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질환

반지하 거주 어린이, 폐질환 가능성 높다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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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사진=연합뉴스
반지하에 거주하는 어린이는 향후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지하는 주택이 크게 부족했던 80년대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원래 다세대주택 등의 지하층은 벙커나 방공호로 이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러나 70년대 정부는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건축법을 개정해 거주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후 1984년에는 지하층의 지표면 산정 기준을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완화해 현재의 반지하라는 주거 형태가 생겨났다. 그러나 열악한 거주환경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고 장마철, 침수 피해가 반복되자 지난해 12월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2년 기준, 32만 7000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분당차여성병원 한만용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반지하 거주가 어린이의 폐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10~12세 초등생 575명을 모집한 다음 거주 층에 따라 반지하, 1~5층, 6층 이상 그룹으로 분류했다. 25명(4.3%)이 반지하에 거주했고 311명(54.1%)은 1~5층, 나머지 239명(41.6%)이 6층 이상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아이들의 호기산화질소(FeNO) 농도를 측정했다. 호기산화질소는 호흡기 내 염증 정도를 반영하는 수치로 숨을 내쉴 때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천식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 위험이 높다고 본다.


아울러 알레르겐 감작 검사 및 혈중 비타민D 검사를 진행하고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비스페놀, 트리클로산과 같은 환경오염물질의 소변 내 대사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학적 및 환경적 요인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거주 층에 따라 아이들의 호기산화질소 농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에 사는 아이 중 호기산화질소 농도가 35ppb 이상인 비율은 20.0%로 1~5층(7.1%), 6층 이상(5.9%)보다 현저히 높았다. 또 반지하에 사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기도 저항이 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도가 좁아져 저항이 커지는 질환이 천식이다. 이러한 결과는 키 성별 비만도 출생 조건과 같은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연구의 저자 한만용 교수는 “당장 폐기능에 문제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커가면서 원인 모를 감염성 질환 등에 걸렸을 경우 증상이 더 잘 나타나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등 호흡기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반지하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호흡기 건강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시아 알레르기 면역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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