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환자의 이야기는 ‘눈’으로 들어주세요

김태은 드림(일산차병원 암 통합 힐링센터 교수)

<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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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가 그린 그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암 환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체 인구 대비 4.7%, 국민 21명당 한 명이 암 유병자입니다. 암 생존율도 점점 증가해 암 경험자를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암을 진단받으면 죽음부터 떠올렸지만, 이제는 암에 걸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더 나아가 암 환자의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또한 우리 모두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암을 진단 받은 시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시기, 또 치료를 모두 마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때까지 각 시기별로 환자분들은 신체적·심리적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소중한 사람이 암 진단 이후 삶의 여정에서 덜 힘들도록 지지하는 마음, 위로하는 마음, 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으시죠. 그런데 막상 찾아가서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난감해지기도 합니다. 위로의 말이라고 전한 몇 마디가 환자 입장에서는 ‘동정 받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또 반대로 응원의 연락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길까봐 참는 것을, 환자는 ‘서운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몸이 아픈 분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몸이 아프면 자연히 마음도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이야기들이 노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는, 경험자들의 책이나 SNS 등에서 본 ‘암 환자와의 대화 기술’이 모든 암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진단 받은 암이 모두 다르듯 살아온 환경, 심리적 특성, 기질 등 모든 것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말도 각기 다르게 다가가 꽂힙니다.

환자와의 대화, 참 어려운 일이지요? 이럴 때 제가 미술치료 시간에 쓰는 방법을 한 번쯤 기억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을 처음 뵐 때 미술치료를 소개하고, 환자분과 라포를 형성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흔히 의사소통에는 내용보다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둘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 다음으로는 ‘표정’과 ‘태도’가 중요하고요.

환자분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던 게, 어쩌면 조금 틀린 고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태도로’ ‘어떤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환자들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병원에서 환자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눕니다. 편안한 존재가 나를 찾아올 때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겁니다. 환자가 마음 속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러분이 아니라 환자분이어야 합니다. 환자분의 눈높이에 맞춰 관심어린 눈빛으로 집중하기만 해도 그 소통은 성공적으로 흘러갈 겁니다.

이렇게 대화하면 환자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니게 아닙니다. 자기 삶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저는 처음 환자분을 만날 때 ‘나는 스케치북이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제 마음에 담아내는 것이지요. 그렇게 대화하면 태어나 처음 만난 저에게도, 환자분들은 최선을 다해 당신들의 삶을 제게 보여주십니다.

무언가를 꼭 해주지 않아도, 좋은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집중해서 바라보는 눈빛, 관심어린 표정이면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환자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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