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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 약… 일동제약 '피레스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4/08/28 09:41
[알아야 藥]
특발성 폐섬유증은 아직 뚜렷한 원인을 모르며, 폐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폐 기능이 떨어져 초기에는 마른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다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주로 50세 이후 발병률이 높아지며 항섬유화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 5년 생존율은 40% 미만으로 매우 위중한 편이다. 국내 2만 여명의 환자가 있다.
보험 급여를 받은 유일한 약 '피레스파'
폐섬유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폐이식 수술로 진행된다. 약물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 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빨리 항섬유화제를 써서 폐기능 악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
현재 특발성 폐섬유증에 쓸 수 있는 약은 '피레스파정(성분명 피르페니돈)'이 있다. 이 약은 보험 급여가 등재된 유일한 약이다. 2008년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일동제약이 국내 판권을 확보해 2012년 10월 발매했다.
피레스파정은 TGF-β1과 같은 섬유화 관련 사이토카인, TNF-α와 같은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하고, 활성산소종(ROS)을 제거해 근섬유화 세포가 분화·증식하는 과정을 억제한다. 이러한 항섬유화, 항염증, 항산화 작용을 통해 폐섬유증의 증상을 완화하고 병세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생존 기간 20개월 더 늘린다는 다기관 연구
피레스파정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린다. 2021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다기관 관찰연구에 따르면 피레스파정을 복용한 환자군의 생존 기간이 비복용 환자군 대비 연장된 것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에는 23개의 국내 의료 기관이 참여했으며, 2016년 1월 1일 이후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628명의 환자를 2020년 10월까지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피레스파정을 복용한 환자군의 중앙 생존 기간(54개월)이 피레스파정 비복용 환자군의 중앙 생존기간(34개월)보다 유의미하게 길게 나타났다.
피레스파정은 2015년 10월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통해 급여가 적용됐으며, 2019년 1월 1일부로 급여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돼 국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다만, 피레스파정은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알약 수를 늘려 (최대 1회 3정 1일 3회, 총 9정) 복용해야 하고, 소화기계, 피부 관련 이상 반응 등의 부작용이 발현할 수 있어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 활발
특발성 폐섬유증 약이 병의 '지연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과 한국에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인 '베르시포로신'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베르시포로신은 섬유 조직 합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등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을 가진 약으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 된다.
일동제약 역시 피레스파정과 별개로,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를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IL1512'를 연구하고 있다. IL1512는 케모카인 수용체 중 염증 유발과 섬유화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CXCR7에 대해 선택적으로 작용 기전을 갖는 혁신 후보 물질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독일 기업 베링거인겔하임의 특발성 폐섬유증 약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의 특허가 2025년 1월이면 만료됨에 따라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 의약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