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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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세 남성 오른쪽 허벅지에 검은 타르 헤로인 투여 부위에 농양이 발생한 모습. 이 환자는 외상성 보툴리즘에 걸렸다./사진=임상사례보고저널
마약 남용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청정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인 3000명, 청소년 2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마초·코카인·헤로인 등 마약 물질 13종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용한 적 있다고 응답한 성인이 3.1%, 청소년이 2.6%에 달한다는 결과가 지난 4월 발표된 바 있다. 마약은 단순 중독 증상뿐 아니라 피부나 호흡기 등 신체 조직에 영향을 미쳐 사망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헤로인을 몸에 주사할 땐 '보툴리누스균' 감염 위험이 높다. 약을 주사할 때 피부나 점막에 생긴 상처를 통해 보툴리누스균이 감염되는 건데 이를 '외상성 보툴리즘(wound botulism)'이라 한다.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보툴리누스균이 상처를 타고 체내로 들어가면 독소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독소가 신경을 공격해 호흡을 어렵게 하고 근육을 약화시켜 사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툴리누스균이 체내에 들어온 뒤 최대 2주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블랙 타르 헤로인을 주사했을 때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임상사례보고저널에는 블랙 타르 헤로인으로 인해 외상성 보툴리즘을 겪은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이 환자는 48세 남성 A씨로 헤로인 남용 병력이 있었다. 이후 급성 호흡 부전, 팔과 다리 근력 약화, 목 굽힘 근력 약화, 복시 등의 증상 때문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허벅지에 검은 타르 헤로인을 주사한 자국이 보였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도 헤로인 환자 사례가 실렸다. 42세 남성 B씨였으며 말 더듬기, 복시, 삼킴 곤란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양쪽 눈꺼풀 처짐, 빛에 대한 동공 반응 둔화, 뇌 신경 일부 마비, 팔과 다리의 피부 농양이 있었다. 삼킴 곤란이 심해져 이후에는 기도 삽관을 했다. B씨 역시 몸에서 보툴리누스균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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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남성이 헤로인 사용으로 인해 눈이 풀리고, 다리에 여러 농양이 발생한 모습. 몸에서 보툴리누스균이 검출됐다./사진=The New England Jounrnal Of Medicine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헤로인을 주사한 부위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됐을 수 있다. 외상성 보툴리즘에 걸린 환자 대부분은 검은 타르 헤로인이 원인이다. 검은 타르 헤로인이 왜 보툴리누스균 감염을 유발하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앗지만 생산, 운송, 혼합 등의 과정에서 오염이 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약물이 균에 오염됐는지 여부는 겉모습으로 판별할 수 없다. 실험실 검사를 통해야만 알 수 있다. 심지어 헤로인 약물을 가열해도 보툴리뉴스균은 죽지 않는다. 예방하는 법은 약물을 끊는 방법 밖에 없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