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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위급한 쌍둥이 ‘태아 내시경’으로 안전하게 치료

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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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이미영(왼쪽), 원혜성(가운데) 교수가 쌍태아 수혈증후군 치료를 위해 태아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이 임신의 치명적인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태아 내시경으로 안전하게 치료한 사례가 알려졌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일란성 쌍둥이의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태반 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태아로 혈액이 공급되는 질환을 말한다. 한쪽 태아는 혈액이 부족해 성장 저하와 양수 부족을 겪고 다른 태아는 혈액 과다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치료하지 않을 경우, 쌍둥이 모두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이다. 최근 출산 연령 상승과 보조생식술의 발달로 쌍둥이 임신이 늘면서 쌍태아 수혈증후군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 7년 차인 홍모(38)씨는 여러 차례 체외수정 끝에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임신 20주차 때 복통이 찾아와 검사를 받았고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한쪽 태아는 성장이 뒤처지고 다른 쪽 태아는 양수 과다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쌍둥이 모두가 위험했다. 홍씨는 주치의 의뢰에 따라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 태아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1시간의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태아 상태는 급격히 호전됐고 홍씨는 임신 35주차에 건강한 여자 일란성 쌍둥이를 출산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쌍태아 수혈증후군 치료를 위해 태아 내시경 수술을 적극 시행해왔으며 최근 국내 최다인 300례 기록을 달성했다. 태아 내시경 수술 도입 전에는 양수 과다 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게 치료의 전부였다.

태아 내시경 수술은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 제거를 위해 엄마의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 내시경을 삽입한다. 그 다음 혈관 상태를 관찰하면서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 간 혈류 연결을 차단한다. 이 과정은 약 30분 이내로 진행된다. 레이저 치료가 끝나면 늘어나 있는 양수를 빼내 압력을 낮추는 치료가 15분 정도 이뤄진다. 보통 한 시간 내로 모든 치료가 끝난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태아 내시경 후 태아 생존율은 89% 이상이다. 수술 이후 14일 내로 양수가 터지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2% 내로 매우 낮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태아 내시경을 통한 쌍태아 수혈증후군 치료는 국내 도입 후 높은 성공률을 보이며 안전한 수술로 자리매김했다”며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태아내시경 300례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신의료기술 선정과 급여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아 치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급여 확대도 이뤄질 예정이라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열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연간 4500여 건의 정밀 초음파를 시행하며 태아 기형을 진단하고 출생 전후 치료 및 예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태아 내시경 수술 300건 ▲태아 션트 수술 657건 ▲고주파 용해술 248건 ▲태아 수혈 219건 등 풍부한 태아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태아가 출생 후 받아야 하는 치료와 경과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성형외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진하고 있으며 산전 상담을 조기에 시행해 출생 후 신생아 진료가 더욱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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