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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괴로운데 중독 걱정… 수면제, 안전하게 복용하려면? [이게뭐약]

정준엽 기자

[이게뭐약]전문의약품 수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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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는 부작용과 의존성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의사의 지도하에 안전하게 복용이 가능한 약이다./사진=한독, 명인제약, 건일제약, 국제약품 제공
'수면제'는 오남용을 막기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이다. 이 때문에 수면제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돼 있으며, 부작용과 의존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수면제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 때로는 필요할 때가 있으며, 의사의 지도에 따라 복용하면 최대한 안전하게 불면증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불면증의 종류에 따라 어떤 약이 쓰이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수면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불면증, 유형 따라 약제도 다양… 우울증 동반한다면 항우울제를
사실 불면증의 1차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수면제가 아니라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비약물 치료)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제와 달리 의존성과 부작용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최근에는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의료기기가 등장하면서 향후 인지행동치료를 처방하는 경향이 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인지행동치료 못지않게 수면제도 치료 선택지로 많이 쓰인다. 환자 1명을 길게 진료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의 특성상 인지행동치료가 실제로 시행되기 쉽지 않으며, 환자들 역시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 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외래 진료를 볼 때 환자들에게 1차 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에 관해서도 항상 교육하고 있지만,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핵심만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은 크게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항불안제)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 ▲항우울제로 나눌 수 있다. 수면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약물인 졸피뎀(한독 스틸녹스정)은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불면증 치료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개발된 의약품이다.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수면을 유도한다. 항불안제로 사용되는 로라제팜(일동제약 아티반정)이나 트리아졸람(명인제약 졸민정)과 같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도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기전이 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역시 수면 유도나 불안 감소에 효과가 있어 단기 불면증, 급성 불안 환자에게 쓰인다. 부작용의 경우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비해 적다.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나 항우울제도 수면제로 사용된다. 수면 리듬 장애 환자에게는 건일제약의 서카딘서방정과 같은 멜라토닌 제제를 사용한다. 멜라토닌 제제는 멜라토닌의 작용을 모방해 수면 리듬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취급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하다. 만약 환자가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동시에 겪는다면 트라조돈(국제약품 트리티코정)과 같은 항우울제를 수면제로 처방하기도 한다.

◇부작용·의존성, 의사 지도 지키면 큰 우려 없어
수면제는 의식, 판단, 사고, 기억, 절제 등을 담당하는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기전이 있어 부작용도 중추신경계와 큰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졸음, 어지러움,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가 있으며, 간혹 몽유병처럼 약을 먹은 이후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적 기억상실'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약물의 용량이나 개인차에 따라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가 기상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철현 교수는 "수면제의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가 원하는 시점까지만 작용하고 그 외의 시점에는 사라지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수면제에 그런 기술은 없다"며 "약의 용량이나 개인의 대사 능력, 체중, 성별, 연령에 따라 기상 이후에도 몽롱함을 느끼거나 낙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면제는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와 비교했을 때 효과가 확실한 만큼 의존성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수면제를 정해진 용법을 지키지 않고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면서 더 높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며 "갑작스럽게 약을 끊을 경우 금단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1개월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복용법을 사전에 숙지하고 지키는 것이 좋다.


다만 의사의 복용 지도를 정확하게 지킨다면 부작용과 의존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제는 최대 3~4주의 처방 일수 제한이 있어 주기적으로 환자의 상태에 맞춰 약의 용량이나 복용 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 즉, 의사의 처방 범위 내에서 용법을 지켜 복용하면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건석 교수는 "의사도 불면증 환자와 상의 후 필요한 약을 처방할 때 의존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며 "환자에게 수면제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긴다면 약물을 변경하거나, 용량·복용 빈도를 조절하거나, 비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면제를 복용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는데, 바로 수면제의 효과를 추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깊게 잠들지 못하게 해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기 때문에 도리어 수면제의 효과를 저해하며, 알코올 의존증은 수면제 의존성도 늘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추신경계를 과도하게 억제해 수면제의 부작용을 늘리며, 심할 경우 호흡곤란·혼수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수면제의 목표는 '치료'… 중독성 무조건 강한 것 아니다
이처럼 수면제는 부작용과 의존성이 있지만, 의사의 복용 지도를 지키며 약을 서서히 줄여가면 안전하게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약이다. 조철현 교수는 "수면제는 의사와 환자 간의 꾸준한 면담을 통해 약을 서서히 줄이거나 단약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수면제'는 듣기만 해도 묘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그 이유는 수면제가 마약류 관리법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수면제는 2000년 7월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이 마약류관리법과 통합된 이후부터 마약류관리법을 적용받는다. 과거 유명 연예인이 수면제를 밀반입하다 적발됐는데, 마약류 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수면제에 대한 적당한 거부감은 필요하지만, 수면제를 마약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등 과도한 공포감이 조성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약은 쾌락을 목표로 하는 반면 수면제는 불면증 치료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다르다. 실제로 수면제에 대해 와전되거나 과장된 소문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 두 가지의 오해를 예로 들 수 있다.

첫째, ‘수면제는 항상 중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면제는 중독성이 강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실제로 모든 수면제가 중독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는 다른 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존성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의 복용 지도를 정확하게 지킨다면 부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제는 최대 3~4주 이상 처방할 수 없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약을 바꿀 수 있다.

둘째, ‘수면제를 먹으면 무조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제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잠에 도움을 주는 약이다. 즉, 수면제는 수면을 유도할 수 있지만, 수면 주기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마취제처럼 바로 잠에 들게 할 수는 없다. 또 사람마다 수면제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간에서 분해 후 혈관-뇌 장벽(BBB)를 통과하거나, 뇌의 수용체가 반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수면제를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잠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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