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비만약 위고비, 당뇨 앓는 신부전 환자에도 효과
이금숙 기자 | 정준엽 인턴기자
입력 2024/05/27 15:06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모방한 단백질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캐서린 터틀 교수는 유럽신장학회에서 임상 3상 ‘SELECT’ 시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SELECT 3상 시험은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이미 성공적인 상황에서 위약군을 배제한 채 일부 환자들에게만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0월 조기 중단됐는데, 그 시험의 결과가 최근 공개된 것이다.
임상에는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 질환을 모두 앓는 환자 3533명이 참여했다. 참가자 중 절반은 3년간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았고, 나머지 절반은 매주 위약을 맞았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는 투석 또는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24% 떨어졌다. 또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은 위약군에 비해 심장마비를 포함한 주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9% 낮았으며, 연구 기간 동안 모든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20% 낮았다.
다만 세미글루티드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이 약물이 신장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원리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또 임상시험 참가자의 약 3분의2가 백인 남성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임상 결과를 발표한 터틀 교수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이 광범위한 혜택을 본다는 사실에 황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연구를 검토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사미르 파리크 신장 전문의는 “신장병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이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뇨병은 만성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혈당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신장 혈관이 손상되면서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신장이 손상되면 혈액의 노폐물이 축적되며, 이는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신부전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