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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남성이 이사하기 위해 청소업체를 고용, 기존의 집을 청소하다 1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유골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일본 한 남성의 집에서 1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시신과 유골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한 청소업체 직원은 의뢰인의 집을 청소하던 중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청소를 의뢰한 사람은 일본 교토에 사는 한 남성이었다. 평소에 청소를 거의 하지 않던 남성은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던 중 대청소를 하고자 청소 전문 업체를 고용했다. 이 집은 곳곳에서 악취가 나고 해충이 서식해 이른바 '쓰레기 집'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그런데 청소업체 직원이 청소 도중 담요 등 침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됐다. 업체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에서 유전자 감식을 한 결과, 집주인 남성의 어머니 뼈임이 확인됐다. 집주인은 경찰에게 "집이 쓰레기장을 방부케 할 정도로 더러워 시신 썩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어머니가 생전에 가족에게 사전 연락을 하지 않고 자주 오래 외출해 집에 들어온지도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살해 등 특별한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벌금을 처분하는 등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핵심인 일본 남성처럼 집을 소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저장강박증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저장강박증이 있으면 쓸데없는 물건도 버리지 못하고 수집하면서 집이 쓰레기장으로 변해 정상적인 일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는 것이다. 절약이나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게 아닌 광적으로 물건 수집하고 보관에 집착한다. 물건을 모으지 못하면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도 느낀다. 정작 쌓아둔 물건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주변 위생이 엉망이 될 수 있다. 심하면 호흡기 감염, 피부 질환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증상을 병으로 여기지 않을 뿐더러, 물건을 치우려는 주변인에게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한다.

저장강박증은 뇌 전두엽에 문제가 발생해 의사 결정과 계획 세우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실제 저장강박증 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보상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전두엽에서 뇌 기저핵으로 연결되는 회로가 과활성화 돼 있었다. 뇌가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와 물건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유부단 ▲회피 ▲꾸물거림 ▲대인관계의 어려움 ▲산만함 등의 특징도 동시에 나타난다. 또 치매나 기질성 뇌 손상,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 증상 일환으로 저장강박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냉장고에 쌓아두는 행위도 저장 강박에 포함되며, 최근에는 컴퓨터에 있는 메일과 사진을 정리하지 않고 쌓아 두는 ‘디지털 저장 강박증’도 생겨나고 있다.

저장강박증은 병의 경계가 모호하고 스스로가 증상을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려 다른 강박장애에 비해 치료가 어렵다. 쓰레기를 치워도 금방 새로운 물건들과 쓰레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저장강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증상이 심해져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힘들더라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주변 정신과를 찾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