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울불클리닉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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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 뇌파 검사를 받고 전반적인 뇌 기능을 파악한 뒤 dTMS 치료가 진행된다./사진=명지병원 제공
우울증 치료는 상담과 그에 기반한 적절한 약물 치료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항우울제 복용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약물 부작용이 심하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TMS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명지병원을 찾았다. TMS를 직접 받아보기로 했다. 명지병원은 지난 4월 기존 우울증 치료에 TMS를 더한 통합 치료를 중점으로 하는 울불클리닉(우울증·불안장애 클리닉)과 뉴로모듈레이션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임산부·노인·암 환자도 받을 수 있어
TMS는 자기장으로 뇌 전전두엽 피질을 자극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치료다. 주로 약물 치료나 인지 치료 등으로 충분한 치료 반응을 얻지 못한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이외에 임신, 약물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약물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 약물 치료보다 피로감이나 기력 개선 등의 효과가 뛰어나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진구 교수는 “우리 병원의 뉴로모듈레이션센터는 기존 TMS보다 네 배 이상 깊은 자극과 일곱 배 이상 넓은 영역에 작용하는 상위 버전인 dTMS(deep TMS) 기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TMS가 우울증 치료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 건 안전성 덕분이다. 마취, 수술, 약물 없이도 우울 증상을 완화할 수 있어 안전한 치료로 꼽힌다. TMS는 뇌의 일정 부위에만 자극을 가해 치료해 뇌 이외 신체 다른 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국소적인 치료다. 장진구 교수는 “자기장이 어깨 이하로 닿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 수유부, 노인, 암 환자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치료”라며 “실제로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등 호르몬 변화를 겪는 암 환자들이 무기력감, 우울증, 불면증 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원해 TMS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치료 시간 3분으로 짧고, 뇌파 변화시켜
명지병원 울불클리닉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의 기존 치료법인 약물과 심리 치료에 더해 뇌 국소 자극기기인 TMS·dTMS를 이용한 치료를 제공한다. 바깥으로 울창한 나무들과 작은 연못을 볼 수 있고 내부 곳곳에도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놓여 있다.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도우려는 병원 측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기자의 dTMS 체험에 앞서 전반적인 뇌 기능 및 활동 상태를 확인하는 정량 뇌파 검사를 받았다. 환자들은 치료 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정량 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머리에 뇌파 측정기를 착용하고 5분간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뇌파 검사는 매우 예민한 검사라 검사 받는 동안 움직이거나 잠들거나 말을 하면 측정값이 나오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검사가 끝나고 dTMS 치료를 시작했다. 뇌에 자기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골무 모양의 모자를 쓰고 dTMS 기기 헬멧을 착용했다. 치료는 헬멧에서 자기장이 발산돼 뇌 전전두엽 피질을 활성화하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행복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원리로 이뤄진다. 의자에 누워 눈을 감았다. 울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자극이 가해졌다. 강력한 자극은 아니지만 헬멧에 고정된 턱이 흔들려 치아가 조금 불편한 정도였다. 장진구 교수는 “이 치료를 받는 동안 머리에 가해지는 자극에 의해 치아가 떨릴 수 있어 임플란트 등 치아 보철물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치료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드물지만 부작용으로 경련이 나타날 수도 있다. dTMS 임상 연구 결과, 10만 명 당 7명에서 경련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 ▲기타 질병 과거 이력 등을 확인한 후, 경련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권고되지 않는다.

치료 시간이 3분으로 짧았다. dTMS는 하루 3회씩 약 3일간 지속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 번의 체험으로 전후 비교는 어려워, 대신 명지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사례로 갈음한다. 아래는 70대 우울증 환자의 TMS 치료 전후 뇌파 사진이다. 장 교수는 “치료 전 사진을 보면 이 환자의 전두엽 좌측으로 델타파(빨강색 부분)가 많이 보인다”며 “델타파는 정상적인 뇌 기능에서 나타나지 않는 아주 느린 뇌파로 TMS 치료 후 사진에는 델타파가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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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S 치료 전 델타파가 방출된 모습(왼쪽)과 TMS 치료 후 델타파가 사라진 모습/사진=명지병원 제공
◇ADHD·니코틴 중독·알츠하이머 개선 효과도
TMS와 dTMS 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외에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환자에게 TMS를 시행했더니 증상 호전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미주리대 의대 연구 결과, TMS가 니코틴 중독을 완화해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TMS 치료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했다는 국내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단,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개선 목적의 사용만 승인된 상황이다. 장 교수는 “우울증 치료 부작용을 걱정하거나 효과가 없어 약물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약물 치료와 병행할 경우 약물 용량을 현저하게 줄여 장기적인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효과적인 측면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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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진구 교수가 TMS의 우울증 개선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명지병원 제공
다만, 아직까지 TMS는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각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회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로, 약 20회 치료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150만~2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약물 치료보다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