 건강법이 될 수 있다. 장수인자 HDL(고밀도 지단백질)은 최근 학계에서 찾은 ‘황금 방패’ 중 하나다. 혈관에 쌓여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과 달리, HDL 콜레스테롤은 반대의 역할을 한다는 게 드러나면서 전 세계 연구자들의 연구가 거듭됐다.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대사질환 등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지난해부터 HDL의 연구 성과와 견해를 공유하는 심포지엄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 27일 ‘제2회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HDL이 뇌의 퇴행성 변화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HDL, 유일한 뇌 속 콜레스테롤 청소부
2008년 영국 런던대 역학·공중보건부 연구팀은 50대 중년 3673명을 대상으로 단기 언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0mg/dL 이하로 낮은 실험 참가자들이 60mg/dL 이상으로 높은 이들보다 기억력이 27% 낮았다. 5년간 추적했더니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한 사람은 기억력 감퇴 위험이 61%까지 높아졌다. 2021년 비슷한 연구가 저명한 논문에 실렸다. '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에서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2.15배 큰 것으로 나타났고, 'Diagnostic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5편의 연구 논문을 메타 분석했더니 알츠하이머 환자가 건강한 대조군보다 ApoA-1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ApoA-1은 HDL을 구성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세 가지 연구의 공통점은 바로 'H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HDL 콜레스테롤과 인지 기능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간접적인 정황들이 확인됐다. 그간 연구자들은 기전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지속했다. 밀라노대 약리학·분자생물과학 로라 칼라블레시 교수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 기전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HDL은 뇌에서 ▲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치매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라블레시 교수는 "뇌에는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혈뇌 장벽이 있어, 혈액으로 콜레스테롤이 들어오지 못하고 성상세포에서 주로 생성한다"며 "다만 크기가 작은 HDL만이 혈뇌 장벽을 통과해 뇌에서 콜레스테롤을 전달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고 했다.

두뇌에서 콜레스테롤은 뇌 신경세포를 연결해 학습, 기억 등 대뇌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체내 콜레스테롤의 23%가 두뇌에 있다. 다만 이 콜레스테롤들이 신경 세포막에 과도하게 붙으면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신경세포를 손상한다. 아밀로이드 베타 생산도 촉진한다. HDL은 이를 청소한다. 칼라블레시 교수는 "뇌 속에서 HDL은 성상세포에서 생성된 ApoE와 결합한 후, LCAT이라는 효소로 에스터화된 콜레스테롤을 흡수한다"며 "HDL은 아밀로이드 베타 생산을 줄이고, 과도하게 증가한 콜레스테롤과 아밀로이드 베타와 직접 결합해 뇌 밖으로 배출시켜 신경 세포 손상을 막는다"고 했다. 이어 "HDL의 ApoA-1은 성상세포에서 ApoE 생성을 촉진해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시스템이 지속해서 돌아가도록 한다"며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뇌와 뇌척수액에서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오차노미즈 건강·장수클리닉 타쿠지 시라사와 교수가 HDL의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가능성을 더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시라사와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거대분자 복합체인 올리고머가 되면 신경독성이 생겨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데, HDL의 ApoA-1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올리고머화를 억제한다"며 "HDL 수치를 증가하는 쿠바산 폴리코사놀을 생쥐에게 4개월간 1주일에 5회 섭취시켰더니, 아밀로이드베타가 크게 감소하고, 신경 세포를 손상하는 염증 물질도 감소하고, 기억력 개선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치매 말고도… 심뇌혈관질환·당뇨병·대사질환 예방
HDL가 '장수인자'로 꼽히는 이유는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항염증, 항산화, 항혈전, 항당화 등 각종 건강 지표를 모두 개선하기 때문이다. HDL의 핵심적인 기능은 혈관 내막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흡입해 체외로 배출하는 것이다. 체내에서 HDL이 유일한 콜레스테롤 배출 대사 통로다. 콜레스테롤은 10대부터 혈관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축적되기 시작한다. 콜레스테롤이 지속해서 쌓이면 혈관에 단단한 지방층이 생겨 30대가 되면 혈관 내 지방 덩어리인 죽종이 형성되면서 혈관이 좁아진다. 또 콜레스테롤이 쌓인 곳에 죽은 세포와 칼슘 등이 흡착하면서 단단한 플라크를 형성하는데,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지면 플라크가 떨어져 나가 혈전을 생성할 수 있다. 혈전은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초래한다. HDL이 콜레스테롤을 제때 배출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지 않도록 막는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유럽, 북아메리카인 3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68편 분석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5mg/dL씩 증가하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22%씩 줄어들고 뇌졸중 위험은 7%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UNSW대 의생명과학대 케리앤 라이 교수는 "HDL은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활성화하고, 혈관 이완을 촉진해 고혈압을 예방한다"며 "당뇨병도 예방하는데, HDL의 핵심 단백질인 ApoA-1, ApoA-2는 농도가 높을수록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장기간 HDL에 노출된 베타세포는 인슐린이 고갈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면 인슐린 민감성이 증가해 혈당 조절 능력이 향상됐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내과 감염내과 테오도로스 켈레시디스 교수는 "HDL은 면역계 세포와 상호작용 해 선천성 면역을 증진하는 기능도 있다"며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는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이 떨어지고, LDL 산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며 항염증 기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HDL 수치는 한 번 떨어지면, 점점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평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 키에츠카이 나카가와 병원 케이지로 사쿠 병원장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면 붕괴 곡선이 완만하게 떨어졌지만, HDL이 결핍됐거나 낮은 수치를 보이는 사람은 빠르고 가파르게 HDL 수치가 붕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