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앱 이용해 불면증 치료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 효과 입증
전종보 기자
입력 2024/07/30 15:11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만성 불면증의 일차적 치료법이지만, 대면 치료의 시간적 제약과 숙련된 전문가의 부족으로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발된 모바일 앱 기반 인지행동치료는 보다 많은 환자에게 손쉽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동안 모바일 앱을 통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는 드물었으며, 이를 다기관, 단일 맹검, 무작위 배정 방법으로 엄격하게 검증한 연구 역시 거의 없었다.
서울대병원 이유진·삼성서울병원 김석주·고려대안암병원 이헌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각 병원에서 모집한 참여자 98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 앱을 사용한 모바일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분석했다.
참여자들은 만성 불면증 진단을 받은 성인이었으며, 솜즈 앱을 사용하는 그룹(이하 솜즈군, 49명)과 단순 수면습관교육 앱을 사용하는 대조군(49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두 그룹 모두 6주간 6회 세션을 진행했고, 이후 4개월간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솜즈군은 수면 행동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과 함께, 맞춤형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설정해주는 수면제한요법, 자극조절요법, 이완요법, 수면습관교육·재발방지 교육을 받았다. 대조군은 수면 위생 교육과 시청각 자료를 통해 기본적인 수면 교육을 받았으며, 매일 수면 일지를 작성했다. 주요 평가 지표는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였고, 보조 지표로는 수면 일기와 정신 건강 자가 보고 설문지를 활용했다.
연구 결과, 솜즈군은 치료 종료 후와 3개월 추적 관찰했을 때 ISI 점수가 유의하게 낮아졌다. 중재 후 솜즈군의 ISI 점수는 9.0점으로, 대조군의 12.8점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3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솜즈군의 ISI 점수는 대조군(14.7점)보다 낮은 11.3점으로,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솜즈 앱을 통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불면증 심각도를 더 효과적으로 감소시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솜즈군은 치료 후 불면증 관해율(ISI 점수 8점 미만)이 45%, 치료 반응률(ISI 점수 7점 이상 감소)이 57%로 나타났다. 수면 효율(총 수면 시간을 침대에 머문 시간으로 나눈 비율)은 78.3%로, 이 역시 대조군(70.6%)보다 높았다. 입면 후 각성 시간 또한 솜즈군이 53분으로, 대조군의 65.3분보다 짧았다. 이는 수면의 질이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솜즈군은 정신 건강 지표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우울증 점수는 솜즈군이 6.6점으로, 대조군의 8.7점보다 낮았고, 삶의 질 점수도 솜즈군이 72.4점으로 대조군의 63.5점보다 높았다. 솜즈군의 치료 중 중도 탈락률은 12.2%(49명 중 6명)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수면 관련 지표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미치는 효과까지 조사한 첫 번째 다기관, 단일 맹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교수는 “불면증 심각도, 수면 효율, 수면 후 각성 시간, 수면 만족도, 정신 건강 측면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인 만큼, 솜즈가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불면증 치료로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디지털 헬스·의료 정보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인터넷리서치’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