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장 운동부터 발기까지… '자율신경'의 지배 받는 몸
한희준 기자
입력 2024/07/22 19:30
교감·부교감신경 조절
◇자율신경 균형 깨지면 나타나는 증상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불안감이나 초조함뿐 아니라 신체 증상도 유발한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곳은 눈·순환기·기관지·소화기·방광·생식기다. 눈에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동공 크기가 줄지 않는다. 교감신경은 원래 어두운 곳에서 동공을 크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밝은 곳에서도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눈부심 증상을 겪는다. 이 때문에 습관적으로 실눈을 뜨거나 눈을 찡그린 채로 사물을 보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순환기의 교감신경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순환기에 있는 교감신경이 계속 활성화해 있으면 평소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긴다. 심한 경우 급사의 위험도 있다. 기관지의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점막을 촉촉하게 하는 점액 분비가 잘 안 된다. 이는 기침이나 가래를 유발한다. 소화기에서도 위액과 침 분비를 억제하고, 장운동을 못 하게 막는다. 이 때문에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하는 것도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기 때문이다.
교감신경은 배변을 어렵게 하는 것처럼 배뇨도 억제하는데, 교감신경이 과하게 깨어 있으면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찰 때까지 소변을 못 보다가 나중에는 결국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성관계를 할 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남성은 발기가 잘 안되고, 여성은 질 분비액이 잘 안 나와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는 무기력함이나 우울감뿐 아니라 신체 여러 곳에 문제를 일으킨다. 눈·피부·순환기·소화기·방광이 대표적이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어두운 곳에서도 동공이 안 커져서 사물을 구별하기 어렵다. 부교감신경은 땀을 흘리는 것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서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체온 조절이 잘 안된다.
부교감신경은 장운동을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이 활동이 과도하면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이 생긴다. 방광을 수축시켜 소변이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것도 부교감신경이다. 이 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돼 있으면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차지 않아도 소변을 보는 과민성방광을 겪을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하면 대부분 호전
특별한 질환이 없으면서 자율신경 이상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누웠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심장 박동수와 혈압 변화를 측정하는 자율신경 균형 검사와, 땀과 눈물 양을 알아보는 분비액 검사 등이 있다. 자율신경 균형이 깨졌으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자율신경 기능을 직접 개선하는 약은 없다. 생활습관을 고치고 한달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당뇨병이나 파킨슨 증후군도 자율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 질병에 대한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 신경병증으로 인해 신경 자체가 손상됐을 수 있고, 파킨슨 증후군은 자율신경을 지배하는 뇌하수체가 망가졌을 수 있다.
자율신경 기능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거나,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가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한 증세를 유발한다.
◇자율신경 균형 맞추는 생활습관
▷교감신경 안정시키려면=몸을 따뜻하게 하면 교감신경이 안정된다. 조울증 환자는 추운 겨울에 조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감신경이 차가운 것에 잘 반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차분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면 차가운 것을 피해야 한다. 기온이 낮은 아침·저녁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거나, 10분 정도 반신욕을 하면 좋다.
마그네슘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브로콜리, 시금치 등)나 비타민B가 많이 든 간·생선·닭고기를 먹는 것도 교감신경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한 번은 이 식품으로 만든 반찬이나 샐러드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이 많이 든 통조림 식품이나 견과류는 좋지 않다. 인에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카페인이 들어있거나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도 피해야 한다. 격한 운동을 피하고, 요가나 태극권과 같은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부교감신경 낮추려면=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과 반대인 생활습관을 가지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오전에 커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 이 든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오후에는 차가운 물을 마신다. 인이 많이 든 우유·견과류·계란 노른자를 챙겨 먹는 것도 좋다. 고혈압이 없으면 음식을 약간 짜게 먹는 것도 혈압을 높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는 데 도움이 된다.
부교감신경 항진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생겼다면,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을 주는 것이 좋다. 기립성 저혈압이 심할 때는 팬티스타킹을 신어서 혈액이 하체에만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수영·등산 등 움직임이 많은 것을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